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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 공부] “그 시인은 왜 이렇게 썼을까? 그건 말이야 … ” 1인2역 연기하듯 공부해요

●전교 1등이 하는 비교과활동
이번 ‘전교 1등의 책상’ 주인공은 대원외고 2학년 홍수진양입니다. 선생님이 설명하듯 말로 풀어 보는 것이 홍양 공부법의 특징입니다. 말을 많이 하다 보니 목이 쉬는 일도 잦다고 하네요. 이번부터 ‘전교 1등의 책상’에선 학생부종합전형의 확대에 맞춰 각 학교 전교 1등들의 공부법 이외에도 동아리·독서·봉사활동 등 다양한 비교과활동을 함께 소개합니다.
대원외고 2학년 홍수진양은 수업 내용을 교과서에 모두 필기한 뒤 선생님처럼 말로 설명해 본다. 이렇게 4~5번 반복한다. [장진영 기자]

대원외고 2학년 홍수진양은 수업 내용을 교과서에 모두 필기한 뒤 선생님처럼 말로 설명해 본다.이렇게 4~5번 반복한다. [장진영 기자]

“오늘은 박용철의 ‘떠나가는 배’를 배울 거야. 첫 문장을 읽어보자. ‘나두야 간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거냐/ 나두야 가련다.’ 보통 젊은이라는 단어는 긍정적이고 활기찬 느낌인데 여기서는 눈물이라는 소재와 연관시켰어. 눈물은 누가 봐도 슬픈 느낌이거든. 분명 이 화자는 젊은 나이에 고난을 겪고 있는 것이 분명해….”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대원외국어고 2학년 전체에서 1등인 홍수진(17·영어과)양의 아파트 현관을 들어서자 마치 강의를 하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홍양은 공부방 책상 의자에 앉아 교과서를 들고 큰 목소리로 문학을 ‘가르치고’ 있었다.
 
하지만 수강생은 없었다. 홍양이 교사이자 학생이었다. 그는 “복습할 때 항상 이렇게 선생님처럼 스스로에게 말로 설명해본다”고 말했다. 교사·학생 역할을 번갈아 가며 스스로 묻고 답하는 ‘1인 2역’ 공부법이다.
 
예습하면 수업 때 느슨 … 철저히 복습 위주
 
수업 필기로 빼곡한 홍수진양의 문학 교과서(아래)와 수학 오답노트.

수업 필기로 빼곡한 홍수진양의 문학 교과서(아래)와 수학 오답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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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양은 학교 수업 중엔 교사의 설명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교과서에 적는다. 심지어는 수업과 직접 상관없는 농담까지 받아 적는다. 수업의 흐름, 분위기까지 기억하기 위해서다.
 
그는 주말엔 한 주간 배웠던 단원을 모아 복습한다. 이때 홍양은 교사로 변신한다. 교사가 된 것처럼 수업 내용을 설명해보고, 엄지를 치켜들거나 검지로 앞을 가리키는 등 교사의 몸짓도 따라 한다. 마치 연기자가 연습을 하듯이 교과서를 대본 삼아 선생님 역할을 연기한다.
 
홍양은 “선생님처럼 말로 설명하다 보면 매끄럽지 못하고 막히는 부분이 나온다. 그 부분이 내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부분일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런 부분을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개념이 정리된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4~5차례 반복하면 수업 내용을 고스란히 기억할 수 있어요. 수업 중에 선생님이 강조했던 부분과 예시도 생생하게 떠올라요. 그런 부분이 시험에 출제되는 중요한 부분이죠.”
 
책장에는 중국어시험·토플 등 외부 시험 문제집도 많다. [장진영 기자]

책장에는 중국어시험·토플 등 외부 시험 문제집도 많다. [장진영 기자]

홍양에겐 자기 공부방뿐 아니라 집안 곳곳이 공부 공간이다. 방에서 공부를 하다 집중력이 떨어지면 안방·거실·주방·화장실로 옮기면서 ‘선생님처럼 설명하기’를 이어간다. 중간·기말고사 기간에는 하루 10시간 이상 교과서 읽기를 반복한다. 소리 내 공부하다 보니 목이 쉴 때도 많다. 홍양은 “계속 말을 하면 잡념이 들 틈이 없어 집중력을 유지하는 데도 좋다”며 “몸은 조금 힘들어도 효과가 좋아 계속 이렇게 공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홍양의 1학년 내신 평균은 1.4등급. 모의고사는 국어·영어·수학을 합해 1~2개만 틀리는 수준이다. 남다른 집중력과 끈기로 이룬 결과다.
 
많은 모범생이 예습을 강조하곤 한다. 하지만 홍양은 예습을 전혀 하지 않는다. 철저하게 복습에 집중한다. 홍양은 “수업에 항상 집중하기 위해서”라며 “수업이 처음 듣는 내용일 때 집중력과 긴장이 잘 유지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예습을 하면 마치 선행학습을 한 친구들이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처럼 어느새 느슨해지기 쉽다는 것이 이유다.
 
수학은 문제 풀이 집중, 답지 안 보고 풀어
 
하지만 모든 과목을 소리 내며 공부하는 건 아니다. 홍양은 “수학은 응용력이 중요한 과목이기 때문에 문제를 많이 풀어봐야 개념을 이해할 수 있다”며 “말하는 대신 문제 풀이에 집중한다”고 소개했다.
 
수학 문제를 풀 때 홍양은 절대 답지를 보지 않는 게 원칙이다. 시간이 아무리 오래 걸려도 혼자 힘으로 풀 때까지 달라 붙는다. 문제당 30분 넘게 시간을 쓸 때도 많다. 그래도 안 풀리면 표시를 해뒀다가 다음날 다시 도전한다. 그러면 신기하게 금방 풀리는 문제가 많다고 한다. 중요한 문제는 ‘풀이 포인트’를 정리해 오답노트에 모아 반복 학습을 한다. “이렇게 끙끙대면서 혼자 힘으로 푼 문제들은 절대 잊히지 않아요. 당장엔 시간이 걸려도 길게 보면 훨씬 효과적이에요.”
 
최근 대입에선 학교 내신과 동아리·봉사·독서 등 비교과 활동을 함께 평가하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 확대되고 있다.
 
홍양도 학종을 대비 중이다. 경제학을 전공한 뒤 국제사법재판소 재판관이 되는 게 꿈인 그는 이 같은 진로 계획에 맞춰 모의 유엔, 수학 심화, 봉사 동아리 등 세 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아울러 경제스터디 모임, 경제·경영 관련 소논문 쓰기 등의 교내 활동도 한다. 1학년 후배들을 대상으로 영어·중국어 멘토 활동도 계획하고 있다.
 
홍양은 “서울대에 합격한 선배들을 보면 지원 학과에 관련된 활동만 한 것이 아니라 다양하게 경험을 넓히면서 자기 개성을 드러낸 이가 많았다”며 “그래서 가급적 학교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에 대부분 참가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양은 틈틈이 각종 인증시험이나 자격증에도 도전한다. 1학년 때는 경제 이해력 시험인 테샛(TESAT)과 토플·HSK(중국어 시험)를 치렀다. 올해에는 국어능력인증시험(TOKL)과 한국사능력검정시험도 준비하고 있다.
 
최근엔 학생부에 자격증 여부를 기록하는 게 제한돼 대입에 직접 반영되지는 않는다. 테샛과 국어능력인증시험만 학생부에 기록할 수 있다. 홍양 역시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홍양은 “당장 대학입시에는 도움이 안 돼도 인증시험과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다 보면 관심 분야를 더 넓히는 계기도 되고, 학교 공부와는 다른 공부를 하는 재미가 있어 긴장감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jeong.hyeon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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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