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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 없으면 ‘느림보폰’ … 화웨이 P10 고객들 부글부글

세계 3위 스마트폰 기업인 중국 화웨이가 ‘플래시 게이트’에 발목을 잡혀 휘청이고 있다. 최신 전략 스마트폰인 P10의 저장장치로 성능이 크게 다른 세 가지 종류의 플래시메모리를 사용한 것이 드러나면서 “소비자를 우롱했다”는 거센 비난을 받는 것이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무섭게 추격하는 오포·비보와 치열한 1위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화웨이로선 치명타가 될 가능성도 있다.
 

사양 다른 플래시메모리 3종 사용
공급 업체따라 속도 현격한 차이
제대로 안 알리고 팔아 불만 확산

문제의 발단은 스마트폰 속도였다. 일부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스마트폰이 성능 테스트 자료와 비교하면 너무 느리다”는 불만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어 외신을 통해 “화웨이가 P10에 ufs(범용플래시스토리지) 2.1과 2.0, eMMC(임베디드멀티미디어카드)5.1 이라는 각각 다른 세 가지 저장장치를 탑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ufs와 eMMC는 낸드플래시를 사용한 저장장치라는 점은 같지만, 반도체가 데이터를 주고받는 통로 격인 컨트롤러 설계가 완전히 다르다. eMMC가 데이터를 읽고 쓰는 속도에 한계를 보여 개발된 차세대 저장장치가 ufs다. 문제가 된 화웨이 탑재 부품의 경우 eMMC 5.1보다 ufs 2.1이 두 배 이상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송용호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데이터를 주고받는 통로를 차도로 비유한다면, eMMC가 2차선 도로라면 ufs는 10차선쯤 된다”며 “소비자들에게 이런 현격한 차이를 미리 설명하지 않고 같은 가격에 제품을 팔았다면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전자제품 제조사가 다양한 공급처에서 부품을 조달하는 건 일반적인 일이다. 최근 출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S8만 해도 모바일 AP는 퀄컴과 삼성전자에서 조달했고, 플래시메모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공급받은 걸로 알려져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갑자기 생산 물량이 늘거나 부품 공급 업체에 피치못한 상황이 생겨 공급이 중단되는 일 등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며 “삼성디스플레이만 만들 수 있는 스마트폰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같이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면 ‘멀티 벤더(multi vendor)’가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부품 공급업체의 기술력이 다르다 보니 부품마다 성능이 조금씩 차이가 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2013년 갤럭시S4의 경우 “퀄컴의 AP를 탑재한 제품이 삼성전자 AP를 탑재한 제품보다 성능이 떨어진다”는 논란이, 지난해 아이폰7의 경우 “인텔의 모뎀칩을 탑재한 제품이 퀄컴 모뎀을 쓴 제품보다 훨씬 느리다”는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2013년엔 “삼성전자와 도시바 중 도시바의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를 탑재한 맥북에어 2012년형이 유독 문제가 많다”는 소비자 불만이 폭주하며 리콜 결정이 내려지기도 했다.
 
이런 공급처별 부품 성능 차이는 소프트웨어 최적화를 통해 평준화하는 게 보통이다. 특정 업체의 부품 성능이 너무 좋으면, 일부 기능을 누락시켜서라도 같은 제품을 산 소비자들이 차별을 느끼지 못하게끔 노력한다는 얘기다. 스마트폰 전문가인 최형욱 IT 칼럼니스트는 “최근 제기된 성능 차이 문제는 대부분 전문가들이 극한의 성능 테스트를 통해 가려내는 수준”이라며 “일반 소비자들이 이런 미세한 차이를 가려내기는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화웨이 P10은 이례적인 경우로 평가된다. 같은 사양의 부품이 공급업체 기술력 차이로 성능 차이를 보인 게 아니라 아예 사양이 다른 부품을 섞어 쓴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배경엔 메모리 반도체 수요 폭증으로 인한 공급난이 있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고사양 메모리 반도체를 쓰기 시작하면서 스마트폰용 메모리 반도체는 특히 공급이 달리는 상황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최근 클라우드 서비스 수요가 폭증하며 데이터 서버용 메모리 반도체도 주문이 폭주하는 상황”이라며 “반도체 회사 입장에서는 규모가 크고 단가가 높은 데이터 서버용 반도체를 우선 공급하고 싶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웨이 측은 이번 사태를 품질 관리를 강화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화웨이 스마트폰 사업을 이끌고 있는 리처드 유 사장은 27일(현지시간) 직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최근 몇년 간 지나치게 빨리 성장하며 우리의 원래 목표를 잃어버렸던 것 같다”며 “소비자들의 감정에 더 많은 배려를 기울이자”고 당부했다. 김동원 KB증권 기업분석부 팀장은 “중국 시장의 성공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는 화웨이로선 이번 사태가 브랜드 이미지에 치명적”이라며 “시장의 신뢰를 다시 얻으려면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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