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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노사가 머리 맞대 ‘일자리 붕괴’ 해법 찾으라

문희철 산업부 기자

문희철 산업부 기자


중국 고전 『여씨춘추(呂氏春秋)』에 ‘갈택이어(竭澤而漁)’란 말이 등장한다. ‘연못의 물을 말려 물고기를 잡는다’는 의미로, 눈앞의 이익을 위해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행동을 지칭하는 말이다.
 
임금단체협상(임단협)에 임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은 지난달 27일 단체교섭 별도요구안에서 “4차 산업혁명으로 자동차 산업 상당 부분이 외주화·모듈화됐다. 자동차 산업 발전은 고용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연못의 물이 마르고 있다’는 사측의 현실 인식에 노조도 동조한 셈이다. 박유기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장은 임단협에서 윤갑한 현대차 사장에게 “회사의 경영 환경에 대해 공감한다”고 말했다. 여기까진 좋았지만 이어진 노조의 요구는 상식 밖이다.
 
노조는 “4차 산업혁명 속에서 노동자 위치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며 총고용보장 합의서 체결을 요구했다. 공장 근로자 수요가 감소하더라도 무조건 고용을 서면으로 보장해 달라는 의미다. 연못의 물이 마르든 말든 일단 물고기부터 잡아야겠다는 소리다.

노조의 고용 보장 요구가 상식 밖인 것은 한국 자동차 업계가 처한 현실이 예사롭지 않아서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이 발전할수록 기존 자동차 제조사의 일자리는 줄어든다. 이미 현대차 아산공장 가공라인의 경우 프레스·용접·도장 등 주요 작업을 대부분 로봇이 대신하고 있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노조가 고용 보장의 근거로 제시한 것처럼 자동차 산업의 미래도 불투명하다. 전기차만 전문으로 만드는 미국 테슬라모터스가 급부상하고, 3D프린터로 전기차를 ‘인쇄’하는 업체가 등장하면서 친환경 차의 무게 중심이 전기차로 쏠리고 있다. 수소연료차·하이브리드카는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와 구조가 유사하지만, 순수 전기차는 구동 방식이 완전히 달라 정보기술(IT) 등 신생업체에 주도권을 내주는 형국이다.
 
또 애플·구글 등이 자율주행차 기술을 개발하면서 차량 공유 서비스(car sharing)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커졌다. 카셰어링 확대는 현대차 입장에서 희소식은 아니다. 게다가 현대차는 내수 시장에서 세타2 엔진 리콜 등 악재로 시름하고 있고, 미국·중국 시장에서도 판매량 감소로 고전하고 있다.
 
2013년부터 4차 산업혁명을 차근차근 준비한 독일은 2015년 노사정이 공동으로 ‘노동 4.0 백서’를 펴냈다. 4차 산업혁명으로 등장하는 새로운 노동형태에 대처하기 위해서다. 현대차 노조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사측과 노조원 경쟁력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는 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한다면 어떨까. 이렇게 된다면 총고용보장은 요구하지 않아도 보장될 수 있다. 연못의 물이 마르면 물을 채우는 것이 상식이다.
 
문희철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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