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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견제도의 그늘 上] ② "번듯한 집 한 채 마련해주고 싶어" 어부 아버지의 꿈 이뤄질까

배선이 느티나무 창원시장애인부모회장이 지난 21일 경남 창원시마산회원구 내서읍에서 부모를 잃은 장애인을 돌보고 있다. 배 회장은 형제를 보호하기 위해 법원에 특정후견신청을 한 상황으로 후견인으로 선정되면 이들의 전재산을 신탁할 계획이다.                                                           창원=송봉근 기자

배선이 느티나무 창원시장애인부모회장이 지난21일 경남 창원시마산회원구 내서읍에서 부모를 잃은 장애인을 돌보고 있다. 배 회장은형제를 보호하기 위해 법원에 특정후견신청을 한 상황으로 후견인으로 선정되면이들의 전재산을 신탁할 계획이다.창원=송봉근 기자

 
경남 창원에 사는 어부 A씨(72)는 12년 전 아내를 잃고 발달장애가 있는 20대 두 아들을 홀로 키워 왔다. 멸치잡이 어선을 타며 아들들을 뒷바라지했다. 그는 평소 “죽기 전에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는 두 아들에게 번듯한 집 한 채는 마련해 놓고 가야 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 그러나 A씨는 지난달 배 위에서 실족하는 바람에 사망하고 말았다. 어렵게 생활해 온 A씨에겐 8년 전 이사한 임대아파트 보증금 200만원이 전 재산이었다. 그나마 보험을 들어둔 덕에 사망보험금 1억2000여만원이 나왔다.

성년후견제 도입됐지만 맹점 많아
재산문제 해결은 신탁으로 보완해야
소액 취급 비영리 신탁기관은 1곳 뿐
저소득층 위한 공공 신탁기관 시급

 
그러자 그동안 얼굴도 비치지 않던 일가 친척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서로 20대 두 아들의 후견인을 맡겠다고 자청했다. 보다 못한 창원시 위탁복지시설인 느티나무 창원시장애인부모회가 나섰다. 이 단체는 지난 12년 동안 A씨 가족을 돌봐 왔다. 부모회 배선이 회장은 법원에 자신을 후견인으로 지정해 달라는 신청서를 냈다. 대신 그는 A씨가 남긴 재산과 사망보험금을 후견인과 관계없는 외부 은행에 신탁해 재산을 보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배 회장은 “아버지 소원대로 유족에게 집을 마련해 주고 남은 재산은 생활비로 쓸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단 후견인이 돼야 재산 신탁도 할 수 있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해 그 사이 두 아들이 재산을 잘못 쓰게 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당사자 보호와 재산 관리 분리해야”…공익 신탁 활성화 시급
2013년 도입된 성년후견제도는 후견인 선임 절차가 까다롭고 한번 후견이 결정되면 당사자의 사회·경제적 활동을 크게 제약하게 된다. 심지어 통장을 개설하거나 휴대전화를 개통하려 해도 후견인이 동행해야 한다. 그만큼 후견인이 보호대상자의 재산에 손댈 여지도 크다. 이 때문에 획일적인 후견인 지정 제도 대신 보호대상자의 재산을 외부기관에 맡겨 관리하도록 하는 신탁 제도를 적극 활성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도 법적으론 신탁 제도가 있긴 하다. 그러나 법원으로부터 신탁 허가를 받으려면 먼저 후견인이 돼야 하는데 그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게다가 영리기업인 은행은 소액 신탁을 받아주지 않아 저소득층에겐 ‘그림의 떡’이다.
  
 영미권에선 후견인제도 대신 ‘원포인트’ 신탁제도가 널리 활용되고 있다. 보호대상자의 경제활동을 극도로 제한하는 후견인을 지정하지 않고 비영리기관이나 금융기관에 재산 관리를 일임한 뒤 당사자가 일정한 용도로만 쓸 수 있도록 계약을 맺는 제도다. 예컨대 부모가 장애인 자녀를 위해 일정 재산을 외부기관에 신탁한 뒤 자녀에게 체크카드를 주고 매달 생활비만큼만 쓸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자녀의 경제활동을 제한하지 않으면서도 외부기관이 돈을 관리하기 때문에 제3자가 착복할 우려가 적다.
 
 국내 비영리 신탁 기관은 한국자폐인사랑협회 산하 신탁·의사결정지원센터가 유일하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이 지난 2015년 7월부터 3년간 운영 비용을 후원하고 있다. 금융기관은 하나은행을 포함해 4곳이 운영하고 있지만 사업성 때문에 소액 취급엔 소극적이다. 공익성을 띠는 신탁기관이 늘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창훈 신탁·의사결정지원센터 소속 변호사는 “장애인들도 간단한 은행 업무는 혼자서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의 자기결정권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후견 제도는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하며 신탁 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탁은 운영 기관에 대한 관리·감독이 핵심이기 때문에 국가가 나서서 공공사업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별취재팀=이동현 팀장, 김현예·이유정 기자, 정유정 인턴기자, 조민아 멀티미디어 담당 peoplemic@peoplemi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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