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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스틸러' 김원해 인터뷰 "도봉순은 인생작품, 맘껏 놀았죠"

그를 진정한 신스틸러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두 드라마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한 김원해(48) 얘기다. KBS '김과장'에서는 세상 풍파에 닳고 닳은 추남호 경리부장 역으로 시청자의 눈물을 쏙 빼놓고, JTBC '힘쎈여자 도봉순'에서는 깡패 '김광복'과 도봉순의 게이 상사 '오돌 병'까지 1인 2역을 맡아 시청자의 배꼽을 빼놨다. tvN '혼술남녀'의 속물스럽지만 연민을 자아내는 학원 사장 역할은 또 어떤가.
 

JTBC '힘쎈여자 도봉순'에서 1인 2역 맹활약
김과장에선 짠내나는 '기러기아빠' 추부장 연기
1991년 뮤지컬로 데뷔했음에도 2014년에야 주목
"내년부터는 세월호와 관련된 작품 하고 싶어"

정형화된 인물은 물론이거니와 일상성을 벗어난 캐릭터까지 어디에 앉혀놔도 마냥 어울리는 배우. 최근에야 이름을 대중에 각인시켰지만 경력으로 보면 데뷔 27년 차다. 1991년 뮤지컬 '철부지들'로 데뷔한 이후 연극·뮤지컬·영화·드라마 등에 출연해왔다.
 
신스틸러로 상종가를 치고 있는 배우 김원해. 지난달 27일 서울 서소문 중앙일보 스튜디오에서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신스틸러로 상종가를 치고 있는 배우 김원해. 지난달 27일 서울 서소문 중앙일보 스튜디오에서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서소문 중앙일보 스튜디오에서 만난 그에게 능청스런 연기의 비결을 물었다. "따로 없어요. 대본 보고 고민하고, 배우들 다 그러지 않나요? 그동안 연극에서 다양한 캐릭터들을 했기 때문에 그게 자양분이 된 것 같아요. 주인공이었으면 못했죠. 하하"
 
그런 그에게도 '힘쎈여자 도봉순'은 정말 신명 나게 놀아본 작품이었다. 그가 맡은 깡패와 게이 상사 캐릭터는 느슨한 서사의 빈틈을 웃음으로 채워냈다. 깡패는 봉순에게 맞아 틀니를 끼고 오줌 줄을 차야 했고, 센 척하는 게이 상사도 수시로 봉순에게 골탕 먹었다. "지금 시점에서 인생 작품을 꼽자면 '도봉순'인 것 같아요. 대본이 정해놓은 규격대로 안 가고 계속 엇나갔고 감독님도 '제대로 한번 놀아봐라'며 컷을 안 했어요. 맘껏 놀았죠."

JTBC '힘쎈여자 도봉순'에서 도봉순에게 맞아 온 몸에 깁스를 하고 있는 백탁파 깡패 김광복을 연기한 김원해. [캡처 JTBC '힘쎈여자 도봉순']

JTBC '힘쎈여자 도봉순'에서 도봉순에게 맞아 온 몸에 깁스를 하고 있는 백탁파 깡패 김광복을 연기한 김원해. [캡처 JTBC '힘쎈여자 도봉순']

 
그렇게 탄생한 명장면이 한 두컷이 아니다. '먹어떠' 컷도 그 중 하나다. 부하들 앞에서 '똥술' 마신 걸 들킨 깡패 두목 '백탁(임원희 분)'을 향해 앞니가 빠진 김광복이 "먹어떠 먹어떠(먹었어 먹었어)"를 외치는 장면이었다. "대본상으로는 그냥 지켜보기만 하면 되는 장면이었어요. 애드립 순간 스텝들이 '빵' 터지더라구요. 다 그런 식이었어요."
 
'김과장'에서 김원해가 연기한 추부장도 큰 공감을 자아냈다. 상사에게 굽신거리다가도 할 말 다 하는 부하직원을 응원해주는 소시민적 인물이다. "딱 우리 세대 얘기였어요. 늘 세상에 순응해 마음 속으론 부끄럽게 생각하지만 자식들 앞에서는 떳떳하다고 호기 부리는, 그러면서도 '김과장' 같은 의인을 응원해주고 싶은 우리 세대의 이야기. 그냥 그 사람의 주름, 그 사람의 흰머리, 그 사람의 한숨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추 부장의 눈물 나는 대사들도 김원해의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나도 한때 여기 A4 용지처럼 스치면 손끝 베일만큼 날카롭고 빳빳하던 시절이 있었어'로 시작하는 명대사도 김원해의 애드립이었다.
 
'김과장' 속 추부장 명대사
 

"사람이 사람에게 숨쉬게 해주는 거, 그게 좋은 상사거든. 가끔은 너무 부지런하고, 가끔은 또 너무 게으르고, 가끔은 또 너무 똑똑하다가, 가끔은 또 너무 멍청해 보이는 상사가 좋은 상사거든."

 

"야, 나도 아침에 회사 나올 때 간이랑 쓸개랑 꺼내서 냉장고에 넣어놓고 나와. 나도 매일 울컥하는데...어쩌겠냐, 밥은 먹고 살아야지." 

 

"나도 한때 있잖아, 여기 A4용지처럼 스치면 손끝 베일 만큼 날카롭고 빳빳하던 시절이 있었어. 근데 이게 어느 한순간 무뎌지고 구겨지더니 한 조각 한 조각 떨어져나가더라구. 결혼할 때 한 번, 애 낳고 나서 아빠 되니까 또 한 번, 집 사고 나서 또 한 번. 그리고 애 대학 갈 때쯤 돼서 이렇게 들여다보니까 이게 다 녹아서 없어졌더라구."


 
극중 추 부장은 기러기 아빠라 더 '짠내'났다. 그런데 여기엔 비밀이 있다. 사실 김원해도 2년 전부터 기러기 아빠였다. "다른 장점이 많아도 공부를 못 하면 이를 인정받지 못하는 교육으로부터 해방시켜주려" 두 딸과 아내를 캐나다로 보냈다. 덕분에 캐릭터는 더욱 현실성을 찾아갔다. 극중에서 추 부장이 가족에게 전화하며 주방후드 밑에서 담배 피우는 모습도 김원해가 설정했다. 애초 추 부장의 가족이 호주에 있다는 설정을 캐나다로 바꾼 것도 김원해였다.
 
"기러기 아빠가 제일 힘든 건 물리적 거리가 아니라 감정적 시차거든요. 밤에 자기 전에 너무 보고 싶어서 전화 했는데 저쪽이 너무 바쁠 때라 '그래 알았어, 왜 또 그래" 이러면 정말 힘들거든요. 그래서 시차 1시간인 호주보다 17시간인 캐나다로 바꾸자 했어요."
KBS 드라마 '김과장'에서 캐나다에 있는 가족과 통화하며, 주방 후드에서 담배 피는 추 부장(김원해 분) [캡처 KBS '김과장']

KBS 드라마 '김과장'에서 캐나다에 있는 가족과 통화하며, 주방 후드에서 담배 피는 추 부장(김원해 분) [캡처 KBS '김과장']

 
어느덧 나이 반 백살, 연기 경력 30년이 다 됐다. "진정성 있게 인물을 표현한다면 대학로(연극), 충무로(영화), 여의도(드라마) 연기가 다르지 않다"는 그의 말처럼 영역도 가리지 않고 활동을 이어왔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건 2014년 영화 '명량'부터였다. 그동안 그만큼 고생이 심했다. 현재 다작(多作)을 하는 이유도 "지난 이십여년 간 배우로서 너무나 배고팠기 때문에 과식하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특히 1997년부터 2007년까지 10년 간 '난타'에 참여한 뒤 잠시 연기를 쉬기도 했다.
 
'난타' 10년을 김원해는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표현했다. 돌아보니 돈, 명예 아무 것도 남는 게 없었다. 방황하다 일산에 김밥집을 차렸다. 하루 18시간씩 일했지만 결국 은행에서 대출 받은 1억 원만 날렸다. 그때 걸려온 전화 한 통이 김원해를 자극했다. "새벽 1시 넘어서 가게에 있는데 후배 윤정환 연출가가 전화가 왔어요. 술이 잔뜩 취해서 욕하더라구요. '김원해가 XX, 왜 XX, 김밥을 말고 있는데 XX, 김원해 배우 아니야?' 하면서. 하. 북받쳐 오는데 감당을 못하겠더라구요."
 
그렇게 김원해는 2008년 윤정환 연출가의 연극 '짬뽕'으로 무대에 다시 섰다. 그가 가장 애착을 갖는 작품이 이 '짬뽕'이다. 광주민주화운동에 관한 코미디극으로, 거의 매년 출연 중이다. "5.18 당시 저는 서울 미아리에 살았는데, 무장공비가 광주에 나타나서 제압하러 군인이 내려간 사건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커보니 그게 아니었고, 스스로 부끄럽더라구요. 이 작품을 통해 속죄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감초 역할도 한두번이지 주연 욕심이 없느냐고 묻자 손사레를 쳤다. "에이, 무슨. 구설수에 오르지 않고 연기를 잘하는 배우로 남는 게 꿈이에요. 마흔살 때 제가 그리던 쉰 살의 모습을 이미 넘어섰기 때문에 주연이니 상이니 그런 걸 바라면 주제 넘는 거죠. 앞으로 이전과는 다른 캐릭터에 도전하고, 부자보다는 우리 주위 사람들을 연기하고 싶어요."
 
곰곰이 생각하던 그가 한마디 덧붙였다. "'짬뽕'은 올해까지만 하고, 내년부터는 역사의 또 다른 빚인 세월호와 관련된 작품에 참여하고 싶습니다."
 
인기 상종가인 그는 두 작품을 마쳤지만 쉴 틈없이 활동이 이어진다. 11일부터 7월2일까지 연극 '짬뽕'에 출연한다. SBS 사전제작 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 , 7월에 방송되는 tvN 드라마  '크리미널마인드', 그리고 영화 '흥부'에도 출연한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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