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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다음은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 기대로 훈풍 부는 주가

대선 앞둔 재계는 지주사 전환 붐
지난 27일 롯데쇼핑 주가는 전일 대비 5.3% 상승하며 26만8000원까지 뛰어올랐다. 바로 전날 롯데쇼핑을 비롯한 롯데제과·롯데푸드·롯데칠성 등 롯데 계열사 4곳이 일제히 이사회를 열고, 회사를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인적 분할하기로 결의했기 때문이다. 이번 결정대로라면 롯데의 주력 사업군이라 할 수 있는 유통·식품을 포괄하는 지주회사가 등장한다. 롯데 정책본부 관계자는 “2015년 416개였던 순환출자 고리가 67개까지 줄었고, 4개 계열사 분할·합병이 마무리되면 18개까지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롯데 계열사 주식은 일제히 반등했다. 지난 21일 롯데 계열사 4곳의 인적 분할 소식이 처음 알려진 이후, 롯데쇼핑은 12%, 롯데칠성은 11% 주가가 올랐다. 여영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주회사 전환이 계획대로 될 경우 롯데쇼핑이 보유한 코리아세븐(편의점) 등 그룹 계열사의 지분가치가 재평가될 것”이라며 “롯데쇼핑 목표주가를 기존 28만원에서 34만원으로 조정한다”고 말했다.

대기업 “자사주 의결권 확보하자”
상법 개정 이전에 지주사 체제로

자산 5000억 이하 중견기업 혜택
매일유업·크라운해태 등 식품업체
지주사 전환 선언 후 주가 강세

 
롯데 순환출자 고리 416개서 18개로 줄어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올 2월 한국 관련 보고서를 통해 “탄핵정국과 높은 야당 지지율 같은 촉매제로 인해 올해는 한국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편이 핵심주제(dominant theme)”라고 밝혔다. 지배구조 개편에 착수한 대기업은 롯데뿐만이 아니다. 10대 그룹 중 한 곳인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11월 사업형 지주회사 ‘현대로보틱스’를 설립하기로 했다. 식품업계에서도 지주사 전환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8월 샘표에 이어 지난달에는 제과업체 크라운해태가 지주사로 전환했다. 다음 달에는 매일유업, 6월에는 오리온이 각각 매일홀딩스와 오리온홀딩스를 출범시킨다.
 
왜 지금 지주회사로의 지배구조 개편을 서두르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이번 대선에서 야당이 집권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양당은 집권하는 대로 자기회사주식(자사주) 의결권 제한을 골자로 한 상법개정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현행 상법상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는 인적 분할을 이용하면 의결권이 되살아난다. 이른바 ‘자사주의 마법’이다. 예를 들어 롯데쇼핑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는 자사주 6.2%를 갖고 있다. 그렇지만 회사를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분할할 경우, 투자부문도 롯데쇼핑 주식 6.2%, 사업부문도 자사주 6.2%를 동시에 확보한다. 투자부문이 보유한 롯데쇼핑 사업회사 주식은 자회사 지분으로 인정받아 경영권 방어에 요긴하게 쓸 수 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대선에서 주요 정당 후보들이 내놓은 지주회사 요건 강화는 실현될 가능성이 크다”며 “법 시행 전 유예기간까지 기업들이 인적분할을 서두를 것”이라고 말했다. 자사주를 활용할 수 있는 기한 내에 대기업들이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것이란 이야기다.
 
중견기업들이 지난해부터 잇따라 지주회사 전환에 나선 이유도 사실 규제 때문이다. 올 7월부터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법인세·양도세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지주회사의 자산 기준이 현행 1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강화된다. 지난해 9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샘표는 자산 규모가 2612억원에 불과했다. 현재 지주회사 전환 작업 중인 매일유업과 오리온의 자산 규모도 각각 1929억원, 3290억원이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산 5000억원 미만인 중견기업들은 자사주를 경영권 승계에 활용할 수 있고 각종 세제 혜택까지 덤으로 받는 올 상반기 안에 지주사 전환을 마무리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기업들의 주가는 대체로 상승 추세다. 지배 구조가 투명해짐에 따라 주주 가치도 올라갈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지난해 11월 지주사 전환 계획을 공시한 매일유업은 주가가 3만3700원에서 5만4000원으로 60% 올랐다. 현대중공업도 현대로보틱스 설립을 발표했던 당시(지난해 11월 15일) 대비 주가가 12% 상승하면서 거래가 중지됐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로보틱스는 다음달 10일 재상장된다. 지주사 주가가 상장 직후 급등하는 사례도 있다. 크라운해태의 지주사 크라운해태홀딩스는 지난 11일 재상장 후 거래 첫날 29.87% 상승하며 상한가를 기록했다.
 
현대차그룹 “지주사 전환에 6조원 필요”
그럼 다음 타자는 어느 곳이 될까. 시장에선 현대차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10대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현대차그룹만 순환출자가 오너의 지배력을 확보하는 핵심 구조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정몽구 회장이 지분 7%를 보유한 현대모비스가 현대차 지분 20.8%를 보유하고, 현대차가 기아차 지분 33.9%, 기아차가 다시 모비스 지분 16.9%를 보유하는 환상형 출자 구조다. 순환출자로 비판받은 롯데가 지주사 액션 플랜에 들어가면서 현대차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사회적 요구를 반영해 출자 구조를 투명화해야 한다는 점에는 회사 내에서 일정한 공감대가 있다”며 “지주회사로 출자 구조를 바꾸는 일에 6조원가량이 들어가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됐든, 현대모비스가 됐든 순환출자 고리는 해소하겠다는 게 현대차의 기류다.
 
실제로 지난 3월 골드만삭스가 현대차그룹의 지주사 전환 시나리오를 담은 보고서를 내자 현대차 주가는 3거래일 간 12.2% 급등했다. 특히 골드만삭스는 현대차가 지주회사 체제 중심이 될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현대차가 현대제철·현대글로비스로부터 현대차그룹 브랜드 사용료로 139억원을 수령한다고 공시한 것이 그 계기였다. 당초 증권가에선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23.3%)를 팔아 현대모비스 지분을 살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몽구 회장은 1996년 고 정세영 명예회장으로부터 현대차를 물려받기 이전부터 현대정공(모비스 전신)을 경영해왔다”며 “부친과 달리 정의선 부회장은 99년 입사 때부터 현대차에 아이덴티티가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현대건설 지분 21%, 현대제철 지분 11.2%을 보유하고 있어 현행 공정거래법 상 ‘자회사-증손회사’ 규제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사 체제에서 손자회사는 100% 지분을 전량 보유해야 증손회사를 가질 수 있다. 현대모비스가 지배구조의 정점에 설 경우, ‘모비스-현대차’ 아래에 있는 현대건설·현대제철은 사실상 인수합병(M&A)에 나설수 없다.
 
삼성전자, 자사주 소각하며 지주사 백지화
2015년 SK C&C와 SK㈜를 합병하며 지배 구조를 단순화했던 SK도 추가적인 기업 분할 이슈가 있다. 지난해 10월 최태원 회장이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일부 계열사들은 중간 지주회사 전환을 목표로 하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현재 SK그룹은 ‘SK㈜→SK텔레콤→SK하이닉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SK㈜의 손자회사가 돼 공정거래법 규제를 받는다. 유망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이라도 국내에선 사실상 M&A가 불가능하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SK㈜의 자체사업인 IT서비스 부문과 SK텔레콤이 보유하고 있는 SK하이닉스 지분을 스왑해 SK하이닉스를 지주사 바로 아래 자회사로 만들 수 있다”며 “이 방법을 위해선 IT서비스 부문을 집중육성하면서 기업가치 상승을 도모할 것이므로 SK㈜가 수혜주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지난 27일 지주사 전환 계획을 백지화하기로 했다. 대신 자사주 13.3%(약 40조원 어치)를 소각하기로 했다. 지주사 전환의 여지를 없애면서 주주가치 제고까지 동시에 노린 포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주사 규정을 충족시키기 위해선 자사주 이외에도 추가로 장내에서 지분 7%를 더 사야 한다”며 “시가로 20조원을 상회하는 금액이라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중간금융지주를 비롯해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문제가 될만한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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