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數와 수의 比, 모든 존재의 근원적 원리이자 실체

[수학이 뭐길래] 피타고라스의 수리 철학 <상>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부분). 철학을 상징하는 이 그림의 왼쪽 아래에는 책을 읽고 있는 피타고라스의 그림이 있다. 피타고라스 앞에 하모니의 원리가 그려진 석판이 놓여 있다.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부분). 철학을 상징하는 이 그림의 왼쪽 아래에는 책을 읽고 있는 피타고라스의 그림이 있다. 피타고라스 앞에 하모니의 원리가 그려진 석판이 놓여 있다.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머리가 큰 남자가 머리가 작은 여자 앞에서 웃음의 대상이 되는 상황은 그리 낯설지 않다. 그런데 사실 생각해 보면 머리가 큰 게 그리 나쁠 건 없어 보인다. 과거 위대한 과학자 중의 한 사람이었던 아인슈타인이 죽자 그가 가진 지능의 비밀을 풀기 위해 머리를 해부하고 뇌의 크기를 측정했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물론 뇌의 크기는 차이가 없었지만.

보이지 않지만 실재하는 세계 탐구
1~10 자연수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
만물은 수의 비 통해 조화 유지

조화롭게 어울리는 음정 만들려고
수의 비율 달리해 8음계 고안
‘도’ 음 나는 현의 9:8 현에선 ‘레’ 음

세계·우주 수적 질서에 대한 확신
고대 그리스·서유럽 문명에 영향

 
사실 20세기 이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머리 크기에 대해 별다른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현재 남아 있는 사진만 봐도 알 수 있듯, 조선 시대 사람들은 평균 신장이 작아 전체적으로 머리가 커 보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머리가 크다는 말이 사람들 사이에서 비아냥에 가까운 말처럼 사용되고 있다. 왜 그런 걸까?
 
서양에서는 오랫동안 비율을 중시했다. 사람의 인체에는 8등신 비율을 들이댔고, 조각이나 건축물 속에서는 황금비 등을 찾기 바빴다. 그리고 그런 비율에 딱 들어맞는 대상이 나타나면 그것은 미적으로 조화롭기에 아름다운 것으로 간주했다. 그저 특정 비율을 지니고 있을 뿐인데도 말이다. 그렇다면 이런 생각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이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피타고라스의 수리 철학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세계의 본질·구성에 대해 알려주는 ‘수’
피타고라스의 음계를 기타 현의 경우로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된다. 그림에서 기타 줄의 양 끝 사이의 길이를 1이라고 할 때, 프렛(fret, 길고 가는 금속조각)이 줄의 8/9, 64/81, 3/4, 2/3, 16/27, 128/243, 1/2이 되는 지점에 붙어 있다고 하자. 가령, 8/9이 되는 지점의 프렛을 누른 상태에서 줄을 튕길 때 피타고라스에 따르면 레(D) 음이 난다.

피타고라스의 음계를 기타 현의 경우로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된다. 그림에서 기타 줄의 양 끝 사이의 길이를 1이라고 할 때, 프렛(fret, 길고 가는 금속조각)이 줄의 8/9, 64/81, 3/4, 2/3, 16/27, 128/243, 1/2이 되는 지점에 붙어 있다고 하자. 가령, 8/9이 되는 지점의 프렛을 누른 상태에서 줄을 튕길 때 피타고라스에 따르면 레(D) 음이 난다.

소아시아의 사모스 섬에서 태어난 피타고라스는 최초의 철학자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지중해 동부와 이집트 그리고 바벨론 등지를 돌며 학자들과 사제들의 가르침을 배우면서, 이 세계와 우주의 본질을 이해하고 끊임없이 자신을 수련하고자 했던 인물이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눈에 보이지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세계와 보이지는 않지만 실제로 존재하고 영원히 지속하는 세계를 구분했다. 전자인 눈으로 보이는 세상은 언뜻 실제로 존재하는 실체인 것 같지만, 끊임없이 변화하고 많은 것들이 생겨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는 점에서 그저 다양한 모습이나 상태들로 구성된 것이라고 보았다. 반면, 눈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후자의 세계가 세계의 본질과 실제로 존재하는 것들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철학적 탐구의 대상이 된다고 보았다.
 
여기서 피타고라스는 독특하게도, 그런 참된 세계의 본질과 구성 등에 대해 알려주는 것이 ‘수’라고 보았다. 그에게 수는 사물을 세거나 측정할 수 있는 도구였지만, 무엇보다도 수 자체가 각각의 독특한 원리를 지닌 실체였다. 가령, 피타고라스는 1부터 10까지의 자연수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우선, 1은 우주 만물을 구성하는 본질적인 단일체인 모나드(monad)를 의미하는 것으로, 그것으로부터 만물이 생성된다는 점에서 만물을 담고 있는 것이라고 보았다. 그런 1은 2인 디아드(dyad)로 넘어가면서 분열과 대립, 차이 등을 낳게 되고, 이 과정에서 ‘한정과 무한’, ‘남자와 여자’처럼 서로 대립되는 원리들이 생겨났다. 3이 보여주는 트리아드(triad)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3차원 형상을 빗는 원리이자,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세 세계에 관한 역사와 지식 그리고 예언 및 섭리 등을 의미하는 존재라고 여겨졌다. 4인 테트라드(tetrad)에 이르면 완성에 이르는데, 그 원리에 따라 자연에는 봄·여름·가을·겨울의 4계절이 존재하고, 세계에는 물·불·흙·공기라는 4원소가 존재하며, 인간에게는 지성·이성·지각 그리고 상상이라는 네 개의 지적 능력이 존재한다고 보았다. 또한 4는 1+2+3+4=10이 되어 네 개의 숫자들의 덧셈을 통해 우주를 표상하는 신성한 수, 테트라크티스(10, tetraktys)를 만든다는 점에서 중요해 보였다. 5부터 9까지의 수들도 각기 독특한 원리들을 지니고 있었는데, 피타고라스에게 1부터 10까지의 자연수는 각각 참된 세계의 원리를 담고 있는 실체였다.
 

 
세계의 조화를 표현하는 것이 음악
피타고라스는 수에 대해 연구하면서 세계의 조화(harmony)에 대한 생각을 발전시켜 나갔다. 그는 만물과 세계가 수의 적절한 비를 통해 조화로운 상태를 유지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러한 조화를 표현한 것이 바로 음악이라고 보았다. 피타고라스에 따르면 음악은 온 세계와 우주에 흐르고 있었고, 인간의 영혼 역시 조화롭게 할 수 있었다. 피타고라스는 아침에 일어날 때나 잠이 들기 전에 특별히 고안된 음악이 연주되도록 했다. 음악의 하모니를 통해 인간의 영혼을 조화롭게 할 때 과도한 감정의 상태를 통제하고 정신과 육체의 건강을 회복시킬 수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그는 음악을 모든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하는 중요한 학문이라고 생각하고 실천했다.
 
피타고라스의 세계의 조화와 수의 비 그리고 음악의 하모니에 대한 믿음은 음정(interval, 두 음의 높이의 간격)에 대한 연구를 통해 더욱 강화됐다. 피타고라스는 학생들에게 음악을 가르치고 서로 소통하기 위해 자신의 음악에 대한 생각을 보다 구체화하고 체계화하기를 바랐다. 현존하는 기록에 따르면, 그러던 중 우연히 대장간 옆에서 음의 높이가 서로 다르지만 매우 조화로운 소리를 듣게 됐다고 한다.
 
그리고 그 원인에 대해 살펴보던 중 두 망치의 무게의 비율에 따라 서로 다른 음정의 소리가 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두 망치의 무게가 2:1일 때 두 망치를 동시에 두드리면 두 음의 간격이 8인 조화로운 소리(완전 8도)가 났다(예를 들어 한 망치를 두드려 도에 해당하는 음이 나면, 다른 망치로는 한 옥타브 높은 도 음이 나는 식이다). 두 망치의 무게가 3:2일 경우에는 두 음의 간격이 5인 조화로운 음정의 소리(완전 5도)가 났고(가령 도와 솔 이 동시에 울리는 경우), 무게가 4:3일 경우에는 완전 4도의 조화로운 음정의 소리가 났다(예를 들어 도와 파가 동시에 울리는 경우).
 
이후 피타고라스는 무게와 현의 길이의 비를 달리하면서 실험했고 마찬가지로 동일한 결론에 이르렀다. 듣기 좋은 조화로운 음정이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수 1, 2, 3, 4의 비를 통해 생겨난다는 사실은 피타고라스에게 놀랍게 다가왔다. 피타고라스는 이 수들이 단순한 수를 넘어 조화로운 음악을 구성하는 실체라고 여기기 시작했다.
 
이후 피타고라스는 새로운 수열을 고안하여 여덟 개의 음계를 체계화하였다. 이 과정에 대해 피타고라스는 아무런 저작도 남기지 않았지만, 우리는 이를 피타고라스의 수리 철학을 계승한 플라톤의 설명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새로운 수열을 만드는 도구는 산술 평균(주어진 수의 합을 수의 개수로 나눈 값, 가령 와 의 산술 평균((a+b)/2)과 조화 평균(주어진 수의 역수의 산술 평균을 구한 것의 역수, 가령 와 의 조화 평균은 2ab/(a+b)), 그리고 수의 비였다.
 
피타고라스학파는 오각별을 그들의 공식적인 상징으로 삼았다. 선분 AB와 AC, BC는 서로 황금비를 이룬다.

피타고라스학파는 오각별을 그들의 공식적인 상징으로 삼았다. 선분 AB와 AC, BC는 서로 황금비를 이룬다.

먼저 피타고라스는 2, 4, 8, … 과 같은 2의 제곱이 되는 수열과 3, 9, 27, … 과 같은 3의 제곱이 되는 수열을 구분했다. 이 때, 1, 2, 4, 8, … 의 수열에서 인접하는 두 수의 산술 평균과 조화 평균을 구하면 크기에 따라, 1, 4/3(1과 2의 조화 평균), 3/2(1과 2의 산술 평균), 2, 8/3(2와 4의 조화 평균), 3(2와 4의 산술 평균), 4, … 와 같은 수열이 만들어진다. 마찬가지로 1, 3, 9, … 의 수열에서는 1, 3/2(1과 3의 조화 평균), 2(1과 3의 산술 평균), 3, 9/2(3과 9의 조화 평균), 6(3과 9의 산술 평균), 9, ... 와 같은 수열이 만들어진다. 이 때 각 수열에서 인접한 수들 간의 비를 구하면 4/3와 9/8가 반복되는 수열과 3/2과 4/3가 반복되는 수열이 얻어진다. 결국 9/8, 4/3, 3/2의 비로 각 수열 속의 수들이 나누어지는 것이다. 이 때 피타고라스는 가장 작은 비인 9/8의 간격으로 2의 제곱 계열의 수열과 3의 제곱 계열의 수열을 다시 분할하여, 1, 9/8, 64/81, 4/3, 3/2, 27/16, 243/128, 2… 과 같은 수열이 만들었다.
 
여기서 피타고라스는 음계 내의 음을 현의 길이의 비로 설명하기 위해 위의 수열에서 1, 9/8, 81/64, 4/3, 3/2, 27/16, 243/128, 2 로 이어지는 수열을 선택하였다. 즉, 특정 길이의 현을 진동시켜 나는 소리가 현재의 도 음을 낸다고 할 때, 그 현의 길이와 새로운 현이 9:8의 비율이 되도록 하면 새로운 현을 진동시킬 때 레에 해당하는 음이 난다고 보았다. 마찬가지 방식으로, 처음 현에 비해 81:64의 비율을 갖는 현을 진동시키면 미 음이, 4:3의 비율이 되도록 하면 파 음이, 3:2의 비율이 되도록 하면 솔 음이, 27:16일 때는 라 음이, 243:128일 때는 시 음이, 그리고 처음 현의 길이와 2:1의 비율로 길이가 짧은 현을 진동시키면 한 옥타브 높은 도 음이 난다고 생각했다.
 
<하편에서는 ‘수의 비를 통해 본 행성의 운동’이 이어집니다>
 
 

조수남 수학사학자
sunamch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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