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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폰 난청 급증, 유모세포 재생 기술은 걸음마 단계

[김은기의 바이오토크] 청각 재생기술 어디까지 왔나

필자 지인은 ‘귀’ 이야기만 나오면 지금도 가슴을 쓸어내린다. 5년 전 어느 날 대학생 딸이 갑자기 귀가 안 들렸다. 진단 병명은 ‘돌발성 난청(難聽)’, 즉 원인도 모르게 소리가 안 들렸다. 2년을 이 병원, 저 병원 다녀봤지만, 차도가 없었다. 딸은 손짓 발짓, 스마트폰 문자로 가족과 겨우겨우 소통했다. 미술을 전공했던 그녀는 대학 졸업 무렵 장래 진로를 놓고 혼자 끙끙 앓았었다. 극심한 스트레스가 돌발성 난청 원인일 거라는 의사 말이었다. 듣기를 포기하고 지내던 어느 날 그녀 귀가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소리가 다시 들렸다, 그것도 완벽하게. 의사는 기적이라 했고 부모는 성령이라며 매일 새벽기도를 나갔다.
 

청각유전자 주사 맞은
선천성 청각장애 쥐 귀가 번쩍

쥐 달팽이관 보조세포에 약물
청각 핵심인 유모세포로 전환

105dB 이어폰 2시간 들으면 난청
10대 환자 5년 새 30%나 늘어

달팽이관 구조 소리는 덮개막을 진동시켜 유모를 통해 유모세포에 전달된 후 전기신호 발생시켜 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된다.

달팽이관 구조 소리는 덮개막을 진동시켜 유모를 통해 유모세포에 전달된 후 전기신호 발생시켜 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된다.

이런 기적은, 하지만,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청력 손실은 회복이 거의 안 된다. 몸에서 제일 예민한 곳이 청각이고, 예민한 만큼 쉽게 부서지고 한번 망가지면 회복되지 않는다. 최근 젊은 층 난청 환자가 급증해 병원 난청 환자 38%가 30대 이하다.
 
젊은 만큼 귀가 튼튼할 텐데 무슨 이유일까. 원인은 이어폰 소음이다. 반면 대부분 난청은 나이 들면서 생긴다. 30대 이후부터 서서히 청력이 떨어져 60대는 30~40%가 난청, 즉 잘 듣지 못한다. 난청은 잡음이 들리는 ‘이명’(耳鳴)과 어지러움을 동반하기도 한다. 조금 불편한 정도면 참아도 된다. 하지만 잘 안 들리기 시작하면 주위로부터 점점 멀어진다. 고립되고 소통이 없어지고 자연히 우울증이 따라온다. 치매 비율이 3~4배나 높아진다. 가는 귀 먹는 건 흔한 일이라고 가볍게 넘길 수 없다. 줄기세포로 췌장·신장을 만들고 초정밀유전자 가위로 유전병을 고치는 21세기 첨단과학은 잃어버린 청각을 되찾을 수 있을까.
 
지난 1월 하버드 의대 연구팀은 귀가 전혀 들리지 않는 선천성 청각장애 쥐에게 청각유전자를 주사했다. 그러자 전혀 못 듣던 쥐가 속삭이는 작은 소리까지 듣게 됐다. 심 봉사 눈뜨듯 귀가 번쩍 뜨이는 이야기다. 한 달 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연구팀이 맞받았다. 간단한 두 종류 약을 사용해 쥐의 달팽이관에서 청각 세포를 만들어 냈다. 재생이 안 된다는 청각을 살린 것인가. 희망이 보인다. 하지만 소 잃기 전에 외양간을 튼튼히 해야 한다. 귀의 미로로 들어가 보자.
 
 
1만5000개 세포 피아노 건반처럼 늘어서
비정상 유모(위)와 정상 유모(아래). 유모는 소음에도 변형된다.

비정상 유모(위)와 정상 유모(아래). 유모는 소음에도 변형된다.

하버드대 연구진이 주사한 청각 유전자는 달팽이관 내 깊숙한 곳 세포에 정확하게 주입됐다. 달팽이관은 청각 핵심기관으로 소리의 기계적 진동을 전기신호로 바꾸어 뇌로 보낸다. 이곳 유전자가 비정상이었던 쥐에게 정상 유전자를 주입하자 소리가 들린 것이다. 청각세포 손상은 선천적·후천적으로 일어난다. 특히 큰 소리를 장기간 듣는 일은 난간에 올라선 어린아이처럼 위험하다.
 
대학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행사에 참석했던 필자 지인은 양쪽 귀 청력의 반을 잃었다. 강당에 설치된 대형 스피커 앞에서 굉음에 가까운 음악소리를 무심코 들은 것이 직접적 원인이었다. 이후 전화통화가 힘들어졌고 주위와 문자로만 소통한다. 여러 명이 함께 이야기하는 큰 공간이 그에게는 가장 힘들다. 시끄러운 파티장소에서도 상대방 이야기만 정확히 듣게 하는 ‘칵테일 파티 효과’ 담당 부위가 망가진 것이다. 에어컨 소리는 처음에는 듣다가 곧 못 느낀다. 꺼지고 나서야 다시 에어컨의 존재를 느끼는 이른바 ‘배경음 제거’ 능력도 떨어졌다. 예민했던 청각이 대형스피커 굉음으로 상처를 입은 것이다. 큰 소리는 어떻게 상처를 입힐까.
 
달팽이관 소리는 동굴 속을 통과하면서 늘어선 유모세포들을 진동시킨다.

달팽이관 소리는 동굴 속을 통과하면서 늘어선 유모세포들을 진동시킨다.

큰 스피커 앞에 물 잔을 놓으면 소리에 물이 흔들린다. 소리는 물결 같은 공기 파동이다. 귓바퀴에서 모아진 소리는 귓구멍(외이)을 통과해서 고막을 진동시킨다. 고막에 붙어있는 3조각 뼈(이소골)가 진동을 20dB(데시빌, 소리단위)로 증폭해서 달팽이관으로 전한다. 달팽이관은 와우(蝸牛), 즉 달팽이 껍질처럼 말려 있는 작은 동굴이다. 완두콩 정도 크기다. 동굴에는 좁쌀부피의 림프액이 차 있다. 고막-이소골로 전달된 소리 진동이 달팽이관 동굴 입구를 두들긴다. 림프액이 진동한다. 진동은 동굴입구에서 출구까지 물결처럼 움직인다.
 
진동을 전기신호로 바꾸는 과정은 쇼팽의 즉흥환상곡 연주를 연상케 한다. 피아노 건반처럼 1만5000개 세포가 달팽이관 입구부터 출구까지 늘어서 있다. 이 건반 위로 소리가 지나간다. 소리 진동 주파수에 맞는 건반만이 진동한다. 입구는 고음(8000Hz), 출구는 저음(200Hz)에 건반이 진동한다. 건반에는 가는 실(섬모)들이 세포와 연결되어 있다. 섬모가 움직이면 전기가 발생되고 이 전기신호가 두뇌로 전달된다. 섬모들이 붙어있는 세포, 즉 유모세포(有毛, hair cell)가 청각 핵심이다.
 
문제는 유모세포들이 예민하다는 것이다. 갑자기 큰 소리가 고막을 진동하면 자체에서 낮추는 임시방어 기능도 있지만 계속되는 고음에서는 속수무책이다. 계속되는 ‘펀치’에 유모세포가 시들어 죽는다. 고음, 저음 어느 부분이 먼저 문제가 생길까? 소리가 처음 들어오는 입구의 고음 담당 세포가 소음, 외부약물에 취약하다. 노인성 난청이 주로 고음부터 시작되는 이유다.
 
헬렌 켈러(왼쪽)와 가정교사 안네 설리반은 49년 동반자다.

헬렌 켈러(왼쪽)와 가정교사 안네 설리반은 49년 동반자다.

헬렌 켈러는 정상아로 태어났다. 하지만 19개월 때 뇌수막염으로 청력·시력을 모두 잃었다. 듣지도 보지도 못하는 그녀였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7살 때는 집식구들과 60개 접촉신호로 소통했다. 다른 감각들도 발전시켰다. 지나가는 사람 발자국 진동 패턴만으로도 나이성별을 알 수 있었다. 그녀가 가정교사 ‘안네 설리반’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설리반은 어릴 적 시각장애를 가졌다.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선생이다. ‘물’이란 단어를 가르치기 위해 헬렌 켈러의 손을 냇물에 담그고 손바닥에 ‘water’ 글씨를 썼다. 두 사람은 49년 인생동지가 된다. 헬렌 컬러는 두 가지 장애를 가지고도 하버드 자매대학(래드클리프)을 졸업했고 유명 작가가 됐다. 이번 하버드 대학 연구는 1000명당 한 명씩 발생하는 선천 청각장애자에게는 헬렌 켈러 같은 희망을 준다.
 
연구팀은 사람세포를 들락거리는 아데노 감기바이러스 유전자 뒤에 정상 청각유전자를 붙여 달팽이관 입구에 주사했다. 이른바 유전자치료(Gene Therapy)방법이다. 정상 유전자 주입 방법은 선천성 청각장애를 고칠 수 있다. 후천성 난청은 어떨까? 질병, 대형 스피커 앞 굉음노출, 높은 볼륨 이어폰 그리고 노화에 의한 청력손실 원인의 80%는 망가진 유모세포와 청각신경 때문이다. 유모세포를 새로 만들 수는 없는가?
 
 
청각은 잘 들릴 때 지키는 게 최선
2017년 2월 MIT 연구팀은 유모세포를 달팽이관에서 재생시키는 방법을 저명학술지 ‘셀 리포트(Cell Reports)’에 보고했다. 원리는 간단했다. 달팽이관 유모세포는 보조세포에 둘러싸여 있다. 두 종류의 약만으로 보조세포를 유모세포로 변환시켰다. 서로 다른 세포라도 둘 사이 전환은 가능하다. 더구나 두 놈은 같은 청각계통 사촌 간이라 효율이 더 높다.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쥐 달팽이관을 사용했다. 이 원리를 확장한다면 살아 있는 쥐, 더 나아가 사람에게도 같은 효과를 볼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한다. 이제 잃어버린 청각을 되찾을 희망이 보인다. 하지만 쥐 실험실 결과가 인간에게 적용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현명한 방법은 가진 것 잘 지키기다. 청력상실, 특히 노년기 청각상실은 소리보다 더 많은 것을 잃게 한다.
 
골프를 좋아하던 지인은 요즘 풀이 죽어 있다. 언젠가부터 귀가 잘 안 들리기 시작했다. 골프필드에서는 캐디와 손짓으로만 겨우 소통한다. 가까이에서 큰 소리로 이야기해야 하고 잘못 알아들으니 친구들도 그와 이야기하기를 꺼린다. 소리를 높이는 보청기를 사용해 보지만 이것저것 불편하다. 달팽이관 기능을 하는 마이크로폰 형태 미니전극인 인공와우 삽입수술도 가능하다. 하지만 인공와우가 분리하는 주파수는 16~22개다. 1만5000개 유모세포로 분리, 전달하는 원래 귀를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 청각은 잘 들릴 때 지켜야 한다.
 
 
노화·흡연·고혈압도 난청의 원인
난청원인은 노화·소음·흡연·고혈압 등이다. 특히 소음노출은 치명적이다. 최근 5년 사이 10대 소음성 난청이 30% 증가했다. 지하철을 타는 젊은 층은 상당수는 이어폰을 끼고 있다. 조용한 곳에서는 40dB이면 잘 들리던 이어폰을 지하철(80dB)에서는 115dB까지도 올린다. 85dB 8시간, 105dB 2시간이면 소음성 난청이 생긴다. 소음을 피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상증세가 있으면 병원에서 초기에 대처해야 한다.
 
옛날 어른들은 ‘밤에 휘파람을 불면 뱀이나 귀신이 나온다’고 했다. 하지만 뱀은 소리를 잘못 들으니 휘파람소리에 나오지는 않는다. 진짜 뜻은 모두가 잠들 고요한 밤에 고음의 휘파람 소리는 잠을 못 들게 하니 불지 말라는 이야기다. 예전과 달리 지금은 조용한 곳을 찾기가 힘들다. 그나마 조용한 곳에서도 이어폰으로 고막을 울린다. 귀 속 달팽이관은 구석기 시대 그대로다. 하지만 21세기 귀 바깥은 소음천지다.
 
‘늘그막 질병은 모두가 젊었을 때 불러들인 것이다. 그러므로 성할 때 더욱 조심해야 한다’. 노자의 말처럼 청력은 건강할 때 조심해야 한다.
 
 

김은기 인하대 교수
ekkim@in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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