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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산을 오르며

지난 일요일 모처럼 남도 끝 통영 바닷가를 지나 산행을 했다. 봄바람이 일렁이는 바닷물을 보며 파도를 헤치고 비진도라는 섬에 도착했다. 등산객들이 내린 섬은 조용했다. 바람은 물빛처럼 살랑거렸다. 봄에는 어디를 가나 좋다. ‘하늘이 보내준 계절이 봄’이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삶과 믿음

재작년에는 서해바다 흑산도를 지나 유채꽃 향긋한 청산도를 다녀왔다. 나이가 들수록 자꾸 혼자서 섬을 찾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바다의 넓은 지혜를 배우고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 마음의 위로를 받으려는 심산이 아닐까 생각했다.
 
‘강산은 주인노릇을 천 년 동안 하지만 우리 인간들은 백 년도 채우지 못하는, 잠시 스쳐가는 손님(江山千年主 人生百年客)’이라는 옛말이 꼭 맞는 것 같다. 강변의 물결이 거울처럼 반짝이는 섬진강을 지나자 남쪽엔 이미 벚꽃도 지쳐 시들하고 동백은 아예 떨어져 버렸다. 섬을 지나는 나그네들이 붉은 꽃을 모아 길가에 사랑마크를 만들어 놓았다. 어디 봄만 사랑의 계절인가.
 
섬의 산세는 항상 보기보다 가파르고 오르기가 만만하지 않다. 경사도 심할 뿐 아니라 계곡이나 물이 드물기 때문에 마음먹고 꾸준히 올라야 한다. 힘겹게 정상에 올라서니 툭 트인 전망이 반긴다. 시원함과 상쾌함이 가슴에 스며든다. 바닷바람의 소금기가 마음을 잠시 환기시킨다.
 
10년 전, 남해바다 섬 사량도. 정상의 칼 바윗길을 걸으며 “아! 섬사람들의 끈기와 인내심은 바람이 드센 그곳의 땅기운과 형세의 영향을 받았구나”했던 기억도 새로웠다. 그날 무사히 정상까지 올라 도시락을 먹고 있는데 누군가 내 주위에 두 사람이 와서 절벽 난간을 흔들어 보고 사진도 찍고 했다. 알고 보니 국립공원에 근무하는 관리직 공무원들이었다. 우린 어쩌다 올라오는 것도 힘든데 수시로 이렇게 높은 산을 올라야 하는 이분들이 존경스러웠다.
 
밥 먹는 사이에 두 사람이 사라져 ‘벌써 가셨을까’ 하고 보니 조금 있다 바위틈에 버려진 빈 물병 등을 한 자루 가득 담아 올리고 있었다. 대개의 사람들은 산에 오를 때 남에게 물을 얻거나 주지 않는다. 왜냐면 물 없는 산에서 물은 곧 생명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물을 다 먹고 그 물병을 산 정상에서 바위틈에 몰래 버린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날 밥을 먹으며 그 관리 직원에게 죄진 마음처럼 미안하고 무색했다. 예전에 누군가 말했다지.
 
“앞서 가는 길 흐리지 마라, 뒤에 올 사람에게 두렵기 때문이다.”
 
봄철이면 어디든 공원이고 맑은 바람이며 향기로운 꽃들이 반긴다. 금수강산도 좋지만 잘 보살피는 마음이 더 중요하지 않는가.
 
산을 내려오며 붉게 떨어지는 이 동백꽃은 누가 심었을까. 마음이 붉은 사람이 분명 누군가 보라고 심었겠지… .
 
 

정은광 교무 
원광대 박물관 학예사. 
미학을 전공했으며 
수행과 선그림에 관심이 많다. 
저서로 『마음을 소유하지 마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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