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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그리다 보면 성격·장점 더 잘 느끼게 돼”

반려동물 그리는 화가 조원경
자신의 반려견인 코비 그림 앞에서 포즈를 취한 조원경씨. 만화 느낌이 나는 팝아트 형식의 그림을 그리는 조씨는 “직접 반려동물을 그리면 영원히 기억될 추억과 사랑을 남길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빈 기자

자신의 반려견인 코비 그림 앞에서 포즈를 취한 조원경씨. 만화 느낌이 나는 팝아트 형식의 그림을 그리는 조씨는 “직접 반려동물을 그리면 영원히 기억될 추억과 사랑을 남길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빈 기자

화가 조원경(36)씨는 어릴 때 마당 큰 집에서 개 여러 마리를 키웠다. 기분이 울적할 때는 개들을 스케치했다. 그러면 속이 확 풀렸다. 동국대 대학원에서 유화와 미술교육을 전공하면서는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리카의 어린이들을 그렸다. 그러나 조씨가 원하는 생생한 표정을 구하기가 어려웠다. 다른 사람이 찍은 사진은 초상권에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현장에 가야 했지만 내전이 심한 아프리카에 갈 용기를 얻지 못했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았고 또 강아지를 그렸다.

주인이 직접 반려견 그리게 도와줘
그림으로 추억과 사랑 남길 수 있어
유심히 관찰하게 돼 애착 더 느껴
해외 동포가 그림 배우러 오기도

 
조씨는 서번트 증후군 화가 스티븐 윌셔를 부러워한다. 화가 윌셔는 한 번 본 풍경을 사진 찍듯이 기억하고 이를 그림으로 그려냈다. 조씨는 그 정도의 재능은 없었다. 그러나 자신의 반려견인 코비의 모습은 그림으로 기록하고 싶었다. 사진으로도 포착하기 어려운 그 오묘한 표정을 크로키로 스케치했다. 사람보다 수명이 짧은 코비의 생로병사의 모습을 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조씨는 개인전과 그룹전을 총 11차례 열었다. 그중 반려동물과 관련한 전시는 네 차례다. 꽃과 개를 소재로 한 ‘꽃개전’, 버려진 개가 새 주인을 만나 행복을 찾는 ‘내 개로’, 개와 고양이를 함께 그린 ‘견묘지애’ 등이다. 화풍은 만화 느낌이 나는 팝아트다. 붓 자국이 보이지 않고 말끔해 디지털 그림판으로 그린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 품은 많이 든다. 여러 차례 덧칠해야 현실적이면서도 만화적인 느낌을 낼 수 있다.
[조원경 인스타그램]

[조원경 인스타그램]

 
조씨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코비 그림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전시회 의뢰가 들어오고 SBS TV 프로그램 ‘동물농장’의 삽화도 그리게 됐다. 그러면서 조씨에게 반려동물 그림을 그려달라는 사람도 많아졌다. 동물의 초상화를 그려주는 화가는 흔하다. 조씨는 그냥 그려주지 않았다. 대신 주인이 직접 그리게 도와준다. 조씨는 “다른 걸 그릴 때보다 내가 키우는 반려동물을 그릴 때 훨씬 행복하다. 세상 스트레스를 모두 잊고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 즐거움을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반려동물과 인간은 수명이 다르다. 이별이 빨리 찾아온다. 조씨가 그림을 그려주지 않고 주인이 직접 그리게 도와주는 이유다. 조씨는 “강아지들의 수명이 사람보다 짧아 비극이 되기 쉽다. 너무 정이 들어 강아지가 무지개다리를 건너면(세상을 떠나면) 우울증에 걸리는 사람도 많고 심지어 함께 가는 사람도 있다더라. 그러나 그림으로 추억과 사랑을 남길 수 있다고 믿는다. 진정 마음을 담아서 그리면 슬픔을 넘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수강생이 자신의 반려견을 그리고 있다.

수강생이 자신의 반려견을 그리고 있다.

조씨가 견주들을 대상으로 그림 그리기를 가르치는 ‘코비네팝아트’의 하루 코스는 주말에 4~5시간 수업으로 이뤄진다. 지금까지 51번 수업을 열었고 총 400명 정도가 강의를 들었다. 제주를 포함해 전국에 출장 강의도 열었다. 최근 『우리 강아지 내가 그려줄게』라는 책도 냈다. 해외에는 이런 강의가 없기 때문에 수업을 듣기 위해 외국에서 오는 동포들도 있다. 그림 솜씨 없는 사람도 그릴 수 있다. 조씨가 사진을 보고 스케치를 미리 준비하고 견주들은 색칠을 하는 방법이다. 조씨는 자신의 작품활동을 위해 매 클래스 다른 주제의 그림을 그린다. 꽃이 많은 봄에는 꽃개, 보타이를 맨 반려동물, 크리스마스와 강아지 등 무겁지 않은 주제를 활용한다. 수강생 중에는 반려동물의 여러 표정을 담기 위해 다른 주제 클래스에 여덟 번이나 참가한 사람도 있다. 여성이 85% 정도다.  
 
수강생들은 직접 그림을 그리면서 강아지를 좀 더 자세히 관찰하게 된다. ‘검은색인 줄 알았던 코가 진한 갈색이었네’ ‘입술에 나도 모르던 점이 있었네’라고 놀란다. 조씨는 “강아지를 관찰하면서 좀 더 애착을 느끼게 된다. 함께 살아온 삶의 일부인 강아지에 대해 훨씬 더 많이 알게 되고 동물의 성격과 미묘한 감정들도 느낄 수 있다. 그러고 나면 소통이 더 쉬워진다. 더 잘 지내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려동물과 주인 사이에는 모두 사연과 추억이 있다. 조씨는 “무지개다리를 건넌 아이(세상을 떠난 강아지)를 추억하려는 사람, 아픈 강아지가 그 다리를 건너기 전 남겨두고 싶은 사람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그림 한 장에 세 마리를 동시에 그려야 한다는 사람도 있었다. 캔버스가 작아서 세 마리는 무리라고 했더니 “1년 만에 세 마리가 다 떠나버렸는데 세 마리가 함께 찍은 사진이 없다. 가족사진이 없는 것과 같다”고 했다. 결국 그 사람은 오랜 시간이 걸려 세 마리를 한 화폭에 넣고 행복해했다.
 
조씨는 “반려동물 문화가 1년이 아니라 6개월 간격으로 달라지는 것 같다”면서 “강아지와 함께 갈수 있는 곳이 늘어났다. 예전에는 반려견 입장이 불가능했던 카페에 강아지 환영이라고 쓴 곳이 많아졌다. 요즘 생기는 쇼핑몰엔 반려동물 입장이 되고, 강아지 식당이나 용품도 많아진다. 좀 늙은 개는 어린 강아지에게 ‘팔자 좋아졌다’고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뿐 아니다. 반려견용 요가인 일명 도가(dog+yoga)가 생겼다. 반려견과 해외여행을 가고, 개 전용 서핑, 전용 해수욕장도 생겼다. 햄버거집에서는 강아지 전용 비스킷을 팔고 하루 30만원짜리 전용 호텔, 개밥 룸서비스도 등장했다. 4월 23일까지 코엑스에서는 국제캣산업박람회가 열렸다. 부제는 ‘가슴으로 낳아 지갑으로 모셨다’다. 조씨는 “돈이 많이 든다. 그러나 반려동물을 위해서 이면서 본인의 만족을 위해서이기도 하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사랑이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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