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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제재 대비 거리에 차 줄어…‘설마 전쟁이 나겠어요’ 분위기

홍콩 피닉스TV 기자가 본 4월 위기설 속의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리포트 중인 훠웨이웨이 기자. [사진 훠웨이웨이 제공]

김일성 광장에서 리포트 중인 훠웨이웨이 기자. [사진 훠웨이웨이 제공]

북한의 추가 핵실험 준비와 미국의 선제타격 가능성이 대두하면서 한반도 위기설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됐던 4월이었다. 그 사이 북한은 130명의 해외 각국 기자를 불러들여 태양절(김일성 생일)에 치러진 열병식 행사를 취재하도록 했다. 홍콩 피닉스TV(봉황위성)의 중국인 기자 훠웨이웨이(偉偉)는 외신기자 중에서도 마지막까지 남아 17일간 평양의 여기저기를 취재하고 지난 4월 27일 베이징으로 돌아왔다. 네 차례 방북 취재 경험이 있는 훠 기자의 눈에 비친 2017년 4월의 평양 모습을 들어보았다.

미사일 발사 실패 묻자 놀라
열병식 때 ‘서울 진공’ 깃발도
서민들 생활 나아진 건 분명
대북제재로 무역은 정체 상태

 
핵실험을 강행하면 전쟁이 터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나돌았는데 실제 분위기는 어땠나.
“대체로 평온했고 긴장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지하철역이나 수영장 등 공공장소에서 만난 시민들은 말로는 ‘우리는 제재에 굴복하지 않습니다. 언제든지 결정만 하면 핵실험도, 전쟁도 준비가 돼 있습니다’고 말했는데 그들의 어투나 표정은 ‘설마 전쟁이 나겠어요’라고 말하는 듯했다. 단지 모범답안을 말할 뿐이란 생각이 들었다. 태양절 다음 날인 16일 미사일을 발사해 실패했다는 소식을 알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다들 놀라는 표정이었다. 그런데 그들의 대답은 똑같았다. ‘조선에 실패란 없습니다. 믿을 수 없습니다’고 말했다. 결국 평양방송이 보도하지 않는 미사일 실패 소식을 내가 시민들에게 알려준 셈이 됐다. 안내원이 옆에 있었음에도 이런 민감한 질문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예전과 달라진 모습이었다.”
 
태양절 열병식은 2015년 10월의 당 창건 기념일 열병식과 비교해 어떠했나.
“기본적으론 같았지만 이번에 서울을 타격하는 것을 주 임무로 하는 부대가 깃발에 ‘서울 진공’이란 글씨를 새기고 등장한 것은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같이 지켜보던 북한의 안내원이나 간부도 놀라는 표정으로 자기들끼리 수군거렸다. 미국이 선제타격해 오면 서울을 반격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평양의 경제 상황은 어떠한가.
“서민들의 생활이 나아지고 있다는 건 분명한 것처럼 보인다. 평양 근교의 장천시범농장과 주민들의 가정집을 방문했다. 2015년 같은 곳을 갔을 때와 비교하면 농작물 수확이나 주민 삶이 나아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매년 20%씩 곡물 수확이 늘고 있다고 들었다. 작업반장은 1년에 쌀 350㎏을 분배받고 나머지 작물들로 부수입을 올리고 있으니 먹는 걱정은 안 한다고 했다. 수확이 늘어난 건 할당량 이외의 잉여 생산물을 농민들이 각자 처분할 수 있도록 한 일종의 도급제를 실시한 덕분인데 이는 덩샤오핑(鄧小平)이 중국의 개혁·개방 초기에 실시했던 방식과 비슷하다. 상업도 활발해졌다. 평양 시내 골목길에는 밤중에도 채소나 식용유 등을 내다 파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고 음료수나 간식 거리를 파는 매대(賣臺)도 많아졌다. 광복거리에 있는 백화점에는 중국산이 30%, 일본산 20% 정도, 그 외 러시아산 등 수입제품들인데 북한 제품도 20~30% 정도 차지하고 있었다. 북한 상품은 과자류를 비롯한 먹거리나 봉제 섬유 제품 위주였다.”
평양 야경. 시내 중심부 주요 시설물에만 야간 조명으로 불이 들어와 있다.

평양 야경. 시내 중심부 주요 시설물에만 야간 조명으로 불이 들어와 있다.

 
전력 사정은 어떤가.
“집집마다 태양광 발전판을 갖추고 있다. 바꿔 말하면 여전히 가정용 전력 공급이 충분치 않다는 의미다. 내가 머무는 호텔에서도 이따금 정전이 되곤 했다. 물론 금세 다시 전기가 들어오는 게 과거와 달라진 모습이다. 사회과학원 학자에게 물어보니 전기 부족 현상을 시인하면서도 ‘전력 생산량은 분명히 과거보다 늘었지만 공장 가동이 활발해지면서 전력 수요가 더 빨리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경제 사정이 호전된다면 대북제재의 영향은 없다는 말인가.
“꼭 그렇게 볼 수는 없다. 내가 머무는 동안 평양 거리의 자동차 대수가 줄어드는 현상이 일어났다. 그 사이 주유소들이 차례로 문을 닫았기 때문인데, 중국의 원유 공급 제한에 대비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지난 4월 27일 평양 시내에서 공항으로 가면서 타고 나온 차량도 도중에 기름이 떨어질지 모른다고 걱정할 정도였다. 북한 경제가 호전되고 있다고 해도 워낙 기초가 없어 아직 초보적인 단계에 불과하다. 특히 대외무역이 경제성장을 이끌어가야 하는데 제재의 영향으로 무역이 정체 상태에 있다.”
 
 
예영준 베이징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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