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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 청구·발부 기준 명확히 하고 방어권 보장 제대로 해줘야”

전문가 대안
형사소송 전문가들은 영장실질심사 제도가 재판처럼 진행되는 부작용을 줄이고 인권 보호라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구속=유죄’라는 인식부터 바꿔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검찰 최고위직을 지낸 한 변호사는 “몇 개월에 걸친 재판 결과보다 순간적 결정에 의지하는 구속 여부가 더 중요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비정상적이다. 온 국민이 새벽 3~4시까지 누군가의 구속 여부를 보려고 기다리는 게 말이 된다고 보나. 과도한 관심으로 인해 영장실질심사가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이로 인해 억울한 피해자들이 생긴다. 구속이 단죄의 수단이라는 인식부터 바꿔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권친화적 절차 만들 필요성
구속적부심, 보석제도 현실화
변호인 조력 받을 시간 더 줘야

 
구체적으론 구속 사유를 보다 객관적으로 명확하게 규정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단순히 추상적 사유만 쓸 게 아니라 ‘양형기준’처럼 구속이 되고 안 되고의 기준을 더 자세히 보여 주자는 취지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준을 좀 더 명확히 알려줄 필요가 있다. 사안이 중대한 게 뭔지,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구체적으로 뭔지 내부에서 쌓은 경험들을 바탕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면 굳이 영장실질심사가 본안 재판처럼 운영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방식대로 영장실질심사가 운영된다면 피의자들의 방어권을 제대로 보장하는 안전장치를 더 충실히 갖춰야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영장 청구 후 변호인의 조력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를 막을 필요가 있다. 준비 기간을 적절히 늘리는 것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변호사 단체장을 지낸 한 변호사의 최근 경험담이다.
 
“구속영장실질심사 사건 대리를 위해 법정에 갔다 깜짝 놀랐다. 전날 체포 상태인 피의자를 1시간 이상 접견했지만 더 물어볼 게 있어서 대기실로 갔는데 국선변호인 한 명이 접견 공간을 차지하고 나오지 않는 것이다. 한 피의자가 들어가면 5분가량 이름·나이·전과·혐의 등을 물어본 뒤 끝나면 또 다른 피의자랑 얘기를 나누더라. 20여 분 동안 5명가량과 얘기하고는 실질심사가 시작됐다. 그렇게 접견해선 나라면 이름도 헷갈릴 거 같은데 어떻게 피의자들 사정을 알아서 제대로 변호할지 의문이 들었다. 법원에선 준비할 시간을 충분히 준다고 하지만 실제 제대로 되는지는 의문이다.”
 
불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입증하는 부담이 피의자에게 지나치게 지워진다는 지적도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범죄의 중대성,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구속 요건인데 검찰이 범죄의 중대성과 도주 우려를 묶어서 주장하고 법원도 이를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즉 법정형이 10년 이상인 혐의를 적용하면서 중대범죄이므로 도주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검찰이 어떤 죄목을 적용할지에 따라 달라진다. 그런데 이 부분을 반박하려면 피의자가 자신이 증거인멸 안 하고 도주하지 않는다는 부분을 소명해야 한다. 뭔가 거꾸로 된 것이다”고 지적했다.
 
구속수사 자체를 엄격히 제한하자는 이들도 있다. 네 번 구속됐지만 모두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박주선(국민의당) 국회부의장의 말이다.
 
“구속되면 신체적 부자유에서 오는 정신적 고통, 수입이 끊기는 데서 오는 경제적 고통, 범죄자 취급받는 데서 오는 사회적 고통에 시달린다. 그야말로 간난신고(艱難辛苦)다. 나중에 무죄를 받아도 이 피해는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구속수사를 엄격히 제한해야 하는 이유다. 이를 위해선 구속적부심, 보석제도가 현실적으로 운영될 수 있게 해야 한다. 검찰 스스로 신중할 수 있도록 구속 기소한 사건에서 무죄가 날 경우 엄정하게 평가해 해당 검사에게 책임을 묻는 제도도 검토해 볼 만하다.”
 
 
박민제 기자, 조수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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