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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끝내기…통합정부 카드, 보수 표심, 투표율이 관건

카운트다운, 남은 변수는
이젠 끝내기만 남았다. 30일로 대선 D-9. 그야말로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하루만 지나면 5월로 접어들면서 본격 연휴가 시작된다. TV토론도 다음달 2일이면 끝나고 3일부터는 여론조사 공표도 금지된다. 다음달 4~5일엔 사전투표도 예정돼 있다. 진짜 실전 모드에 들어서는 셈이다.

중원 장악 둘러싸고 사활 건 난타전
安, 대통합 배수진 9회 말 역전 노려
文도 내부 설화 단속 등 방심 경계령

 
이달 초 대선후보들이 모두 확정된 뒤 “기나긴 한 달이 될 것”이라던 예상대로 4월 한 달간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지면서 대선판도 크게 출렁였다. 네거티브를 앞세운 검증 공세가 본격화됐고 ‘주적’ ‘송민순 문건’ 논란 등 안보 이슈가 잇따라 불거졌다. 세탁기·갑철수·동성애 등 TV토론 발언이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중원 장악을 위한 사활을 건 난타전 속에 대선 레이스는 어느새 종반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최대 관심사는 역시 굳히기냐, 뒤집기냐다. 유권자들의 눈과 귀는 선두를 고수하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맞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등이 초읽기에 몰린 상황에서 과연 어떤 회심의 승부수를 던질 것이냐에 모아지고 있다.
文 ‘흑 6집 반 공제’하고도 남을까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양강 구도로 진행되던 대선 정국이 최근 1강1중3약 구도로 재편되면서 정치권 일각에선 “사실상 전투가 끝난 것 아니냐”는 섣부른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1강2중2약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마저 들린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전문가는 “누구도 속단할 수 없는 안갯속 혼전이 막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며 결국엔 계가 바둑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서너 집짜리 작은 끝내기만 남은 듯 보이지만 한 수만 잘못 둬도 대마가 횡사할 수 있는 살얼음 판세라는 분석이다. 문 후보 핵심 참모도 “이번 대선의 가장 큰 특징은 유동성이 전례 없이 크다는 점”이라며 “막판까지 수성과 공성을 위한 피 말리는 수싸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모두의 관심은 안 후보가 과연 얼마나 표를 결집시킬 수 있을 것이냐에 쏠리고 있다. 어차피 문 후보는 상수인 데다 다른 후보들도 선두로 치고 나가기엔 역부족인 게 현실이란 점에서다. 1위 자리를 놓고 문 후보와 안 후보가 경쟁하는 가운데 안 후보가 대마불사 신화를 깨고 9회 말 역전 홈런을 칠 수 있느냐가 제1의 관전 포인트라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표 계산을 제대로 하려면 최근의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잡히지 않는 ‘샤이 안철수’ 표를 감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잖다. 문 후보 측도 영남과 호남, 중도와 보수 유권자 중 맘속으로는 안 후보를 점찍어뒀으면서도 끝까지 판세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표심이 최소 5~6%는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해찬 공동선대위원장이 “대통령 선거는 너무나 민감해 일주일 사이에도 뒤집어질 수 있다”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바둑으로 치면 문 후보가 흑 6집 반은 공제하고 계가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안 후보 측이 믿는 구석도 바로 이 부분이다. 여기에는 여론조사의 적실성 논란도 곁들여진다. 한 측근은 “미국 대선 당일에도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당선 확률이 CNN은 91%, 뉴욕타임스는 84%라고 했는데 결국엔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완승을 거두지 않았느냐. 브렉시트 투표 등 여론조사와 실제 민심이 달랐던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며 역전을 자신했다. 다음달 3일부터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는 ‘깜깜이 선거’에 들어서면 막판까지 고심한 유권자들의 표심 이동은 개표할 때나 드러나게 된다는 점도 변수다.
 
문제는 안 후보의 ‘팻감’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어떻게든 선수를 쥐고 판을 흔들어야 상대방의 실착도 유도할 수 있는데 그러기엔 실탄이 마땅찮은 상황이다. 지역의 바닥 조직도, 현역 의원 수도, 공보팀 등 화력도 제1당인 민주당을 넘기엔 2% 부족하다. 네거티브 등 쓸 만한 카드도 거의 소진된 상태다.
 
안 후보의 더욱 근본적인 고민은 집토끼와 산토끼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져 있다는 데 있다(본지 4월 2~3일자 3면). 문 후보의 확장성 한계와 맞물려 지난 한 달간 안보 이슈 등에서 보수적인 목소리를 내거나 보수 정당과 연대를 모색하는 등 중도·보수층을 우선 챙기는 전략을 써왔지만 결과는 찾아오는 산토끼보다 가출하는 집토끼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집토끼를 챙길라 치면 산토끼는 “그럼 그렇지”라며 다른 보수 후보에게 눈을 돌리고 있는 형국이다. 안 후보 핵심 측근도 “DJP 연합도 1년 반 넘게 정교하게 준비해 겨우 성사시킨 건데 한 달여 만에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니 예상치 못한 시행착오가 한둘이 아니더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홍준표, 단일화 카드로 2위 노려  
그렇다고 게임이 끝난 것은 아니다. 안 후보도 남은 9일간 모든 화력을 쏟아부을 작정이다. 한 측근은 “고공전과 백병전이 동시에 전개될 것”이라며 “뭐 하나만이라도 ‘신의 한 수’가 된다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게 내부 판단”이라고 전의를 다졌다. 지난 28일 안 후보가 ‘대통합 개혁공동정부’ 구상을 발표한 게 신호탄이다. 대선 이후 통합 정부 구성이란 승부수로 머뭇거리는 중도·보수 유권자들의 표심을 붙잡겠다는 심산이다.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낸 것도 상징적 효과가 작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안 후보 주변에서는 이에 더해 대통령 당선 후 기득권 포기나 패배할 경우 정계 은퇴 등 배수진을 치는 선언이 잇따를 것이란 얘기도 흘러나온다.
 
이에 맞서 문 후보 측은 “끝까지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며 방심 경계령을 발동하고 나섰다. 비록 최근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가 안 후보를 거의 더블 스코어 차로 앞서는 걸로 나오고 있지만 워낙 가변성이 큰 선거인 만큼 최악의 상황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문 후보 주변도 한마디로 ‘조심 또 조심’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역대 대선에서 늘 추격자 입장에만 섰지 이번처럼 오랜 기간 선두를 수성한 경험과 노하우가 없다 보니 왠지 모를 막연한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 상황”이라고 내부 기류를 전했다.  
 
내부 입단속도 발등의 불이다. 후보나 핵심 측근의 돌발 설화가 끝내기 정국에서 폭발력 있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004년 17대 총선 때도 탄핵 역풍이 거세게 일면서 열린우리당의 압승이 예상됐지만 정동영 당시 당의장의 ‘노인 폄하 발언’ 논란으로 순식간에 판세가 요동친 전례가 있다. 선대위는 이미 구설수 전력이 있는 당내 ‘빅 마우스’들에게 함구령과 ‘SNS 주의보’를 동시에 내린 상태다.
 
그런 가운데 홍 후보의 행보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TV토론 발언 등으로 인해 비판도 많이 받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존재감 또한 부각되면서 대구·경북(TK) 등 영남 지역과 보수층 표심이 부쩍 홍 후보 쪽으로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5~27일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보수층의 홍 후보 지지도가 36%를 기록하며 전주에 비해 16%포인트나 급증하면서 안 후보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자유한국당 내에서는 이런 추세대로라면 안 후보를 지지하던 중도·보수층과 50~60대 중장년층 표심이 홍 후보로 대거 이동하면서 홍 후보가 2위로 올라설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선대위 관계자는 “안 후보가 문 후보를 이길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주지 못하자 전통적인 보수 지지층이 ‘그럴 바엔 원래 우리 후보를 찍자’는 분위기로 돌아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날 남재준 통일한국당 후보가 전격 사퇴한 뒤 홍 후보 지지를 선언한 게 또 다른 변화의 기폭제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홍 후보가 여세를 몰아 조원진 새누리당 후보와의 단일화에도 성공할 경우 확고한 보수 대표 후보로 자리매김하면서 문 후보의 대항마로 떠오를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호남 민심 어떻게 모아질지도 관심  
또 다른 변수는 호남 민심과 실제 투표율이다. 특히 호남 민심은 서울·인천 등 수도권 표심에 미치는 파급력이 적잖다는 점에서 늘 주목의 대상이 돼왔다. 이번 대선에서도 호남 민심은 계기가 있을 때마다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25일 TV토론에서 문 후보의 실수가 잇따르자 곧바로 문 후보 지지도가 빠지고 무응답층이 증가한 게 대표적이다.  
 
호남 기류는 여전히 복잡하다. 한편에서는 “호남이 보수층과 같은 후보를 찍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 ‘미워도 다시 한번’ 심정으로 문 후보를 밀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는 데 대해 “그래도 문 후보를 찍을 순 없다. 지난해 총선 때도 전략적 선택이 들어맞지 않았느냐”는 반론도 만만찮다. 그런 가운데 현지에서는 “예전처럼 한 후보에게 몰표를 주진 않겠지만 결국엔 차선이 누굴지 이심전심 선택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 설득력을 얻어가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심상정 후보의 호남 지지도가 급등하고 있는 게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세대별 투표율도 관심사다. 최장 11일 연휴는 젊은 층, 유력한 보수 후보의 부재는 노년층 투표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촛불민심의 연장선상에서 이번엔 젊은 층이 투표장에 대거 몰릴 것”이란 예상과 “그래도 중장년층 투표율이 더 높을 것”이란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문 후보 지지에 나선 조국 서울대 교수가 “여론조사는 어음이고 투표는 현찰”이라며 투표 독려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각 후보 진영도 사전투표 직후 연령별·지역별 투표 성향 분석에 나서기로 하는 등 지지자들의 실제 투표율을 끌어올릴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박신홍 기자 jbj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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