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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비핵화 전제되지 않으면 北과 협상 안할 듯

트럼프 대북정책 시나리오 분석
한국 정부 반발에 트럼프 또 “사드 비용 내라” 윤병세 외교부 장관(왼쪽)이 28일(현지시간) 유엔 안보리 장관급 회의 직후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윤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0억 달러’ 사드 비용 청구 발언과 관련, 틸러슨 국무장관에게 우리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또다시 “한국이 (사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로이터=뉴스1]

한국 정부 반발에 트럼프 또 “사드 비용 내라”윤병세 외교부 장관(왼쪽)이 28일(현지시간) 유엔 안보리 장관급 회의 직후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윤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0억 달러’ 사드 비용 청구 발언과 관련, 틸러슨 국무장관에게 우리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또다시 “한국이 (사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로이터=뉴스1]

김일성 주석의 생일(태양절·15일) 등을 계기로 지난 한 달 한반도의 긴장은 최고조에 올랐다. 북한의 6차 핵실험과 이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선제타격을 가상한 ‘4월 위기설’까지 나돌았다. 다행히 무력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압박 핵 포기 협상 평화’ 구상
中 협력 계속 받을 수 있을지 의문
北 핵 포기 카드 구체적 언급 없어
북핵 완성될수록 ‘동결’ 논의 가능성
한국은 美 공격 마지노선 따져봐야

 
그러나 한반도의 긴장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북한의 도발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100일을 앞두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핵 문제 관련 장관급 회의가 열리고 있던 29일에도 이어졌다. 미국 항공모함 칼빈슨함이 동해로 진입하고 있던 이날 북한은 평남 북창 일대에서 탄도미사일 1발을 쏴 ‘호락호락 물러서진 않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4월에만 세 번째 탄도미사일 발사다. 북한에 강력한 경고를 보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인내력을 시험해 보려는 도발 성격이 짙다. 트럼프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트위터를 통해 “북한은 중국과 시 주석의 바람을 존중하지 않았다”며 “나쁘다”고 직접 비난했다. 북한 핵실험 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도 여전히 유효한 카드다.
 
28일(현지시간) 안보리에서는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 주재로 15개국 외교장관들이 모여 북한 문제를 논의했다. 앞선 26일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새 대북정책이 윤곽을 드러냈다. 상·하원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브리핑에서다. 트럼프 외교안보팀은 브리핑 뒤 틸러슨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그리고 댄 코츠 국가정보국(DNI) 국장 등 3명의 명의로 공동성명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트럼프의 새 대북정책은 ‘최대의 압박과 관여(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다. 압박과 제재를 강조하면서 협상의 문도 열어놨다. 단 “비핵화를 향한 협상”이다.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와의 차이점은 중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대북 압박의 강도가 높아지고 구체화했다는 점이다. 그만큼 북한의 핵 개발을 막을 수 있는 시간이 줄었다는 것을 방증한다.
 
언뜻 보면 트럼프와 오바마의 대북정책은 큰 틀은 유사한 측면이 있다. ‘압박과 협상’, 즉 ‘채찍과 당근’이라는 전통적인 외교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트럼프와 오바마의 대북정책의 차이가 뭔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결국 관건은 디테일에 있다. 변화무쌍한 국제 정세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상황을 이끌어 가느냐에 따라 트럼프의 새 대북정책의 성패는 좌우될 것이다.
 
현재 트럼프가 추구하는 대북정책의 프로세스는 ‘북·중 동시 압박→북한의 핵 개발 포기→협상→한반도 평화 정착’으로 요약된다. 하지만 그 과정에 적지 않은 걸림돌이 있다. 트럼프의 시나리오에 맞춰 그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살펴보자.
 
①미국의 북·중 압박과 제재의 실효성은
워싱턴에선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움직임이 활발하다. 하지만 그 실효성에 기대를 거는 이는 거의 없다. 이미 안보리의 대북 결의와 미국의 대북 독자 제재로 인해 북한에 대해 직접적으로 쓸 수 있는 카드는 거의 소비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가 눈을 돌린 것이 중국이다. 환율조작국 지정과 세컨더리 보이콧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이유다. 4월 초 미·중 정상회담(지난 6~7일) 이후 시진핑 주석의 북한을 옥죄는 제스처에 트럼프는 고무돼 있다. ‘내가 중국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카드를 쥐고 있는 이상 시진핑은 내 대북정책 기조를 따라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란 게 트럼프의 기대다. 대북 원유공급 축소를 거론하고 있지만 중국은 여전히 북한에 대한 언급 없이 “유관국 간의 대화와 평화적 방법에 의한 해결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쌍궤병행(雙軌竝行·비핵화 프로세스와 북한의 평화협정 협상)’과 ‘쌍중단(雙中斷·북한 핵과 미사일 도발 중단,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촉구하는 것도 여전하다.
 
현 시점에서 트럼프는 베이징 정부의 셈범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과 ‘체제가 붕괴된 북한’ 중 어느 쪽이 중국에 더 위협적이냐는 것이다. 대중국 압박 전략에서도 이를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중국 정부는 이미 “대북제재는 유엔 안보리의 틀 안에서 결정돼야 한다”고 여러 차례 천명했다. 여기엔 미국의 중국에 대한 직접적인 압박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중국의 대북 압박 제스처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지금은 트럼프 정책에 동조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지만 언제든지 정세 변화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것은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②북한이 ‘핵 개발=생존’ 버릴까?
쉽지 않은 문제다. 현재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핵 개발을 포기할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은 거의 없다. 이미 북한은 ‘핵 개발=생존’이라는 입장이다. 트럼프에게도 가장 고민스러운 부분일 것이다. 어떻게 김정은으로 하여금 핵 개발을 포기하게 할 수 있을까.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에 밝힌 대북정책에서도 이에 대한 묘안은 보이지 않는다.
 
중국의 최근 대북 원유공급 축소 카드에 김정은이 위축된 것은 사실일 것이다. 김정은은 아마 1990년대 수십만 명 이상이 굶주려 사망했던 ‘고난의 행군’ 때를 연상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북한의 효용성을 중국이 잘 알고 있다는 믿음을 버리지 않았을 것이다. 북한이 전략적 자산이냐 부채냐를 따져볼 때 중국엔 자산에 가깝다는 것이 북한 지도부의 판단일 것이다. 이 때문에 경제 붕괴로 인해 체제 유지가 어렵게 되기 전까지는, 급변사태의 발생 전까지는 김정은의 핵 야망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정은은 리비아의 독재자 카다피가 핵 포기 후 몰락했던 것을 여전히 마음에 새기고 있을 것이다.
 
③“비핵화?” 아니면 “핵동결?”
우선 협상 어젠다를 놓고 북·미 간 간극이 클 것이다.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요구하는 북한과 이를 무시하고 비핵화를 요구하는 미국의 줄다리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시간이 흐를수록, 북한의 핵무기가 완성될수록 북핵 협상의 주요 어젠다는 ‘비핵화’에서 ‘핵동결’로 기울게 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새 대북정책에서 내놓은 협상론은 아직 구체적이지 않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트럼프의 입장에선 핵동결을 조건으로 북한과 협상하진 않을 것이다. 결국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는 협상에는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가장 주목해야 할 대목 중 하나는 미국의 대북 군사적 행동의 마지노선이다. 이번 미 행정부의 성명에서는 다행스럽게 북한 핵·미사일 시설에 대한 선제타격은 언급되지 않았다. 일단 후순위로 두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하고 이를 탑재할 수 있는 ICBM 개발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판단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미 본토가 직접 위협받을 때는 백악관도 다양한 옵션을 거론할 수 없게 된다. 5월에 출범하는 한국의 새 정부가 하루빨리 주변국과의 외교를 강화하고 목소리를 내야 하는 이유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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