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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유죄’ 아니다, 구속된 10%는 무죄

[탐사기획] 권력형 비리 구속 사건 119건 확정판결 추적 
제19대 대통령 선거일이 9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검찰 개혁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수사·기소권 등 막강한 권한을 독점하면서도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탄핵되고 구속되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제 역할을 못했다는 비판이 크기 때문이다. 각 대선주자 선거캠프에서도 이번만큼은 무소불위의 검찰권을 줄이고 견제할 수 있게 제대로 고쳐보자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검경 수사권 조정, 경찰에 영장청구권 부여 등의 방안이 거론된다. 다음달 2일로 예정된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사회 분야 대선주자 TV토론에서도 후보별 다양한 검찰 개혁 방안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증거 부족 등으로 무죄 선고
집행유예도 전체 26.1% 차지
수사상 목적 이외 악용 우려
“처벌 개념 구속 없어져야”

중앙SUNDAY는 2000년 이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2013년 중수부 폐지 이후엔 중앙지검 특수부, 특별수사본부 등)에서 수사해 구속기소한 주요 권력형 비리사건 피의자 중 형이 확정된 119명의 대법원 판결 결과를 추적했다. 검찰권 남용의 대표적인 병폐로 지목되는 판결 확정 전 처벌의 수단으로 구속이 악용되는 부분에 대한 문제 제기를 위해서다. 조사 결과 이 가운데 12명, 10.1%가 무죄(핵심 혐의에 대한 일부 무죄 3명 포함) 판결을 받았다. 이는 같은 기간 일반 형사 합의사건 무죄율(2.3%)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검찰이 기소한 전체 사건 무죄율(0.58%, 2015년 기준)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 커진다. 집행유예 판결은 26.1%, 벌금형 선고는 0.8%였다.
 
검찰에서 가장 수사를 잘하는 검사와 수사관들이 총동원돼 구속까지 시킨 사건의 무죄율이 왜 이렇게 높았을까. 12건의 해당 사건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검사의 입증이 부족하거나 증거가 충분치 않다는 판단이 75%였다. 나머지는 법리적 판단이 잘못됐다는 이유였다. 1차적으로 구속영장 발부 단계에서 법원이 범죄의 소명이 있다고 인정했지만, 이어진 수사에서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거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무죄가 선고된 것으로 풀이된다.
 
통영함 납품비리 혐의로 구속됐다가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 사건이 대표적이다. 그는 성능이 미달된 음파탐지기를 통영함에 납품하도록 업체의 시험평가보고서 조작을 지시한 혐의 등으로 2015년 구속기소됐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은 그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혐의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구속영장은 검찰이 구속해서 수사를 더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혐의를 보고 발부하는 것이다. 어느 정도 혐의가 있다는 정도이지 구속됐다고 유죄라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구속은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인 만큼 제한적으로 청구해야 하는데 구속기소 사건에서 무죄율이 10%나 된다는 것은 굳이 청구하지 않아도 될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검찰권의 핵심 중 하나인 구속영장 청구를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여론의 관심이 높은 사건에선 정치적 외압 등으로 인해 ‘구속수사’가 원칙처럼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 등 구속 요건과 무관하게 단순한 수사의 편의, 또는 ‘이 사람은 나쁜 사람이니까’ 하는 처벌의 개념으로 구속하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구속돼도 무죄가 선고되는 경우가 늘면서 피해자들에게 지급되는 형사보상금 규모도 커지고 있다.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 규정상 구속됐다가 무죄 확정판결을 받은 사람들은 국가에 구금 일수에 따른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구속으로 인한 피해에 대한 형사보상금(재심사건 제외) 규모는 2011년 250건 30억8200만원에서 2015년 479건 86억1800만원으로 늘었다. 알선수재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가 무죄로 풀려나 3000여만원의 형사보상금을 받은 이철규 자유한국당 의원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절대량 자체는 줄었지만 아직도 사회적 공분을 잠재우는 등 수사상 필요성 이외의 목적으로 보이는 구속영장 청구가 종종 있다. 검찰권에 대한 통제를 통해 잘못된 구속으로 인한 피해를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계기사 6~7면
 
 
박민제 기자, 조수영·나영인 인턴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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