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불확실성이 가져온 역설적 안정

에버라드 칼럼
북한은 예측하기 어렵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그렇다.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지금처럼 고조된 경우는 드물다. 나는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대응 방안을 알지 못한다. 지난 26일 상원 의원들에 대한 백악관 브리핑을 감안해도 트럼프가 현재 한반도 주변에 배치해 놓은 항모전단으로 무엇을 하려는 지 분명치 않다. 나는 북한 지도부가 무엇을 하려는지 역시 알지 못한다. 그들의 공개적 선언들은 아주 등골이 오싹했지만 늘 그랬듯이 새로울 것은 없다. 또 나는 중국이 무엇을 할 계획인지도 모른다.
 

트럼프의 공격 가능성 시사 후
미·북·중 모두 상대방 의도 몰라
조심스럽고 신중한 대응 선택
누군가 이성 잃으면 큰 재앙

이 모든 불확실성으로 혼란스럽지만, 동시에 역설적이게도 안정성을 가져오는 힘이 되고 있다. 제3자들은 물론, 당사자들도 다른 사람의 계획을 모른다. 지금처럼 오판의 결과가 치명적일 경우라면 이런 불확실성은 신중함으로 이어지고 그만큼 오류와 재앙의 위험을 감소시킨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근해에 항모 전단과 핵잠수함을 파견했다. 그가 이 전력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말한 적은 없다. 하지만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에서 크루즈 미사일과 대형 폭탄을 사용했다는 사실은 그가 전임자와는 달리 실제로 발포 명령을 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이점은 중국과 북한 모두를 딜레마에 빠지게 할 수 있다.
 
중국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북한에 대해 오랫동안 압박과 협상 사이에서 흔들렸다. 많은 중국인들은 한국 전쟁에서의 희생이 무효화되길 원치 않는다. 유일한 동맹국의 붕괴로 미군이 압록강까지 진격하는 것을 꺼린다.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를 완전하게 이행하는 것을 주저하는 이유다. 하지만 중국이 북한 정권의 붕괴보다 더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한반도에서의 전쟁이다. 중국보다 미국에 우호적으로 통일이 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은 언제든지 중국에 대재앙이 될 수 있지만, 지금은 특히나 더 시기가 좋지 않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올 연말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통해 임기 5년을 연장할 예정이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그의 지도력에 큰 흠집을 낼 수 있다. 그러므로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전쟁은 피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을 공격한다면, 북한의 보복으로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있다.
 
여기서 위험과 확률이 중요해진다. 트럼프가 무력을 사용할 가능성은 작다고 중국에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확률은 0이 아니며, 일이 터지면 중국에는 치명적이다. 이 가능성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는 중국 입장에서는 전쟁을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해야 한다. 지난 25일 중국은 “모든 관계자들은 차분함과 침착함을 유지하고,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행동을 삼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외교적인 노력도 이어졌다.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 통화를 포함해 중국과 미국 고위 관료들의 접촉이 잦아졌다. 한편으로는 왕이 외교부장과 우다웨이 한반도사무 특별대표가 더 이상의 도발을 하지 않도록 북한 설득에 나섰다. 하지만 북한은 이런 접촉을 무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압박을 가하면 미국이 군사력을 쓰지 않고도 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중국도 이런 상황을 알고 있다. 그래서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의 이행을 포함한 다양한 조치를 취했다. 2월 18일 북한산 석탄 수입 금지 조치를 발표했고, 지난 12일에는 반관영 글로벌타임스를 통해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석유 공급을 제한할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북한을 힘들게 할 조치는 피하고 있다. 석탄 수입 금지라는 예외를 제외하면 북한에 대한 모든 적대적인 선언은 오직 반(半) 공식적이고 부인할 수 있는 수준에 불과하다.
 
북한이 직면한 불확실성은 훨씬 더 대응하기 어렵다. 북한도 트럼프 대통령이 무엇을 할지 모른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북한도 미국의 공격 가능성은 작지만 그 결과는 비극적일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북한은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무력 대응과 자국민들조차 정권의 약세를 깨닫는 계기가 될 수 있는 비무력 대응 사이에서 불가능한 선택을 해야 할 판이다. 어느 쪽이든 정권의 종말을 의미한다는 것은 자명하다.
 
북한은 미국뿐 아니라 중국이 어떻게 할 지도 알지 못한다. 북한은 중국이 앞으로 낼 성명을 신중하게 연구할 것이다. 중국은 정말로 엄격한 제재에 나설까? 원유 공급까지 제한할까? 중국은 2003년에 ‘송유관에 기술적 문제가 있다’는 믿기 어려운 이유를 대고 원유 공급을 중단한 적이 있다. 북한 정권은 당시 겪었던 격렬한 경제적 고통을 기억한다. 이미 평양의 휘발유 가격은 지난 2주간 85% 상승했다. 이는 상대적으로 부유한 지지 기반을 뒤흔들기 때문에 북한 정권에 큰 문제다. 석탄 수출 금지에 따른 외화 수입의 손실로 이미 충격을 받은 북한에게, 석유 공급 제한은 미국의 공격만큼 치명적이지는 않아도 매우 위험할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은 두 가지 측면에서 심각한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 그들은 반항과 조심스러움을 조합해 대응한다. 한편으로 한국계인 김상덕씨를 포함해 3명의 미국인을 억류하고 있다. 반면 6차 핵실험은 보류했다. 인민군 창건일인 지난 25일에는 미사일 발사 대신 300문의 야포와 잠수함, 항공기를 동원해 화력 시위를 벌였다. 모든 잡음 뒤에서, 북한은 실제로 조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편 미국은 북한이 무엇을 할지 정말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공격할 경우 북한 미사일 사거리 안에 위치한 미군 기지들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알 뿐이다. 트럼프는 중국이 무엇을 할지도 알지 못한다. 지난주에 긴급발진 준비를 하고 있던 중국 폭격기들이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려 했는지, 아니면 미국의 무력 사용에 대비하려 했는지 불확실하다.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경우 중국이 상호 방위조약에 따라 대응에 나설지도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이 만지작거리는 방아쇠는 중국과 북한에는 물론 스스로에게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 누군가 이성을 잃고 행동한다면 큰 재앙이 벌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이 이상한 드라마에서 너무나 큰 불확실성은 세 배우 모두 조심스럽고 자제하도록 만들고 있다. 불확실성이 상황을 오히려 더 안전하게 만든다는 것은 정말 이상한 외교의 한 측면일 것이다.
 
 

에버라드
전 평양 주재 영국 대사 
관련기사

구독신청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