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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은 되는데, 시식은 글쎄…

봄밤의 고궁 산책은 호사롭다. 담장 너머 빽빽이 솟은 빌딩에 등 돌린 채 옛 것 사이 피어나는 봄밤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조명받아 쨍한 한옥 단청, 우거진 나무 사이 길…. 공원 귀한 서울 시내에서 푸른 야경을 즐길 수 있는 것도 좋다. 어쩌면 소소한 산책을 ‘호사롭다’한 것은 소수만 그 시간을 누릴 수 있어서다. 경복궁과 창덕궁의 야간 개방 후 예매는 전쟁이 됐다. 경복궁은 겨울 뺀 계절에, 창덕궁은 봄과 가을에만 짧게 밤의 문을 연다.  
 

CULTURE TALK
경복궁 ‘야(夜) 시식공감’

지난해 첫 선을 뵌 경복궁 ‘야(夜) 시식공감’이 올해 회차를 늘린 것은 그래서 고맙다. 저녁 무렵 복원한 소주방에서 궁중음식을 먹으며 전통국악 공연을 볼 수 있다니. 애초 궁중문화축전의 체험 프로그램으로 출발했다가 올해에는 궁중문화축전뿐 아니라 궁궐 야간개방 때마다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 가격은 2만3000원. 음식값(2만원)에 궁 입장료를 포함한 비용이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 조명을 잔뜩 받은 경복궁 산책도 할 수 있다.  
 
고궁 답사를 할 때마다 아쉬웠던 것은 현장감이었다. 과거 의ㆍ식ㆍ주를 담은 공간이었을 테지만 지금은 공간밖에 남아있지 않아서다. 그러던 차에 한복 입고 고궁을 도는 게 최신 유행이 됐다. 식(食)도 경험할 수 있는 장이 열렸다. 21일 경복궁 ‘시식공감’의 1부 행사에 참여해 보았다. 오후 7시부터 7시 50분까지. 마지막인 2부 행사는 오후 8시부터 시작한다. 회당 60명이 정원이다.  
 
경복궁 홍례문 앞이 집결장소였다. 신분증과 함께 예매표 확인을 한 뒤 프로그램 안내문과 손난로를 건네 받았다. 일교차가 큰 날씨였다. 소주방까지 가는 길에, 문짝을 다 들어올려 밖이나 다름없던 식사장소에서 온기를 보탤 수 있었다. 세심한 배려였다. 근정전과 사정전을 지나, 소주방에 도착하니 전통복장의 나인들이 배정된 좌석으로 안내했다. 드라마 세트장이 아니라, 진짜 궁궐에서 궁중음식을 먹는다고 생각하니 흥미진진했다. 가운데 중정이 있는 소주방에 신발을 벗고 들어가 앉았다. 객들이 ‘ㄷ’자 건물에 앉아 밥 먹으며 중정에서 열리는 공연을 보는 형태였다. 해는 지고, 하늘이 쪽빛을 띄기 시작했다. 궁의 공기는 서늘했다.  
 
1인1소반의 전통 상차림었다. 보자기에 싼 3단 유기도시락이 소반마다 하나씩 놓여 있었다. “필요한 게 있으면 나인에게 문의해달라. 수라를 즐겨달라”는 인사말이 끝나자마자, 보자기를 끌렀다. 오후 7시 10분이었다. 퓨전국악팀이 연주를 시작했다. “천년만년 만수무강하시라”는 노래도 곁들여졌다. 수라간의 봄 메뉴는 ‘궁중애탕과 봄나물’이라고 했다. 행사를 주관하는 한국문화재단 측은 “조선시대 궁중의 시식문화를 모티브로 하여,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음식”이라고 소개했다.  
 
1단에는 원추리나물, 오이소박이, 더덕구이, 달래생채가 담겼다. 2단에는 밥과 새송이떡갈비와 화전, 3단에는 새우ㆍ쇠고기 완자와 어린쑥이 어우러진 ‘궁중애탕’이 담겨 있었다.  
 
그런데 메뉴판의 사진과 실제 모습이 조금 달랐다. 연주를 포함한 2만 원짜리 식사에 기대를 너무했던 걸까. 수저를 들어 국을 한 모금 떠 마셨다. 식어 있었다. 밥 한술 떴다. 식고 굳어 있었다. 7시 40분께 연주가 끝났다. 프로그램도 끝났다.  
 
한국문화재단에 어떻게 음식이 조리되는 지 문의했다. 재단 측은 “밥과 국을 제외하고 필동에 위치한 ‘한국의 집’에서 조리한 음식을 케이터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궁이 문화재다 보니 불을 피울 수 없고, 소주방에서는 인덕션과 전기밥솥, 보온기 등만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밥과 국은 현장에서 조리하는데도 소반으로 옮겨 놓는 과정에서 식는다고 했다. 재단 측의 한 관계자는 “음식만 보지 말고, 귀한 장소에서 음악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자리인 만큼 좋게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소주방을 나와서 경복궁 밤 산책을 했다. 다음번에도 시식공감? 글쎄, 한 번의 장소 체험으로 족할 것 같다.  
 
 
글ㆍ사진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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