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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예술 - 연극] 정상과 비정상 가로지르기

안치운호서대 교수·연극평론가

안치운호서대 교수·연극평론가

지난 6~16일 공연된 ‘이반검열’(구성·연출 이연주, 극단 전화벨이 울린다)은 제목부터 낯설다. 2017년 남산예술센터의 시즌 프로그램 중 하나다. 이 연극은 우리 시대 삶에 대한 호소, 꿈꾸는 유토피아에 대한 이념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반은 일반 다음, 일반 너머를 뜻하는 말이다. 일반이 정상이라면 이반은 비정상을 의미한다. 실제로 이반이란 단어는 2000년대 중반 청소년 성소수자를 가려내는 용어로 쓰였다.
 

이연주 연출 ‘이반검열’

이 연극에서 이반은 우리 사회의 정해진 기준에서 벗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버려진, 소외된, 혐오와 차별의 대상이 된 이들로 그 쓰임과 의미가 확장된다. 공연은 이반의 현상을 검열하는 것이 아니라 이반을 적대적으로 규정하고 검열하는 사회구조를 낱낱이 보여 준다. 등장인물의 고통스러운 개인사는 우리가 겪은 현대사의 이면이다.
 
오늘날 젊은 연극이란 새로운 연극보다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하는 연극이다. 함몰된 역사를 가시 세계로 드러내 다시 바라보게 하는 연극이다. 오랫동안 ‘사회적 핸디캡을 가진 사람들이 중심이 돼 만든 극단’에서 무대 경험을 쌓은 연출가 이연주는 거두절미하고 오로지 해야 할 말을 까놓고 한다.
 
말의 힘을 일깨운 연극 ‘이반검열’. 우리 사회의 차별과 배제 문제를 파고들었다. [사진 서울문화재단]

말의 힘을 일깨운 연극 ‘이반검열’. 우리 사회의 차별과 배제 문제를 파고들었다. [사진 서울문화재단]

그에게 연극은 하고 싶은 말과 해야 할 말을 하는, 우리가 쫓아낸 이들을 불러내는 치열함의 장소다. 하고 싶은 말은 역사의 중심부에서 밀려 나간 이들의 삶에 관한 것이고, 해야 할 말을 하는 방식은 매우 단순하고, 분명하고, 날카롭다. 청소년 성소수자, 세월호 희생자와 생존자, 간첩 조작사건의 피해자, 이주노동자 등의 말이 과거에서부터 시작해 지금, 여기로 끌어올려진다. 그렇게 해서 익숙한 한국의 현대사를 낯선 방법으로 두루, 달리 훑어 간다.
 
무대는 그들의 말이 시대를 관통해 지금, 여기로 기어오르는 깊은 우물 같다. 배우들은 서서, 의자에 앉아 관객을 바로 보면서 말한다. 말이 연기이고, 표정이고, 존재를 대변한다. 왜 우리가 혐오와 차별의 대상이 돼야 하는지를 되묻는 배우들은 한 치도 뒤로 물러서지 않는다. 이 작품은 말하는 연극이고, 관극(觀劇) 행위는 듣는 데 있다. 외출한 말들이 음악처럼 들리는 것이 아니라 역사의 무시무시한 시비를 가른다.
 
한국 현대사에서 이반검열의 대상이 된 이들은 하나같이 혐오와 차별, 비난과 배제의 대상자가 됐다. 공연은 이들의 꿈이 어디에서 좌절됐고, 어떻게 다시 돌이켜야 하는가를 절규한다. 젊은 연출가는 이들을 무대로 소환해 그들의 결여가 아니라 그들을 낙인처럼 여긴 우리의 잉여와 마비를 비판한다. 존재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것은 말이다. 말의 연극이라고 할 이 공연은 한 사회가 말살한 작은 사회를 말로 구축한다. 우리 사회의 편견을, 체계가 장악하고 있는 오래된 검열의 허상을 드러낸다. 죽은 자들이 다시 살아온다. 그리하여 말의 연극은 원천의 연극이 된다.
 
안치운 호서대 교수·연극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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