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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전략

복거일소설가

복거일소설가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대응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기본 전략은 중국을 지렛대로 삼는 것이다. 중국이 북한 정권을 지탱하고 핵무기 개발을 지원했으므로, 북한의 핵무기 폐기를 위해 노력하라고 중국에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다.
 

트럼프의 북핵 기본전략은
중국을 지렛대로 삼는 것
협상능력 불구 불안감 여전
이념 관심 없던 기업가라서
공산국가 기만에 휘둘리거나
체면만 살리고 물러날 수도

원래 이런 전략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창안했다. 그리고 처음엔 상당한 성과를 냈다. 그러나 이라크 전쟁과 아프간 전쟁으로 북한 문제가 뒷전으로 밀리고 중국의 빠른 성장으로 미국의 중국에 대한 영향력이 줄어들면서 효력을 잃었다. 부시 대통령이 “북한 문제는 외교적으로 해결하겠다”고 선언한 순간 그의 전략은 무력해졌다. 북한과 같은 공산주의 국가가 알아듣는 유일한 언어는 힘이다. 이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 핵무기 동결에 몰두하는 사이 북한은 중국의 보호를 받으면서 핵무기를 예상보다 빠르게 개발했다.
 
중국이 미국과 대결하기엔 힘이 부친다는 사실과 자신이 파격적이라는 세간의 인식을 묶어 트럼프 대통령은 죽었던 전략을 되살렸다. 그리고 협상에서의 우위를 오래 다듬어진 협상 전략으로 강화했다. 그는 처음부터 북한 핵무기 문제의 해결에 자신의 명성과 미국의 위신을 걸었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대규모 전력을 한반도 둘레에 파견함으로써 그런 선언을 강화했다. 이제 미국이 북한 핵무기에 관해 괄목할 성과를 얻지 못한 채 물러나면 미국의 의지에 대한 국제적 신뢰는 크게 줄어들어서 미국의 외교 능력을 해칠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 자신의 명성은 추락할 것이다.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응징과 아프간 탈레반에 대한 대형 폭탄 사용으로 한껏 오른 자신의 인기를 그가 결코 버릴 수 없다는 사정도 힘을 보탠다. 중국이 약속을 잘 지킨다고 칭찬하는 것도 단순한 격려가 아니다. 만일 중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자신이 분개해서 더욱 거세게 위협을 실행하겠다는 뜻이 담겼다.
 
이처럼 자신의 결의를 먼저 보이고 물러날 길이 없다고 선언하는 것은 의지의 강도가 결정적 변수인 협상에선 효과가 크다. 상대가 감히 그런 결의를 시험할 수 없을 만큼 힘에서 우위를 누리면, 특히 효과적이다. 게임 이론(game theory)을 국제 전략에 적용하는 일에서 선구적 업적을 남긴 토머스 셸링은 “위협의 신뢰도를 최대화하려면 위협의 실행에서 판단이나 재량의 여지를 되도록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퇴각할 다리를 불사르는” 것이다. 이제 중국이 약속을 흐지부지하거나 북한이 핵무기 폐기에 선뜻 나서지 않으면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정치적 손해를 보게 됐다. 그렇게 선택의 여지를 먼저 없앤 것이 그의 전략의 핵심이다.
 
죽은 전략을 단숨에 되살린 천부적 협상 능력에 감탄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바라보는 마음 한구석엔 불안감이 어린다. 그가 상대하는 것은 시진핑 국가주석이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같은 공산주의자들이다. 공산주의자들과 상대하면서 농락당하지 않으려면 그들의 정체와 행태에 대해 투철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 즉 공산주의 이념에 대해 잘 알고 자유주의 이념에 대한 믿음이 굳어야 한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사악한 제국” 소련에 맞서 끝내 이길 수 있었던 비밀은 그의 깊은 도덕심과 자유주의에 대한 굳은 믿음이었다.
 
공산주의 사회는 지도자가 제시하는 목표에 사회적 역량을 집중하는 체제다. 수시로 바뀌는 그런 목표에 이바지하는 것들은 모두 도덕적이고, 그렇지 못한 것들은 모두 부도덕하다. 즉 객관적이고 영속적인 도덕이 없다. 당연히 공산주의자들의 약속은 믿을 것이 못 된다.
 
중국 정권은 1950년대에 한국을 침공한 중공군 정권의 후예다. 휴전협상에서 그들이 보인 행태에서 우리는 공산주의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을 아프게 배웠다. 공산주의자들은 합의를 되도록 미루고, 어쩔 수 없이 합의한 사항들을 이행하지 않고, 이행할 수밖에 없는 처지로 몰리면 협상 내용을 재해석해서 빠져나간다. 휴전 이후 북한 공산당 정권의 행태는 이 점을 거듭 확인해줬다.
 
이념에 대한 관심이 없었던 기업가인지라 트럼프 대통령은 자칫하면 공산주의자들에게 휘둘릴 수 있다. 그래서 약속만 거듭하고 이행하지 않는 공산주의자들에게 끌려갈 수 있다. 다른 급한 일이 벌어져도 그가 북한 핵무기를 최대의 과제로 삼으리라 확신하기 어렵다. 적절한 선에서 체면을 세우고 물러날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작지 않다.
 
우리가 감당할 만한 비용으로 북한의 핵무기를 철폐할 기회는 아마도 이번이 마지막일 것이다. 우리는 줄곧 북한에 대한 봉쇄선의 약한 고리였다. 이번에도 미국의 발목을 잡거나 중국의 협박에 굴복하거나 북한에 스스로 볼모가 되는 행태를 보인다면, 우리는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다.
 
복거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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