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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문영의 호모디지쿠스] 가로·세로 맘대로 보는 스마트폰 시대, 사고도 자유로워야

우리가 자주 보는 컴퓨터 모니터와 TV는 가로로 길다. 음극선관(CRT) 방식의 뚱뚱했던 TV나 지금의 날씬한 평판 TV도 두께만 얇아졌을 뿐 가로 모양이다. 우리의 두 눈은 가로로 펼쳐져 있을 때 훨씬 편하게 보기 때문이다. 심지어 옛날 컴퓨터 본체도 가로로 만들어 좁은 책상 위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휴대전화 시대가 시작되면서 우리가 자주 보는 화면은 좁은 가로 모양에서 정사각형에 가까운 모양으로 약간 바뀌었다. 화면 아래쪽에는 버튼이 배치됐다. 세로 화면은 거의 없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화면을 세로로 길게 만든 제품이 나왔지만 그 화면도 손으로 돌려서 가로로 볼 수 있게 만들었다.
 
휴대전화가 스마트폰으로 바뀌기 시작하면서 화면 아래쪽 버튼이 사라지고 화면은 세로로 길어졌다. 더구나 그 화면도 점점 더 커져 한 손으로 다룰 수 없는 5인치를 넘는 것이 많아졌다. 이렇게 커진 화면 중에 휴대폰(Phone)와 태블릿(Tablet Computer)에서 이름을 따온 삼성의 갤럭시 노트급은 패블릿이라고 불린다.
 
화면이 넓은 패블릿 스마트폰은 한 손으로 다루기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 공식 광고에서 주로 가로로 사용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사진을 찍는다거나 영화를 보는 것처럼 가로 사용을 강조한다. 세로로 놓고 문자를 입력하는 장면은 거의 없다. 두 손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 우리에게 손에 잡히는 것은 세로 방향이 익숙하다. 책도 세로, 공책도 세로, 연필과 칼도 대부분 세로로 놓인다. 매일 한 번씩은 쥐게 되는 밥상의 숟가락과 젓가락도 세로로 놓는 것이 익숙하다(일본은 사람 앞에 가로로 놓는 것이 더 편한 모양이다).
 
손으로 글을 쓸 때는 휴대전화를 세워 세로로 쓰지만, 영화를 볼 때는 휴대전화를 가로로 놓고 가로로 본다. 이렇게 서로 다른 쓰기와 보기가 휴대전화에서 통합되면서 우리는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바로 이전에는 보지 않았던 새로운 시각이 생기는 것이다.
 
최근에는 세로로 찍은 영상물이 많이 생기고 있다. 트위터나 스냅챗은 세로 동영상을 플랫폼으로 제시하며 아예 ‘수직적으로 생각하라(Think vertically)’고 주장하기도 한다. 세로 영상이 휴대전화에서 더 편하다는 사람도 있고 세로 영상을 다루기 골치 아프다며 ‘버티컬 뷰 신드롬’을 호소하는 경우도 생겼다.
 
가로로 보는 글에 세로로 글을 쓰는 세로드립도 사례가 많다. 그중 하나는 북한이 운영하는 ‘우리민족끼리’ 사이트에 한 이용자가 김정일 일가를 찬양하는 글을 올린 사건이다. 이 글은 겉보기엔 김정일 찬양이었지만, 세로로 첫 글자를 읽으면 김정일을 욕하는 내용이어서 큰 화제가 됐다.
 
비슷한 건이 또 있었다. 자유경제원이 주최한 이승만 시 공모전의 ‘우남찬가’ 당선 사건이다. 이 글 역시 가로로 읽으면 주최 측 의도에 맞게 이승만을 칭송하는 것 같지만, 첫 글자를 세로로 읽으면 이승만을 비하하는 내용이 숨겨져 있었다. 공모전에 당선된 후 응모자가 사연을 밝히기 전까지 한 달여 동안 아무도 글 속에 숨겨진 세로 쓰기를 눈치채지 못했다.
 
세로드립이라 불리는 이런 방식은 로마시대 탄압을 피하기 위해 기독교 신자들이 쓰기도 했고, 아널드 슈워제네거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주의회를 비난한 데도 썼다고 하니 역사도 깊고, 전 세계적으로 흔한 모양이다. 이 방식은 드러내고 싶지만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못하는 속마음을 보여주는 소심한 반항의 산물이다.
 
생각해보면 과거 우리의 글쓰기는 가로로 펼쳐진 종이에 세로로 써 나가는 것이었다. 지금은 세로로 펼쳐진 종이에 가로로 써 나간다. 시대가 달라지면서 보기와 쓰기가 달라진 것이다. 요즘 스마트폰은 자이로센서가 있어서 휴대전화를 기울이기만 해도 화면이 가로로 세로로 알아서 저절로 바뀐다. 인터넷 화면도 반응형 웹(Responsive web)이라고 해서 컴퓨터로 볼 때와 휴대전화로 볼 때 사이즈를 알아서 바꿔 보여준다.
 
가로로 보는 시대, 세로로 보는 시대로, 시대적 상황은 자주 바뀌지만, 우리의 시야는 가로로 세로로 늘 자유로워야 한다. 한 방향으로만 보면 시야는 좁아진다. 사고는 시야가 좁아서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임문영 인터넷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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