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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와 나] “나무의 포용력·지혜 가진 후보 누군지 살피자”

김용택

김용택

수줍은 누이 같은 섬진강은 오늘도 시치미를 뚝 뗀다. 강이 굽어지면 길도 굽어지니, 그간은 물길인지 산길인지 알 수 없어도 이 즈음이면 딱 맞춤 이름이 하나 붙는다. 매화꽃길이다. 짐짓 모른 체하던 섬진강도 꽃그늘이 간지럽다. 봄이다.
 
교직생활을 그만두고 전주에 나가 살다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지 3년. 자연이 건네는 말을 받아쓰기하며 살고 있다. 봄이면 일찍부터 말을 거는 통에 잠귀가 절로 밝아진다. 언제 오려나 싶어도 계절은 철석같이 약속을 지킨다.
 
5월 9일은 대통령 선거일이다. ‘약속’의 날이다.
 
국민들은 대통령 후보들이 어떤 약속을 하는지 살펴보고, 그들이 어떻게 약속을 지킬지 따져보고, 신중하게 투표하겠다는 약속, 그리고 후보자들은 공정하게 경쟁하겠다는 약속, 선거 결과를 받아들여 더 좋은 미래로 나아가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
 
시인은 시(詩)를 통해 말을 한다. 하지만, 시를 떠나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한다면, 나무에서 깨우친 이치에 관해 말하고 싶다.
 
나는 나무를 좋아한다. 나무는 정면이 없기 때문이다. 어느 쪽에서 봐도 앞모습으로 나를 반긴다. 내가 바라보는 쪽이 정면인 셈이다. 자신에게 경계를 두지 않는 나무는 낯선 바람도, 때 아닌 비도 고스란히 품는다. 그렇게 숲이 된다. 나무의 아름다움은 바로, 포용력이 빚어낸 자태이다. 온전히 받아들이는 나무는 찰나마다 새로운 세계를 창조한다.
 
이번 선거에서 나는 ‘나무’의 지혜를 갖춘 이가 누구인지 찬찬히 살필 예정이다. 이 시대는 포용력이 필요하다. 경계 없이 화합으로 어우러져야 한다. 자연의 이치를 따라가며 나무가 숲을 이루듯, 순리대로 뜻을 모으는 선거가 되길 바란다. 5월 9일은 약속의 날이다. 나는 진즉에 달력에 큰 동그라미를 쳐 두었다. 
 
 
시인 김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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