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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중국차, 유럽차보다 낫다? 그래도 찜찜한 이유

# 2005년 중국 처음 수출된 장링기차(江鈴氣車)의 랜드윈드가 망신을 당했다. 유럽 시장을 노리는 자동차 업체라면 독일자동차클럽(ADAC)이 주관하는 신차테스트를 거치는 게 관행이다. 가입자 수만 2000만 명에 달하는 순수 민간단체로 이들이 시행하는 안전 테스트는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한다. 장링기차도 당당히 가장 유명한 40마일(64㎞) 충돌테스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결과는? 보닛이 우그러지고, 앞쪽 차대와 지붕은 아예 접혀버렸다. 운전대에 에어백이 붙은 채로 운전자의 안면을 가격했다. 이 차량의 테스트 동영상은 인터넷을 통해 삽시간에 퍼졌다. 이를 본 몇몇 의사들이 글도 남겼다.  
운전자가 살아날 가능성이 전혀 없군요. 사고가 나서 사망자가 생기면 어떤 것을 주요 사인(사망 원인)으로 잡아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장링기차는 2005년 9월 17일 홈페이지를 통해 “충돌테스트와 관련해 ADAC가 테스트하면서 별도로 연락을 취하지 않아 테스트 공정성을 보증하기 어려워 논평하지 않겠다”며 “우리는 제품을 출시할 때 국가감독검사기관의 엄격한 테스트를 거치고, 유럽에서 공식 충돌테스트도 받았다”고 밝혔다. 해명에도 불구하고 유럽 대다수 소비자가 외면해 쓸쓸하게 퇴장할 수밖에 없었다.  
독일자동차클럽(ADAC)이 주관하는 출동테스트를 거친 장링기차(江鈴氣車)의 랜드윈드 [출처: ADAC]

독일자동차클럽(ADAC)이 주관하는 출동테스트를 거친 장링기차(江鈴氣車)의 랜드윈드 [출처: ADAC]

장링기차뿐만이 아니라 지리(Geely·吉利)와 체리(치루이·奇瑞)도 해외 시장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리는 2006년 미국 디트로이트 오토쇼에 '차이나 드래곤' 차량을 등장시켰으나 시장은 뚫지 못했다. 1년 앞서 미국 시장 문을 두드렸던 체리도 고배를 마셨다. 호주도 마찬가지였다. 2011년 5월 중국 창청(長城)자동차의 ‘체리 J1’는 호주신차평가평가프로그램(ANCAP)이 실시한 충돌테스트에서 위험 판정을 받고, 수출 계획 자체가 무산됐다.
 
그로부터 6년이 흐른 지금. 중국산 자동차가 한국 시장 문을 두드렸다.  
 
지난 1월 중국 북기은행기차의 중형 SUV 차량 ‘켄보600’이 한국에 첫 공식 수입됐다. 한국에서 중국차가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탓인지 한국 공식 판매사인 중한자동차는 “중국 내 판매되고 있는 한국산 자동차와 동등한 수준”이라며 “특히 중국자동차안전도평가(C-NCAP, China New Car Assessment Program)의 충돌시험평가에서 총 54.8점, 별 다섯 개의 최고 등급을 받았다”는 점부터 강조하고 나섰다.
지난 1월 18일 인천 남구 중한자동차 본사에서 열린 ‘켄보 600’ 출시 행사에서 모델이 신차를 홍보했다. 켄보 600은 중형 SUV다. 1.5L 가솔린 터보 엔진을 얹고 최고 출력 147마력, 최대 토크 21.9㎏f·m의 성능을 낸다. 가격은 1999만~2099만원. 국내 선보인 첫 중국산 승용차다. [사진 중한자동차]

지난 1월 18일 인천 남구 중한자동차 본사에서 열린 ‘켄보 600’ 출시 행사에서 모델이 신차를 홍보했다. 켄보 600은 중형 SUV다. 1.5L 가솔린 터보 엔진을 얹고 최고 출력 147마력, 최대 토크 21.9㎏f·m의 성능을 낸다. 가격은 1999만~2099만원. 국내 선보인 첫 중국산 승용차다. [사진 중한자동차]

초도 물량 120대가 모두 팔렸다지만, “중국산은 저품질·싸구려로 안전하지 못하다”는 인식은 여전했다. 실제 중국 전체 자동차 수출도 정체된 상태다. 지난 19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자동차 회사가 수출한 차량은 총 70만8000대였다. 100만 대를 넘어섰던 2012년을 기점으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품질과 안전 문제 탓일까? 중국 자동차 타도 되나? 중국 자동차를 둘러싼 몇 가지 편견을 확인해봤다.
 
1. ‘켄보600’를 테스트한 중국자동차안전도평가(C-NCAP)는 무엇인가? 믿을 수 있나?
FACT, “중국 테스트 기준도 미국·일본 등 선진기준을 따르고 있으며, 중국 내 모든 외산차량도 이 테스트를 받고 있다.”
중국 자동차 기술연구기관인 ‘중국기차기술연구중심’(CATRC)이 만든 신차 안전평가 규정이다. 이 규정은 미국·일본의 안전기준을 참고해 만들었고, 총 5개 평가 영역으로 구성돼 있다. 정면충돌 시험(100%, 40%), 측면충돌시험, 좌석 안전도 시험, 안전장치 등에 매긴 점수를 종합해 평가한다. 만점은 51점으로 미국·일본·호주처럼 별 다섯 개의 형태로 등급을 나눈다. 지금은 주요 선진국과 협력하면서 기술 평가 항목을 매년 보완 또는 추가하고 있다.
중국자동차안전도평가(C-NCAP) 홈페이지 [출처: C-NCAP]

중국자동차안전도평가(C-NCAP) 홈페이지 [출처: C-NCAP]

2. 중국차, 아직도 유럽에서 안전기준 미달인가?
FACT, “아니다.”
2011년 중국차가 유럽차보다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2011년 11월 23일 유로NCAP(유럽자동차안전평가단체)는 “14개 신차종의 각종 충돌 등 안전 시험을 실시한 결과 중국의 지리자동차의 ‘디하오(帝豪·Emgrand) EC7’와 ‘MG6’ 등 2개 차종이 지프 그랜드체로키, 재규어 XF, 플루언스 전기차(르노삼성 SM3와 동일모델) 등과 동일한 안전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유로NCAP 측은 또 “중국 메이커들이 자동차 안전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2011년 중국산 자동차 질리 엠브랜드 EC7(좌)과 르노 플루언스ZE(SM3전기차·우)의 정면오프셋충돌 시험 결과. 중국산 자동차의 점수가 더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유로NCAP]

2011년 중국산 자동차 질리 엠브랜드 EC7(좌)과 르노 플루언스ZE(SM3전기차·우)의 정면오프셋충돌 시험 결과. 중국산 자동차의 점수가 더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유로NCAP]

3. 최근 글로벌 시장의 중국산 평가, 아직도 ‘저품질’인가?  
FACT, “최근부터 외신의 기대감과 호평을 받고 있다!”
판매 부진을 보는 시각은 달랐다. 품질 문제라기보다 마케팅을 잘 못해서라는 입장이다. 글로벌 자문기업 EFS 비즈니스 컨설턴시의 트룰스 토스텐슨(Truls Thorstensen) CEO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자동차 업체가 당장 품질이 좋은 차를 내놨다고 해서 과거 중국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떨쳐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 토종 메이커의 기술도 상당한 수준에 올랐지만, 지금은 마케팅 전략이 더 중요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국산 자동차 출시를 기대하는 기사도 처음으로 나왔다.
다수의 중국 자동차 업체가 미국 시장 진입을 시도했다. 하지만 모두 실패했다. 성공하는 사례가 나온다면 그 차는 ‘트럼치’다.
미국 시장 진출을 앞둔 중국광저우자동차의 SUV ‘트럼치’ [출처: 광저우자동차]

미국 시장 진출을 앞둔 중국광저우자동차의 SUV ‘트럼치’ [출처: 광저우자동차]

지난달 7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 시장 진출 앞둔 중국 SUV ‘트럼치’ 차량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중국 토종 브랜드 차량에 내린 외신의 첫 호평이다. 홍콩의 번스타인 아시아 자동차 애널리스트 팀장인 로빈 주(이하 로빈 주 팀장)는 “미국은 중국보다 훨씬 엄격한 기준을 갖고 있다”며 “미국 GM(제네럴모터스)의 뷰익과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인 볼보가 중국에서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지만, 지리·체리 등 중국 자동차 기업 모두가 미국 시장 입성엔 실패했다”고 했다. 
 
트럼치를 만든 중국 광저우자동차(이하 광저우차)는 “미국 시장이 요구하는 안전·환경 기준에 충족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을 준비 중이고, 미국에 생산공장까지 지을 계획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중국 내 차량에 내린 전체 리콜 조치 중 중국산 차량이 차지하는 비율 변화 추이 [단위: %, 자료: 국가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

중국 내 차량에 내린 전체 리콜 조치 중 중국산 차량이 차지하는 비율 변화 추이 [단위: %, 자료: 국가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

4. 품질에 문제없다는 기타 지표는 없나?  
FACT “안전도·불만사항 등 주요국에서 내놓은 데이터는 확실히 좋아지고 있다. 단, 중국 데이터 신뢰도 문제는 여전하다.”
2018년이면 중국 토종 자동차 브랜드가 세계적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할 것
미국의 권위 있는 소비자 평가기관인 JD파워가 지난해 낸 ‘2016 중국 신차 품질 연구 보고서(이하 보고서) 내용 중 일부다. 이에 따르면 중국 토종 브랜드의 신차 점수가 글로벌 브랜드(98점)보다 14점 높다. 이 점수는 자동차 100대당 몇 개의 불만이 나왔느냐로 평가해 수치가 낮을수록 품질이 좋다. 
 
다시 말해 중국 브랜드 신차 100대당 소비자 불만 건수가 글로벌 브랜드보다 평균 14개 정도 많았다는 뜻이다. 2015년 평균 22개였던 것에 비하면 1년 새 8개나 줄었다. 자동차 제조 과정이 자체가 불안정할 때 나타나는 심각한 결함도 거의 사라졌다. 중국의 자동차 조립 공정과 품질 관리 수준이 빠르게 좋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해외 브랜드와 중국산 브랜드 차량 리콜 조치건수 비교 [단위: 백만 건, 자료: 국가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

해외 브랜드와 중국산 브랜드 차량 리콜 조치건수 비교 [단위: 백만 건, 자료: 국가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

리콜 건수도 사장 최저 수준이다. 중국 국가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이하 AQSIQ)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전체 리콜 처리 건수 중 중국 토종 브랜드가 차지한 비중이 1%인 11만3000여 대에 불과했다. 사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차량이 팔리는 만큼 리콜 여파도 상당한 나라다. 중국 공업정보화부에 따르면 지난 중국에 팔린 자동차는 2800만 대, 토종 브랜드는 이 가운데 50% 가량인 1400만 대가 팔렸다.
 
지난해 중국에서 리콜된 차량만 1132만5600대에 달했다. 2015년보다 두 배 넘게 늘어난 수치로 글로벌 브랜드 차량 중 80% 가까운 차량이 리콜 조치를 당한 셈이다. 에어백과 안전벨트 문제로 인한 리콜이 총 64건, 643만200대로 가장 많았고, 엔진 문제가 28건(241만9800대)으로 뒤를 이었다. 중국 경제매체 디이차이징(第一財經)은 중국에서 자동차 업체가 리콜 조치로 지출한 비용만 210억 위안(3조48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리콜: 안전기준에 부적합하거나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결함에 대해 제조사가 소유자에게 통보하고 수리, 교환, 환불 등의 조치를 취해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는 조치
 
물론 이 부분은 논란이 있다. 중국 AQSIQ가 리콜 시정명령에 있어서 외국브랜드와 중국 토종브랜드를 차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18일 파이낸셜타임스는 싱레이 중국 자동차 리뷰 편집장의 말을 인용해 “중국 차량 메이커들이 리콜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굉장히 꺼린다”며 “리콜보다 다른 해결 방법부터 취하려고 할 것”이라고 했다. 로빈 주 팀장도 “글로벌 브랜드보다 품질이 뒤처지는 상황에서 중국 토종 브랜드가 전체 리콜 건수의 1%라는 게 정상적이라고 하기 어렵지 않겠냐”고 했다.
중국의 지리차도 유럽과 미국 진출을 선언하고, 새 독자 브랜드 ‘링크앤코’(Lynk & Co) 하이브리드’ 차량을 공개했다. 90년 역사를 자랑하는 스웨덴의 자동차 기업 ‘볼보’(Volvo)의 기술력이 자리하고 있어 전 세계 이목이 쏠렸다. 사진은 랑크앤코 첫 공개 현장 [사진 THE VERGE]

중국의 지리차도 유럽과 미국 진출을 선언하고, 새 독자 브랜드 ‘링크앤코’(Lynk & Co) 하이브리드’ 차량을 공개했다. 90년 역사를 자랑하는 스웨덴의 자동차 기업 ‘볼보’(Volvo)의 기술력이 자리하고 있어 전 세계 이목이 쏠렸다. 사진은 랑크앤코 첫 공개 현장 [사진 THE VERGE]

그래도 미국에서 전기차 부문만큼은 중국산 대접이 남다르다. 자동차 부품사 완샹(萬向)그룹은 2014년 재정 문제로 파산한 미국 전기차업체 피스커를 인수해 캘리포니아주에서 전기차 ‘카르마’를 생산 중이다. 
 
세계 1위 전기차업체 비야디(BYD)는 캘리포니아주에 공장을 설립해 전기버스를 만들고, 중국 지리(Geely)에 인수된 볼보는 2015년부터 주력 모델인 S60 시리즈를 중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베이징 웨스트 인더스트리, 퍼시픽 센트리 모터스, 양펭그룹 등 자동차 부품업체도 인수합병(M&A), 현지 공장 설립 등 미국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차, 글로벌 시장이 문을 두드린지 불과 10년 만에 미국 시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장을 뚫은 셈이다. 유로 NCAP에서도 최근엔 유럽·미주 고급차의 안전도를 뛰어넘는 결과를 내기도 했다. 심각한 저품질 꼬리표는 어느 정도 떼내버렸다. 당장 프리미엄 이미지는 아니지만,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세계 시장 공략에 나섰던 자동차 브랜드들에겐 위협이 되고 있다.
 
차이나랩 김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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