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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모스다] ⑨ '주6일 직장인 드라이버'로 살아온 1년, 살아갈 1년 (하)

다사다난했던 2016년, '시즌 전 경기 출전'이라는 목표는 세웠지만 이를 실천할 수 있을 거라 장담할 수는 없었다. 앞서 <'주6일 직장인 드라이버'로 살아온 1년, 살아갈 1년 (상)>에서는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에 관해 이야기했다. 이제는 경기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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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6일 직장인 드라이버에게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이라는 말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 됐다. 하루 일정의 대회인 경우, 대체로 토요일은 연습주행, 일요일은 본경기를 실시한다. 대회 전날 연습주행을 통해 차량과 드라이버의 컨디션을 점검하고, 최적의 차량 세팅 값을 놓고 막판 조율을 하는 것이다.
 
순정 상태의 자동차로는 무언가 세팅 작업을 통해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이 적었다. 또, 그러한 작업을 하기엔 서로 다른 세팅 값을 비교할 만한 데이터가 부족했다. 'A세팅으로 주행을 했더니 어느 부분이 좋고, 어느 부분이 모자랐다' 또는 'B세팅으로 주행을 했더니 어느 부분은 나빠졌지만, 어느 부분은 좋아졌다' 등 비교할 정도의 경험도 실력도 없었기 때문이다.
 
혹자는 '그런 (순정) 차량으로 무슨 서킷이냐'고 말한다. 물론, 이것저것 개선하고 싶은 부품들도 많다. 조금이라도 열 방출을 잘하는 부품으로, 조금이라도 내구성이 더 좋은 부품으로, 조금이라도 더 가벼운 부품으로 말이다. 
 
그러나 '튜닝보다 운전실력 먼저'라는 우선순위를 세워놨기에 큰 영향은 없었다. 최대한 운전자와 자동차가 가진 능력을 끌어낸 이후에 차량의 성능을 조금씩 개선해나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평범한 직장인 드라이버로서 그런 튜닝을 하기 어려웠던 점도 크다. 월급통장과 지갑도 다 사정이 있으니 말이다.
 
주행을 마치면 영상과 데이터를 살펴보며 문제점을 찾는다.

주행을 마치면 영상과 데이터를 살펴보며 문제점을 찾는다.

코스인 시간이 되면 출전 차량들은 하나 둘 트랙에 들어선다. 경험이 풍부하고 실력이 뛰어난 참가자들은 전략적으로 경기에 임한다. 일찌감치 어택(좋은 기록을 내기 위한 공격적인 주행)을 해 베스트랩(가장 빠른 랩)을 기록해두고, 쿨링주행(차량의 열기를 식히는 주행)을 하며 순위를 지켜본다. 그러다 순위가 바뀔듯 하면 다시금 어택에 나선다.  
 
초짜 '주6일 직장인 드라이버'는 어떨까. 그냥 달린다. 코스가 열려있는 20~30분동안 계속. 연습주행이 없으니 대회 당일 1바퀴라도 더 돌아봐야 한다. 타이어와 브레이크, 엔진과 트랜스미션이 열을 받아가면서 기록은 점차 떨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연습량이 '제로'인 만큼 언제나 베스트랩은 라스트랩이다.
 
이렇게 경기시간 내내 계속해서 '코스 인' 상태로 있다보면, 수많은 다른 차들을 지나치게 된다. 열심히 룸미러와 사이드미러를 번갈아 바라보며 어택하는 다른 선수들에게 앞을 내어주는가 하면, 그런 경험 많은 선수의 뒤를 쫓으며 감속과 선회, 가속 과정을 보고 배우기도 한다. 물론, 3분의 1바퀴 정도를 돌고 나면 앞의 차량은 시야에서 사라지기 시작하지만 말이다.
 
20~30분 간의 주행 만으로도 온 몸은 땀에 젖는다.

20~30분 간의 주행 만으로도 온 몸은 땀에 젖는다.

꼭 날이 더운 6~8월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주행을 하고 나면 온 몸이 땀에 젖는다. 달리는 데에 출력을 집중하고자 에어컨은 켤 엄두도 내지 못 한다. 날이 선선한 봄·가을이라 할지라도 상의와 하의가 한 벌로 이어진 레이싱 수트에 레이싱 슈즈와 글러브, 얼굴과 목 전체를 뒤덮는 발라클라바, 그 위에 헬멧까지 쓰고 나면 땀 나는 것을 피하긴 어렵다. 버킷 시트도 아닌 일반 시트에 몸을 얹고 좌우 방향으로 횡G를 버텨내고 나면, 온 몸이 뻐근하다. 하지만 체커기를 받고 경기를 마치고 나면 '오늘도 무사완주를 해냈구나' 괜히 뿌듯해진다.
 
그렇게 오전과 오후, 두 차례의 주행을 마치고 나면 베스트랩의 순서에 따라 해당 라운드의 순위가 매겨진다. 그리고, 이같은 일을 6번 반복하면 한 시즌을 마무리하게 된다.  
 
대회인 만큼 순위가 매겨지고, 언제나 꼴찌다. 어쩌다 뒤에서 2등을 하기도 했지만 도긴개긴이다. 꼴찌면 어떠랴. 6번의 경기마다 스스로의 베스트랩을 경신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
 
이렇게 2016년 시즌은 마무리됐다. 그리고 2017년 모터스포츠 시즌은 이제 막 시작됐다. 때로는 평범한 직장인, 때로는 밤낮 없는 일꾼으로서 '시즌 개근' 목표를 달성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올해는 이처럼 활발히 경기에 참여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자신이 없다. 새 시즌은 막이 올랐지만 대회 참가신청을 주저하는 이유다.
 
하지만 아무렴 어떤가. 돈을 받고 차를 타는 프로 드라이버도 아니고, 그저 차를 타는 것이 즐거워 경기에 나서는 아마추어 드라이버인데 말이다. 시간과 여건만 된다면 언제든 서킷을 찾으면 될 일이고, 어쩌다 시기가 맞아 떨어져 경기 일정이 있다면 경기에 출전하면 될 일이다. 
 
모터스포츠도 다른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결국 '사람'이 주인공이다. 대회를 통해 수많은 인연을 만나는 것 역시 큰 의미가 있다. 자동차 자체에 대한 이야기부터 주행방법에 대한 대화까지. 지속적인 만남과 대화를 통해 친구, 동료, 스승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이는 홀로 서킷을 찾아왔다 돌아가는 것과 결코 비교할 수 없는 부분이다. 사람과 차가 똘똘 뭉치는 곳이 바로 모터스포츠의 현장이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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