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줄서기는 TED의 일부" 그냥 즐기세요

 “줄 서기는 TED의 일부니까. 즐겨”
 

전영선 기자의 TED 체험기
부지런한 TED 고수들 하나같이 줄서기 달인
2017 TED 첫날, 줄로 시작해 줄로 끝나다.
미래의 우리는 가상현실에서 잘 나오지 않을듯

 
줄은 소중하니까요

줄은 소중하니까요

24일 오전 7시 20분 2017 TED가 열리는 캐나다 밴쿠버 컨벤션 센터. 무려 10분 일찍 도착했으니 내가 1등이려나. 의기양양 모퉁이를 돌아보니 웬걸, 이미 100여 명이 줄 서 있었다. 멍한 얼굴로 서 있으려니 15년째 TED에 참석하고 있다는 미국인 마크가 말을 걸었다. 60대로 보이는 그는 등록 배지도 이미 목에 걸고 있었다. 
 
아니, 등록은 오늘부터고 문은 열리지 않았는데 어떻게 배지를 받으셨나. 친절한 가르침 한 수를 내리신다. 전날(23일) 오전 11시부터 12시까지 딱 한 시간 사전 등록을 한다고 고지했단다. 15년 참석자답군. TED 고수 인정! 이미 등록을 마친 사람들이 긴 줄을 선 것은  ‘TED 선물 상자’ 때문이라는 부연 설명도 해주셨다.  
“TED의 전통이야. 매년 선물 상자는 달라. 안엔 뭐가 들어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즐거워하지.”  
 
그렇다면 나도....이중 3개를 고르라고 한다. 하나는 잃어버림

그렇다면 나도....이중 3개를 고르라고 한다. 하나는 잃어버림

등록만 하려고 해도 줄을 서야 하는지 물어보러 정문 앞 경비에 다가갔다 맨 앞에 서 계신 1착 남성분께 냉정한 한마디를 들었다. “뒤로 가. 다들 당신보다 먼저 왔잖아”. 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요. 얌전히 줄을 서니 여기저기서 말을 걸어왔다. “줄 서는 것도 재밌어. 주최 측이 대화를 나누라고 일부러 그런다는 얘기도 있지.” 
뭐가 들었기에...

뭐가 들었기에...

 
기념품

기념품

그래도 디자인은 다 예쁘다. 

그래도 디자인은 다 예쁘다.

그러나 말입니다… 어디서 왔니, 뭐 하고 사니, 몇 번째 TED 참석이니, 등을 묻고 나면… 딱히 할 얘기가 없지 않나. 그래도 다들 시사엔 관심이 많아 보였다. 밴쿠버의 한 스타트업 운영자(이번이 두 번째 참석이고 서울에도 가보았다)는 “(한국) 대통령이 그렇게 돼서 어쩌냐”고 물었다. 물론 계속 구속된 대통령을 그(He)라고 하는 것으로 보아 진심 관심 있는 주제는 아닌 게 분명하다. 삼성에 대한 몇 마디, 도널드 트럼프 때문에 관세 변동이 있어 자기도 사업하기 힘들어졌다는 말을 듣고 나니 역시 또 할 말이 없다. 다행히 줄이 움직인다.  
 
 도대체 TED 선물 박스가 뭐기에. 나도 일단 받아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선물 동굴’로 가야 한단다. 가보니, 역시나. 네 맞습니다. 또 줄이다. 프랑스에서 오신 한 여성은 가족들과 불꽃 채팅을 진행하며 신발 사이즈를 의논하고 있다. 그렇게 좋은 것이 들었을까. 어쨌든 동굴 입장엔 성공. 여행 가방과 양말, 포인터 등을 기본으로 ^e메일을 보낼 수 있는 장난감(인형) ^ 운동화 ^ 배낭 ^요가 이용권^ 비타민 ^유전자 검진 키트^ 헬멧 등 여러 품목 중에 3개를 고르란다. 단숨에 유전자 검진 키트, 선그라스, 비타민을 달라고 해서 받아 나왔다. 나중에 호텔에 돌아와 풀어보니 보니 유전자 검진 키트는, 애초에 없었는지 아니면 어디에다 흘렸는지, 설명서만 덜렁 들어있다. 
 
여튼 오전 10시 15분. 드디어 첫 공식 행사. 네 정답, 또 줄! 그래도 앞에 몇 명 없다. 훗. 전 빨리 배운답니다. 앗싸! 강연장 맨 앞줄 편한 쇼파 자리를 차지했다. 편하게 본 것 까지는 좋은데, 문제는 몇 시간 뒤 발생했다. 멍청해 보이는 표정으로 강연 듣는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기사 쓰려고 공식 홈페이지 사진첩을  뒤지다가 발견하고 ‘망했군’을 외쳤다. 다행히 상대적으로 어두운 곳에 있어 잘 보이진 않는다. 아무도 모르겠지.  
 
영화 '고스트 버스터즈'를 테마로 한  VR 체험 보이드(VOID)

영화 '고스트 버스터즈'를 테마로 한 VR 체험 보이드(VOID)

 이날 TED에서 가장 즐거웠던 현장은 디지털 세계와 현실 세계가 (거의) 완벽히 융합되는 되는 가상 현실(VR) 체험 현장, 보이드(VOID)였다. 물론 줄은 길었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고스트 버스터즈’ 를 테마로 만든 유령잡기 VR 프로그램이다. 5kg 정도 되는 조끼와 헬멧을 쓰고 화염총을 들고 4명씩 팀을 구성해 유령 사냥에 나선다. 가상 현실 속에서 나는 근육질의 남자인가보다. 거참 기분 묘하네.    
약 10분 동안 한 순간도 긴장감이 줄지 않았다. 강아지 만한 유령, 곰만한 유령, 소녀 유령, 갖가지 유령을 잡다가 부서진 엘레베이터를 타고 오르는데 설마 설마 하면서도 이건 진짜 같다. 나무 바닥재의 느낌, 고층 빌딩 위 흔들리는 난간에서 철제 안전바를 잡는 감촉이 지나치게 생생하다. 좀 무서울 정도다. ‘고스터 버스터즈’의 귀여운 대형 유령을 물리치자 마시멜로 타는 냄새가 진동했다. 이 유령이 원래 마시멜로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여태 밀가루 반죽이라고 생각했는데.  
 
“지난해 영화 개봉 당시 뉴욕에서 선보인 버전보다 훨씬 업그레이드 됐다"는 게 멋진 단발머리를 한 미국 IT 전문지 기자의 소감이다. 
보이드는 올해 두바이에 체험장을 개설하고 같은 형태의 체험장을 세계 곳곳에 설치한다는 목표다. 체험 비용은 40~50달러 정도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누군가 프로그램 개발자가 몇 명인지를 묻자, 대표는 다소 침울하게 대답했다. “우리 정말 인력이 적어. 2000명이 안돼” 역시 큰 물은 다르구나.    
 
 올해 TED 주제인 ‘미래의 당신’은 이런걸 하면서 노는 게 자연스러울까. 극장 영화는 어떤 형태로 살아남을까. 한류 드라마는 계속방송될까. 로봇이 인공지능과 협업하고 인간은 VR 속에서 나오지 않게 되려나. ‘미래의 우리’는 대체 어떻게 될까. 살아봐야 알겠지만 말이다.    
 
밴쿠버=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