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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우주와 소통하는 법

이후남문화부 차장

이후남문화부 차장

간접적으로나마 우주를 체험하는 방법이라면 흔히 SF소설이나 영화를 떠올린다. 상상력을 좀 더 발휘하면 가끔은 미술 전시장도 그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북유럽 출신 작가 올라푸르 엘리아손의 전시장도 한 예다.
 
덴마크 태생이되 아이슬란드 출신 부모를 둔 그는 미술계에서는 세계적인 스타라고 할 만한 작가다. 그의 설치작품은 전시장 안에서 자연을, 때로는 우주를 체험하게 하는 걸로 평가받곤 한다. 지난번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세상의 모든 가능성’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대규모 개인전은 그런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특히 미세한 물방울의 장막을 통해 전시장 안에서 무지개를 체험하게 한 설치작품 ‘무지개 집합’은 관람객에게 단연 큰 인기를 누렸다.
 
빛을 통해 오묘한 아름다움을 체감하게 하는 솜씨는 서울 삼청로의 PKM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새로운 개인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전시장에 자리한 7점의 신작 가운데 ‘태양의 중심 탐험’은 안과 밖을 또 다른 방식으로 연결하며 관람할 수 있는 작품이다. 전시장 안에서 보면 복잡한 유리 다면체를 통해 빛이 흘러나오는 조형물인데 여기서 나온 전선과 배터리가 전시장 밖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과 연결돼 있다. 쉽게 말해 태양을 전시장 안에 끌어들인 작품인 셈이다. 패널의 모양새는 흔히 보던 것과 좀 다르다. 엘리아손의 설명에 따르면 덴마크 물리학자의 도움을 받아 만든 것으로 기존 패널보다 태양열을 모으는 효율이 더 뛰어나다고 한다.
 
미술작품을 만들기 위해 그는 물리학자나 공학자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곧잘 협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전시에 대한 설명을 들려줄 때도 남다른 면모가 언뜻 드러났다. 또 다른 작품에 그려진 무지개색의 표현을 두고 그는 “백색광을 나노미터로 나누는 도구인 스펙토그라프를 활용했다”고 말했다.
 
공학이나 과학과도 손잡고 예술적 상상력을 실현하는 그의 방식은 우리네 시각에서는 퍽 색다르게 느껴진다. 문과, 이과, 예체능 등 일찌감치 분야를 나누는 데 익숙하기 때문이다. 이런 분류법이 낡은 것이라는 지적은 이미 나온 지 오래다. 인공지능(AI)이 인간이 하는 일의 상당수를 대체하는 먼 미래,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가까운 미래를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돌아보면 일찌감치 르네상스 시대의 다빈치가 그랬듯 예술과 과학은 전혀 다른 세계만은 결코 아니었다. 백남준 역시 TV나 대중문화를 비롯한 새로운 기술과 매체에 대한 적극적 관심과 인문적 성찰을 겸비한 작가였다.
 
엘리아손은 이번 전시에 ‘공존을 위한 모델’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그는 이를 두고 “우리가 각기 다르면서도 함께하는 것에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해변의 조약돌들’이라는 작품에서는 각기 다른 나무 15종을 재료로 삼아 이를 마치 마룻바닥처럼 촘촘히 열결해 놓았다. 이런 그의 이력에서 색다른 점이 하나 더 있다. 미술을 전공하기에 앞서 비보이로 활동했다는 대목이다.
 
이후남 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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