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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당신] 췌장암은 어렵다? 종양 줄여 수술하면 ‘희망’

광주광역시에 사는 김재용(59)씨는 3년 전 췌장암 2기 말 진단을 받았다. 당시에 아내는 주변에서 다들 가망이 없다고 해 남편에게 알릴지 말지 고민했다고 한다. 김씨는 암세포가 췌장을 벗어났지만, 다행히 혈관(동맥)까진 퍼지지 않아 수술받을 수 있었다.
 

배우 김영애 사망으로 새삼 관심
조기 발견 힘들고 혈관 전이 잘돼
치료법 계속 진화, 생존율 높아져
진단 정확도 높인 키트도 개발 중

암이 췌장 안쪽 담관(담즙 길) 근처에 생겼는데 종양이 자라면서 담관을 눌러 황달이 비교적 일찍 왔다. 그 덕분에 전이되기 직전에 암이 발견됐다. 황달이 나중에 오는 다른 환자와 달리 일찍 찾아온 게 생존의 비결이었다. 그는 주변에서 ‘운 좋은 사람’으로 불린다. 장진영 서울대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는 “췌장암 3기 진단을 받으면 생존 기간이 평균 10개월밖에 안 된다”고 말한다.
 
조기 진단, 치료 기술 발달 덕분에 암 환자의 5년 생존율(2010~2014)이 14년 전(1996~ 2000)보다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치료하기 힘든 암으로 알려진 폐암(12.7%→25.1%)과 간암(13.2%→32.8%)도 5년 생존자가 늘고 있다.
 
그런데 췌장암은 여전히 난공불락에 가깝다. 5년 생존율이 14년 만에 7.6%에서 10.1%로 증가하는 데 그쳤다. 췌장암은 배우 김영애씨와 애플 CEO인 스티브 잡스 때문에 많이 알려졌다. 장 교수는 “췌장암은 수술을 받으면 생존 가능성이 커진다. 수술받지 않으면 1년 이내에 숨지는 경우가 많다”며 “연 6000여 명의 환자 중 20%만 수술할 수 있다”고 말한다. 나머지는 혈관으로 퍼지거나 전이가 된 상태에서 발견돼 수술할 수 없다.
 
췌장암은 조기에 발견하기가 어렵다. 위가 췌장을 거의 가리고 있고 등 쪽에 붙어 있어서다. 최새별 고려대구로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는 “간암은 B·C형 간염이라는 위험 인자가 있고 이들 간염은 쉽게 발견된다. 반면 췌장암은 위험 인자도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췌장암은 전이가 잘된다. 췌장은 복부에서 가장 중요한 대동맥·대정맥 앞에 있어 암세포가 혈관을 타고 바로 전신으로 퍼진다.
 
췌장암 전용 표적치료제도 없다. 김송철 서울아산병원 간담도췌외과 교수는 “다른 암은 특정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킨다. 이 유전자를 타깃으로 한 항암제를 개발할 수 있다. 췌장암은 여러 개의 유전자가 변이해서 발병하기 때문에 표적치료제를 개발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속도가 느리긴 하지만 췌장암 치료법이 발전하고 있다. 수술이 가능하게 바꾸는 치료법이 핵심이다. 신준호 강북삼성병원 외과 교수는 “종전에는 암세포가 주요 혈관으로 퍼진 환자의 40%는 수술이 힘들었는데 이 중 3분의 1은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로 암세포의 크기를 줄여 수술을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가평군 장인용(67·농업)씨는 4년 전 건강검진 중 초음파검사에서 췌장 이상 징후를 발견했다. 췌장암 3기 진단을 받았다. 지름 5㎝의 암세포가 혈관에 퍼져 수술이 어려웠다. 절망적이었다. 장씨는 포기하지 않고 석 달간 항암 치료를 견뎠다. 그랬더니 종양이 2㎝로 줄어 수술로 떼냈다.
 
장씨는 “처음엔 다들 죽는다고 해서 절망했는데 끝까지 치료받은 덕분에 살았다. 이제 농사일도 다시 시작할 만큼 몸이 좋아졌다”고 했다. 장진영 교수는 “무리하게 바로 수술을 한 췌장암 환자의 생존 기간이 11개월이지만 항암제 치료를 해 암세포 크기를 줄인 뒤 수술했을 때는 23개월로 증가한다는 연구가 있다”고 했다.
 
진단 기술이 발전하면서 조기 발견도 쉬워지고 있다. 지난 20일 고려대구로병원 6층 암병동에서 만난 박지영(63·여·서울 금천구)씨가 그런 사례다. 박씨는 지난해 2월 위암이 의심돼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을 했다. 췌장에 작은 종양이 발견됐다. 박씨는 “체중 변화도 없고 뚜렷한 증상이 없어 췌장암인 줄 전혀 몰랐다”고 했다. 박씨는 앞서 지난 10일 위암과 췌장암을 동시에 수술했다.
 
물혹 없이 바로 생기는 암이나 가족 중에서 췌장암을 앓은 사람이 있으면 혈액검사나 췌장 CT 촬영으로 암을 찾을 수 있다. 비만·흡연·당뇨병 등이 있는 경우에도 췌장암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서울대병원은 피 검사로 췌장암을 90% 이상 진단할수 있는 키트를 개발하고 있다. 기존 키트보다 정확도를 높이는 게 목표다.
 
환자의 의지도 중요하다. 9년 전 췌장암 수술을 받은 강춘례(73·여·경기도 남양주시)씨는 지금도 건강하다. 최씨는 “즐겨 먹던 삼겹살과 떡은 입에도 안 대고 매일 30분 이상 걷는다. 생활 습관을 싹 바꿨다”고 전했다.
 
췌장암 평균 발병 나이는 65세다. 신준호 교수는 “수술이 가능한데 고령이거나 독한 암이라며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 겁먹지 말고 적극 치료받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췌장 물혹 70%가 암 될 가능성
췌장에도 물혹이 있다. 암 전 단계인 물혹도 있고, 1기까지 진행한 것도 있다. 서울대병원 강남검진센터가 지난해 무증상 환자 1만 명의 CT 촬영 결과를 분석했다. 이 중 2.2%에서 물혹이 발견됐다. 영상 진단을 했더니 이 중 70%는 췌장암으로 악화할 수 있는 혹이었다. 1990년대까지는 크기가 1㎝ 넘어야 발견됐다. 지금은 영상 장비가 발달해 3~5㎜의 작은 것도 잡아낸다. 장진영 서울대병원 교수는 “종전에는 전체 환자 중 5% 미만에서 물혹이 있었는데 지금은 30% 정도에서 발견돼 수술한다”고 말했다. 물혹을 암 전 단계에서 제거하면 5년 생존율이 95%, 1기에서 제거하면 52%다.
 
이민영·박정렬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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