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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셔츠에도 등산화 신던, 산과 한 몸이 된 화가

1978년 외설악에서 사진가 강운구가 박고석 화백이 작업하는 모습을 촬영했다. [사진 현대화랑]

1978년 외설악에서 사진가 강운구가 박고석 화백이 작업하는 모습을 촬영했다. [사진 현대화랑]

백암산, 무등산, 외설악, 도봉산, 불암산, 공룡능선…. 그림에 붙여진 제목 그대로다. 산과 하늘과 구름이 강렬한 형상으로 어우러져 절정의 빛깔을 뿜어내는 화폭은 이를 그린 화가가 얼마나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는지 단박에 짐작하게 한다. 그는 집에서 러닝 셔츠 바람으로 그림을 그릴 때조차 종종 발에는 등산화를 신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야 힘이 나온다”고 했다는 게 생전에 그와 가까웠던 이의 전언이다. 서울 삼청로 현대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박고석과 산’은 그같은 화가의 작품세계를 다채로운 산의 풍경과 함께 만끽할 수 있는 전시다. 화가 박고석(1917~2002)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여러 화랑이 힘을 모아 다양한 소장처에서 어렵사리 그러모은 시대별 유화 등 40여점을 한자리에서 선보인다.
 

박고석 탄생 100주년 기념전
다채로운 산 풍경 담은 그림 40여 점
이중섭·한묵과 찍은 사진들 선보여

본래 평양 태생으로 독립운동가 집안에서 자란 그는 일제강점기 일본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해방 직후 돌아온 유학파였다. 곧이어 한국전쟁이 벌어지자 피난지 부산에서 학교 교사로 일하며 화업을 이어갔다. 1952년 첫번째 개인전이 열린 곳도 피난지 부산의 피가로 다방이었다. 이번 전시는 당시의 출품작 ‘범일동 풍경’을 비롯한 초기작, 1957년 동료들과 ‘모던아트협회’를 창립한 이후의 몇몇 추상화 등 산 그림 이전의 화풍도 짐작할 수 있게 구성됐다.
박고석 화백이 그린 ‘외설악’ 1984, 캔버스에 유채, 60.6×72.7㎝. [사진 현대화랑]

박고석 화백이 그린 ‘외설악’ 1984, 캔버스에 유채, 60.6×72.7㎝.[사진 현대화랑]

 
“회색 빌딩과 탁한 주점 공기를 좋아하는 나는 또한 숲이 있고 물이 흐르는 시골길을 안타까이 그리워한다.”(박고석이 1956년 서울신문에 쓴 글 중에서). 짐작컨대 도시적 감성이었을 그가 산을 자주 찾으며 산을 소재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후반, 나이로는 불혹이 지날 무렵이다. 이후 암벽 등반을 하다 큰 부상을 입은 적도 있지만 말년에는 부인과 아예 설악산 근처에서 2년여를 살 만큼 산을 좋아했다.
 
서로 절친한 벗이자 동료였던 이중섭, 박고석, 한묵의 1950년대 모습(왼쪽부터). [사진 현대화랑]

서로 절친한 벗이자동료였던 이중섭, 박고석, 한묵의 1950년대 모습(왼쪽부터). [사진 현대화랑]

전시장에는 그림 말고도 볼거리가 또 있다. 동료 화가이자 절친한 벗이었던 이중섭, 한묵과 함께 찍은 것을 비롯한 사진 자료들이 그의 폭넓고 두터운 교분을 짐작하게 한다. 고은, 박경리 같은 문인과 함께한 사진도 있다. 절친 이중섭이 때이르게 세상을 떠난 이듬해에 1주기를 기려 그의 정릉집에 모였을 때 찍은 것이라고 한다.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새로 펴낸 두툼한 화집에는 부인 김순자 여사의 대담도 실려있다. 대담에는 부산 피난 시절 안그래도 외상값이 밀려 가게에 통사정을 하고 막걸리를 받아왔더니 장욱진·한묵 등과 오드리 헵번 얘기를 신나게 하고 있더라는 회고를 비롯해 전설적인 예술가들의 전설적인 시대를 생생하게 전하는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여럿 담겼다. 전시는 5월 23일까지.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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