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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월풀 제친 가전 한류, 혁신으로 미국인 생활 바꿨다

미국서 팔린 가전, 3대 중 1대는 한국산
올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 삼성전자 미국법인 임원들이 올해 가전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중앙포토]

올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 삼성전자 미국법인 임원들이 올해 가전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중앙포토]

올 1분기에 미국에서 팔린 가전 세 대 중 한 대는 한국산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랙라인은 지난 분기 미국 가전시장에서 삼성전자가 19.2%, LG전자가 15.8%의 점유율을 기록해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고 25일 발표했다. 106년 역사의 미국 가전회사 월풀은 삼성·LG에 밀려 3위(점유율 15.7%)로 내려앉았다. 한국 가전업체가 미국 시장에서 1, 2위를 모두 꿰찬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조사는 냉장고·세탁기·오븐·전자레인지·식기세척기 등 5대 생활가전 제품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삼성·LG전자 미국 시장 1·2위
대용량 선호하는 소비자들 공략
프렌치도어 냉장고, 드럼 세탁기 등
프리미엄 부문 점유율 크게 늘어
IoT 바람 타고 성장세 가속화 예상
오븐 등 주방 가전 공략은 숙제

 
세계 최대 가전회사인 월풀은 미국의 자랑이다. 2015년까지만 해도 부동의 미국 시장 1위였다. 이런 월풀을 지난해 처음 삼성전자가 밀어냈다. 그리고 올 1분기에 LG전자마저 월풀을 제쳤다. 106년 역사의 가전 공룡이 한국 업체들의 협공에 홈그라운드인 미국 시장에서 3위로 내려앉은 것이다.
 
2013년만 해도 삼성·LG전자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합쳐도 23.6%에 불과했다. 이 수치가 지난해 33%로 치솟았다. 3년 만에 10%포인트 성장했다.
 
그냥 많이 팔기만 한 것도 아니다. 판매 단가가 높은 프리미엄 제품군에서 한국산의 위력이 더 셌다. 미국에서 1분기에 팔린 전체 냉장고는 열 대 중 4대(40.9%)가 한국산이다. 하지만 문이 넷 달린 프렌치도어 냉장고를 놓고 보면 2대 중 1대(53.7%)가 삼성 아니면 LG다.
 
세탁기 시장도 마찬가지다. 전체 시장에서 두 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37%이지만 900달러(100만원)가 넘는 드럼 세탁기만 놓고 보면 한국산이 절반 이상(56.4%)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CES에서 LG전자의 세탁기를 살펴보는 관람객들. [중앙포토]

지난해 CES에서 LG전자의 세탁기를 살펴보는 관람객들. [중앙포토]

 
이런 ‘가전 한류’는 한국식 혁신 속도 덕분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경쟁하듯 매년 완전히 디자인과 기능이 달라진 신제품을 내놓는다. 최근 2년 사이 두 회사가 내놓은 세탁기 신제품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삼성전자는 2015년 손으로 애벌빨래를 할 수 있는 전자동 세탁기 ‘액티브워시’를, 지난해엔 세탁 중간에도 세탁물을 투입할 수 있는 ‘애드워시’를, 올해는 전자동 세탁기와 드럼세탁기를 결합한 ‘플렉스워시’를 선보였다.
 
LG전자의 경우 2015년 말 드럼세탁기 하단에 전자동 세탁기가 붙어있는 ‘트윈워시’를 세계 최초로 내놨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보통 4~5년마다 신제품을 내놓는 미국 가전 업체들로선 한국 업체들이 매년 신제품을 선보이는 것도 따라잡기 어려운데, 신제품마다 완전히 차원이 다른 성능을 탑재하니 경쟁이 안되는 것”이라며 “이런 속도전에 자극받아 미국 업체들도 신제품 교체 주기를 1~2년 단위로 줄였다”고 설명했다.
 
가전 한류는 미국 가전 시장의 트렌드까지 바꿔놨다. 한국서 유행하는 프렌치 도어 냉장고와 드럼 세탁기가 미국 시장의 주력 제품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2007년만 해도 미국에선 전체 냉장고 시장의 12%만이 프렌치 도어 냉장고였다. 올 1분기엔 이 비중이 29%로 뛰었다. 매출을 놓고 보면 프렌치 도어 냉장고의 비중은 지난 10년 사이 19%에서 50%로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동안 전체 세탁기 시장에서 드럼 세탁기가 차지하는 비중도 22%에서 25%로 늘었다.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는 “대용량 가전을 선호하는 미국 소비자의 성향과 냉장고 저장 공간을 중시하는 한국 소비자의 성향이 합쳐지면서 더 크고 저장 공간이 세분화된 프렌치 도어 냉장고가 미국 시장에서 인기”라며 “가전이 변하면 생활 방식이 변하는 만큼, 사실상 미국인의 생활 문화 변화를 한국 가전 업체가 이끌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성장세는 가전 시장의 사물인터넷(IoT) 바람으로 더 강해질 전망이다. 올해 월풀이 모든 신제품에 아마존의 인공지능(AI) 시스템 알렉사를 탑재하는 등 가전 시장의 스마트화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스마트폰과 통신 사업을 통해 확보한 삼성·LG전자의 기술력이 가전과 결합하면 한국 제품이 스마트 가전 시장에서 더욱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
 
박원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자체 인공지능 플랫폼을 개발하고 IoT용 시스템 반도체를 내놓은 삼성전자는 스마트 가전 시장을 주도할 기술력을 확보한 셈”이라며 “다만 미국의 소프트웨어 업체와 손잡은 월풀·GE의 추격에 경계를 늦춰선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숙제도 있다. 냉장고·세탁기·TV 시장은 한국 업체가 주도권을 쥐었지만 오븐·전자레인지·식기세척기 같은 주방 가전 시장에선 상대적으로 한국산의 위력이 약하다. 주방 가전을 필요할 때마다 단품으로 사는 한국과 달리, 주방 가구를 바꿀 때 가전까지 패키지로 바꾸는 미국식 빌트인 시장을 공략하지 못한 탓이다. 지난해 LG전자가 ‘시그니처 키친스위트’ 등 빌트인 전문 브랜드를 내놓은 것이나, 삼성전자가 고급 가전 브랜드 ‘데이코’를 인수한 것도 바로 이 빌트인 시장을 잡기 위한 노력이다. 김동원 KB증권 기업분석부 팀장은 “주방가전 중심의 빌트인 시장은 냉장고·세탁기보다 훨씬 더 브랜드가 중요하게 작용하는 시장”이라며 “이 시장에서 삼성과 LG가 미국 소비자의 인정을 받는다면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부가가치를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밀레·보쉬 같은 터줏 대감에 밀려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 유럽 시장은 한국 가전업체의 다음 과제다. LG전자 관계자는 “대용량·기능성 가전을 선호하는 미국 시장과 달리 친환경·고효율 가전을 선호하는 유럽 시장을 공략하려면 완전히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라며 “또다른 프리미엄 가전 시장인 유럽까지 장악한다면 진정한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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