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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기업] 해양산업클러스터 육성 통해 유휴항만을 고부가가치 신성장동력으로

해양수산부 윤학배 차관
해양수산부 윤학배 차관

해양수산부 윤학배 차관


기고

세계 해운시장이 3대 해운동맹 체제로 재편됐다. 글로벌 해운기업 간의 치열했던 인수·합병과 합종연횡이 마무리되어감에 따라 이제는 이들의 물동량을 유치하기 위한 글로벌 거점 항만 간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해운동맹에 속한 선사들이 초대형 선박을 활용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함에 따라 이에 맞는 깊은 수심과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기술을 결합한 항만시설을 갖춘 신항만들이 조만간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도심이 구도심을 대체하듯 신항만이 등장하면 노후화된 시설을 가진 기존 항만들은 경쟁력을 잃고 자연스럽게 유휴화될 것이므로 기능을 상실한 유휴 항만에 대한 최적의 활용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간 기존 항만의 유휴화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항만재개발이었다. 유휴화된 항만에 교육·휴양·관광시설 등을 마련해 완전히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항만재개발은 우리 경제 성장을 함께해 온 공간이자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여 건설된 항만 시설을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한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도시 재개발을 넘어 도시 재생의 개념이 생겨나듯 최근 들어 유휴화된 항만을 재개발하지 않고 안벽 등 항만시설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산업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항만하역설비제조업, 레저선박제조업 관련 산업단지 건설 시 유휴 항만의 구조물을 활용하면 설비에 필요한 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어 최적의 입지라 할 수 있다.
 
독일·이탈리아·노르웨이 등 해양선진국에서는 이미 유휴항만을 해양산업을 위한 클러스터로 탈바꿈시켜 고부가가치 해양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독일 브레멘항은 유휴부두를 활용하여 해상 풍력 관련 제조기업, 연구소 등 400여 개 기관이 입주한 해양풍력단지를 조성한 이후 독일 내에서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이 가장 높은 도시가 됐으며 실업률도 대폭 감소했다. 이탈리아의 작은 휴양도시인 비아레지오시는 유휴 조선소 및 항만시설에 30여 개의 레저선박 제조업체와 1000여 개의 부품업체가 밀집한 레저선박클러스터를 조성하여 세계 최대의 수퍼요트 생산단지가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유휴항만을 해양산업의 중심이 되는 클러스터로 육성하기 위한 준비가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해양산업클러스터의 육성을 위한 ‘해양산업클러스터의 지정 및 육성 등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돼 지난해 11월 시행됐으며 해양산업클러스터의 체계적 육성·지원을 위한 향후 5년간의 로드맵인 첫 번째 기본 계획이 이번에 수립됐다.
 
이번에 수립된 해양산업클러스터 육성 기본계획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부산항과 광양항의 유휴항만에 해양산업클러스터가 지정될 예정이다. 해양산업클러스터 예정부지인 부산 북항의 우암부두와 광양항의 중마일반부두는 신항만 개발에 따라 유휴화됐으나 양호한 항만시설 인프라를 유지하고 있으며 도심에서의 접근성이 뛰어나 항만시설을 활용하는 산업군에 최적의 입지이다.
 
해양수산부는 앞으로 부산항 우암부두를 요트·보트 등 해양레저선박과 해양플랜트 첨단 부분품을 제조하는 클러스터로 육성할 계획이다. 광양항 중마일반부두는 해운항만물류 R&D 성과물을 산업화하는 테스트베드(Test-bed)로 활용할 예정이다. 아울러 클러스터가 성공적으로 정착하여 해양산업의 허브이자 지역의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내년부터 기반시설 구축과 전문인력 양성 등 전폭적인 지원을 추진할 예정이다.
 
지금까지의 항만은 단순히 화물의 수출입이 이루어지는 곳이자 일반인은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보안구역으로만 인식돼 왔다. 하지만 이제 항만은 제품의 생산부터 판매와 수리, 그리고 수출지원까지의 산업 전 과정이 이루어지는 복합 산업공간으로 새롭게 변신하고 있다.
 
‘기회’라는 뜻을 가진 영어단어 ‘opportunity’는 과거 배들이 밀물 때에 맞춰 항만(port)에 들어오기 위해 기다리는 것에서 유래했다. 잊혀진 옛 항만이 다시 사람과 일이 모여드는 장소로 거듭나기를, 그리하여 해양산업 발전을 위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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