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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보리 일렁이는 섬, 미술관 품은 마을…지금 제주로 떠나야 하는 이유

제주도 남서쪽에 있는 작은 섬, 가파도에는 지금 청보리가 무르익었다. 맑은 날이면 바다 건너 용머리해안과 산방산, 한라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중앙포토]

제주도 남서쪽에 있는 작은 섬, 가파도에는 지금 청보리가 무르익었다. 맑은 날이면 바다 건너 용머리해안과 산방산, 한라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중앙포토]

4월 20일, 제주공항 여객터미널 풍경은 어딘가 낯설었다. 지난 몇 년간 공항을 점령했던 유커(游客·중국인 단체여행객)는 온데간데없었고, 삼삼오오 모여있는 동남아시아 여행객과 백인들이 눈에 띄었다. 섬 곳곳에서 마주친 풍경도 어색했다. 시내면세점과 유독 중국인에게 인기였던 '테디베어 사파리' 같은 테마파크는 한산했다. 중국 정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사드·THAAD)체계에 대한 보복 조치를 내린 뒤 달포만에 달라진 풍경이다. 한한령(限韓令)이 시작된 3월 2일부터 4월 20일까지 제주를 방문한 중국인은 73.6%나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내국인 여행객은 9.5% 늘었다. 황금연휴가 있는 5월에는 더 많은 한국인이 제주를 찾을 전망이다. 그리고 이런 제주를 기대할 테다. 오직 이 봄에만 볼 수 있는 시한부 비경, 산책하기 좋은 한갓진 공간. 지난 20~21일 다녀온 가파도와 저지리 예술인마을이 그런 곳이었다.
가파도는 거의 평지라 자전거 타고 둘러보기에도 좋다. 최승표 기자

가파도는 거의 평지라 자전거 타고 둘러보기에도 좋다. 최승표 기자

모슬포항에서 300인승 배를 타고 20분 만에 가파도에 닿았다. 청보리축제기간이었는데 여느 지방 축제와 달리 가파도는 차분했다. 사연이 있었다. 청보리가 무르익는 4~5월, 관광객에게 허락된 가파도 체류시간은 단 2시간이다. 모슬포항에서 표를 사면 2시간 뒤 가파도에서 나오는 승선권을 함께 사야 한다. 낚시를 하거나 숙박을 하지 않는다면 예외가 없다. 시간을 제한하지 않으면 늦은 오후 배편에 사람이 몰린다는 여객선 선사의 사정 때문이다. 얄궂긴 하지만 덕분에 가파도에서는 인파에 치이는 일은 없다.

유커 급감한 뒤 내국인 방문 증가세
한갓진 장소 찾는다면 가파도·저지리
자리물회·옥돔국 등 향토음식 지금이 제철

가파도는 탄소 없는 섬을 지향한다. 전력 50%를 태양광, 풍력 발전으로 생산한다. 자동차는 전기자동차로 대체하고 있다. 최승표 기자

가파도는 탄소 없는 섬을 지향한다. 전력 50%를 태양광, 풍력 발전으로 생산한다. 자동차는 전기자동차로 대체하고 있다. 최승표 기자

가파도는 아담하다. 면적이 0.87㎢로 섬 가장자리를 사붓사붓 한 바퀴 걸어도 한두 시간이다. 포구에서 자전거를 빌려 타도 좋다. 섬에서 가장 높은 곳이 해발 20m 밖에 되지 않는다. 가파도의 별명이 ‘한국에서 가장 키 작은 섬’인 이유다. 
페달을 굴리며 해안길을 달리다 섬 남쪽 가파포구에서 하동마을쪽으로 방향을 꺾었다. 마을 담벼락에 해녀들이 물질하는 사진이 결려 있었다. 약 5년간 가파도 해녀의 삶을 촬영한 사진가 유용예씨가 ‘낮은섬 가파도 할망바다’ 사진전(5월10일까지)을 열었단다. 현재 가파도 인구 226명 중 50명 이상이 해녀다.
가파도 남쪽 하동마을. [중앙포토]

가파도 남쪽 하동마을. [중앙포토]

가파초등학교를 지나니 비로소 파도처럼 일렁이는 청보리밭이 펼쳐졌다. 밭 너머로 푸른 바다, 그 뒤로 용머리해안과 산방산이 겹쳐 보였다. 맑은 날에는 한라산까지 한눈에 담긴다. 마을 주민에게 물으니 5월 말이면 보리 수확을 시작한단다. 비경을 볼 날이 얼마 안남았다는 뜻이다.
절정의 초록빛을 내고 있는 청보리. 최승표 기자

절정의 초록빛을 내고 있는 청보리. 최승표 기자

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갯무꽃. 최승표 기자

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갯무꽃. 최승표 기자

모슬포항으로 돌아와 향한 곳은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 예술인마을. 예술가 32명이 입주한 마을이다. 제주 현대미술관을 비롯해 개인 예술가가 운영하는 갤러리 6곳과 공방 등이 곳곳에 자리해 있다. 아직까지 관광객이 많지 않아 예술작품을 감상하며 호젓한 마을길을 걷기에 좋다. 
제주 한경면 저지리에 있는 제주 현대미술관. 최승표 기자

제주 한경면 저지리에 있는 제주 현대미술관. 최승표 기자

마침 도립 김창열미술관이 2016년 9월 개장했다 해서 찾아갔다. 이북 출신인 김창열(88) 화백은 한국전쟁 때 제주에서 피란생활을 했던 인연이 있다. 미술관 건립과 함께 작품 220점을 제주도에 기증한 이유다. 미술관에서는 물방울 그림에 천착한 김창열 화백의 작품을 포함한 기획전시 ‘모든 것을 기억하는 물’이 진행 중이었다. 물을 주제로 정통 회화부터 사진과 LED 화면을 결합한 미술, 거장 백남준(1932~2006)의 작품까지 아우른 흥미로운 전시였다. 김선희 관장은 “미술관 규모는 1652㎡(500평)로 크지 않지만 김화백 작품을 주제별로 전시하고 주목받는 신진작가들의 작품도 꾸준히 전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물’ 전시는 6월11까지 진행된다. 6월30일까지 미술관 입장이 무료다. 
2016년 9월 개장한 김창열미술관에서는 '모든 것을 기억하는 물' 전시가 진행 중이다. 6월30일까지 입장이 무료다. 최승표 기자

2016년 9월 개장한 김창열미술관에서는 '모든 것을 기억하는 물' 전시가 진행 중이다. 6월30일까지 입장이 무료다. 최승표 기자

5월 제주는 맛의 천국이기도 하다. 잔뜩 맛이 오른 바로 제주의 해산물이 많아서다. 먼저 맛봐야 할 것은 자리돔이다. 여름이 되면 살이 물러지고 뼈가 억세져 지금 먹어야 맛있다. 어른 손바닥만한 자리돔은 통째 구워 먹거나 뼈째 썰어서 물회로 먹는다. 모슬포 덕승식당(064-792-2521, 1만원)과 보목항 어진이네횟집(064-732-7442, 1만원)이 자리물회 맛집으로 인기다. 옥돔도 더위가 찾아오기 전에 먹는 게 좋다. 여름에 먹는 옥돔은 대부분 냉동이다. 서울에서도 먹을 수 있는 옥돔구이 말고, 무채를 넣고 시원하게 끓인 옥돔국을 먹어보자. 제주 사람들이 최고로 치는 해장국이기도 하다. 남원읍 토향(064-764-3300, 1만3000원), 표선면 표선어촌식당(064-787-0175, 1만2000원)이 맛있다.
여름이 시작되기 전에 먹어야 더 맛있는 자리물회. [중앙포토]

여름이 시작되기 전에 먹어야 더 맛있는 자리물회. [중앙포토]

제주 사람들이 최고의 해장국으로 치는 옥돔국. [중앙포토]

제주 사람들이 최고의 해장국으로 치는 옥돔국.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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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봄 여행주간이 이달 29일부터 5월 14일까지 진행된다. 제주를 비롯한 전국 방방곡곡에서 다양한 축제가 벌어지고 체험·관광시설·숙박업소·음식점 등이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spring.visitkorea.or.kr) 참조. 모슬포항에서 가파도 가는 첫배는 오전 9시, 막배는 오후 4시20분 출발한다. 가파도에서는 첫배가 오전 11시25분, 막배가 오후 4시45분 출발한다. 왕복 뱃삯은 어른 1만3100원, 어린이 6600원. 가파도 자전거 대여 어른 5000원, 어린이 4000원. 
제주=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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