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김식의 야구노트] 선물이 된 눈물, 쓴맛이 그들을 강하게 했다

소년은 공을 뿌렸고, 눈물을 뿌렸다.
 
2007년 서울고의 에이스였던 소년은 대통령배 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서 8-7로 앞선 9회 말 2사 1·3루에서 광주일고 이철우에게 동점타를 맞았다. 소년의 마음이 흔들렸고, 시야도 흐려졌다. 오기만 남은 그는 동점타에 이어 끝내기 안타를 맞고 주저앉아 통곡했다. 동료들도, 동문들도 함께 울었다. 고교야구 역사상 가장 가슴 뜨거운 장면으로 꼽히는 역투였다.
 
많은 팬들이 ‘눈물의 에이스’로 기억하는 이형종(28)은 지금 프로야구 LG의 공격을 이끄는 중심타자가 됐다. 올 시즌 19경기에서 타율 0.391(3위), 홈런 3개(15위)를 기록 중이다. 이순철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이형종이 타자 전향 3년 만에 놀라운 타격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외다리 폼’은 고교 시절 자세를 응용한 것이라는데 짧은 시간에 좋은 스윙을 만들었다”고 칭찬했다.
 
투수 이형종은 2008년 특급 대우(1차 지명 계약금 4억3000만원)를 받고 LG에 입단했지만 팔꿈치 부상에 시달렸다. 2010년 프로 첫 등판에서 승리투수가 됐으나 부상이 재발했다. 그 과정에서 코칭스태프에게 소셜미디어를 통해 항명하는 사고도 저질렀다. 일이 커지자 그는 은퇴를 선언했다. 골프선수로 변신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2013년 LG로 돌아온 그는 이듬해 타자로 전향했다.
 
이형종은 지난해 5월 11일 삼성전에서 프로 첫 홈런을 때렸다. 그러나 다음날 양상문 LG 감독은 이형종을 2군으로 내리고 임훈(32)을 불러올렸다. 세대교체를 주창하던 양 감독에게도 이형종은 먼 미래의 자원이었다. 그랬던 그가 1년 만에 LG 타선과 외야 수비의 중심이 된 것이다.
 
눈물의 역투 이후 이형종은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다. 지나친 열정(혹은 젊은 혈기)이 그를 실패와 방황으로 이끌었다. 그래도 그는 끊임없이 부딪혔고 도전했다. 10년 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타자 이형종’은 그렇게 탄생했다. 이형종은 “타자가 됐을 때 나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했다. 그래서 절박하게 뛰었다. 지금도 내겐 한 타석 한 타석이 정말 소중하다”고 말했다.
 
SK 4번타자 김동엽(27)의 야구 인생도 실패가 더 많았다. 2009년 시카고 컵스와 계약한 그는 메이저리그는커녕 마이너리그 더블A에서도 뛰지 못했다. 미국 생활을 접고 2013년 돌아와 어깨 수술을 받고 병역의 의무를 수행했다. 남들보다 7년 늦은 2015년 말 2차 신인 드래프트에 나서 84순위로 SK에 지명됐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그는 올해 부임한 트레이 힐만 감독의 눈에 들어 전격적으로 4번타자에 기용됐다. 그는 지난 15일부터 4경기 연속 홈런을 포함해 벌써 홈런 5개(5위)를 때렸다.
 
8경기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며 구원 1위(7세이브) 를 달리고 있는 kt의 투수 김재윤(27)도 패자부활전 끝에 재기한 보석이다. 2009년 미국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계약했으나 메이저리그 문턱에도 가지 못한 채 2012년 방출됐다. 군 복무를 마치고 2015년 kt에 입단했고, 포수에서 투수로 전향한 뒤 성공을 거두고 있다.
 
수년 동안 프로야구 개인기록 순위 상단은 외국인 또는 고액 연봉자가 점령했다. 그런 가운데 질풍노도의 시절을 보낸 뒤 뒤늦게 성공한 유망주의 등장은 반갑기 짝이 없다. 인생이 완전히 바뀌는 결정을 했고, 밑바닥에서 다시 시작했지만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 덕분에 2017년, 뒤늦게 야구인생의 꽃을 피우고 있다. 꽃길만 걸어온 야구 선수는 거의 없다. 투수였던 이승엽(41·삼성)은 ‘국민타자’가 됐고, 오승환(35·세인트루이스)·류현진(30·LA 다저스)은 선수 생명을 건 수술을 두 번씩 했다. 메이저리그에서 퇴출됐던 에릭 테임즈(31·밀워키)도 3년 만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기다렸고, 노력했고, 마침내 역전에 성공했다. 재기의 기회가 많지 않은 우리 사회에서 팬들이 스포츠에 열광하는 이유다. 
 
김식 야구팀장 seek@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