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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E&M 이한빛PD, 죽기 전 '여긴 미친 세상이야'"


사망 2개월 전 친구에 연락해 답답함 토로
"책임은 연출부에…힘없는 이들에게 왜 떠넘기나"
'비정규직 스탭 해고' 업무 특히 괴로워한 듯
母 "CJ E&M 보도자료만 내고 유족에 연락 없어"

【서울=뉴시스】김현섭 기자 = CJ E&M 운영 채널인 tvN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10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이한빛(향년 28세)씨는 죽기 전 비정규직 스탭 해고 업무를 특히 괴로워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씨는 자신이 조연출이었던 드라마 '혼술남녀' 종영 이?날이자 입사 9개월 만인 지난해 10월26일 새벽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사실이 최근 알려졌다.

'tvN혼술남녀 신입조연출 사망사건 대책위원회'는 24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M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씨의 친구 박모씨의 편지를 공개했다.

여기서 박씨는 "친구가 위태로워 보이기 시작한 건 지난해 8월부터"라고 밝혔다.

박씨는 "지난해 8월 어느 날 새벽에 친구가 답답함을 토로하며 메시지를 보냈다. 윗선에서 지금까지 촬영된 드라마를 보고 변화의 계기가 필요하다며 비정규직 스탭들을 해고했다는 내용이었다"며 "비정규직 스탭들은 계약금까지 토해내야 한다고 했다. 친구는 책임을 져야 하는 건 연출부인데 왜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스탭들이 희생양이 돼야하냐고 아파했다"고 전했다.

박씨에 따르면 이씨는 정규직이었다.

그는 "친구는 힘없는 비정규직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을 못 견뎌했다"며 "'여긴 미친 세상이다', '너무 화가 나서 돌아버릴 것 같다'는 말을 했다"고도 밝혔다.

박씨는 "무거운 분위기를 전환하려고 장난스럽게 '방송국 놈들이 다 그런 거 아니겠냐'고 했더니 뜻밖에도 친구는 '누구 누구 자를까'하는 회의에서 한 마디도 못(안) 하는 막내 PD라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며 "어쩌면 친구가 퇴사를 할 수도 있겠다고 짐작했지만 죽음을 택할 것이라곤 정말로 상상조차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온 이씨의 어머니 김혜영씨는 "용기를 내어 한빛이의 죽음을 (대중에) 알렸다. 한빛이처럼 열심히 사는 청년들이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CJ E&M은 보도자료를 냈을 뿐 유가족과 대책위에 연락 한 번 하지 않았다. 유감이란 말만 되풀이했고 왜 죽음에 이르렀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도 인정하지 않았다"며 오열했다.

김씨는 "아들이 (혼술남녀) 촬영에 들어간 후 새벽에 들어와 2시간 뒤에 다시 나가는 걸 보면서 '이게 아니다' 싶었다. 하지만 힘든 사람들을 위로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 PD가 된 아들을 존중할 수 밖에 없었다"며 "이렇게 열심히 살아온 아들을 어떻게 CJ E&M은 감히 폄하할 수 있나. 아들의 명예회복을 강하게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씨의 죽음은 지난 17일 동생 한솔씨가 SNS를 통해 처음 알려졌다.

이씨는 혼술남녀 제작 과정에서 비정규직 스텝 정리해고 업무, 폭력적이고 고된 근무환경 등에 힘겨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위는 기자회견에서 "CJ E&M이 지금까지와 같이 이번 사건을 회피하고 모면하는 데에 급급하다면 또 다른 희생을 막을 수 없다"며 "글로벌 대중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는 CJ E&M에 책임 있는 문제해결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CJ E&M 측은 18일 보도자료에서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한 이한빛님에 대해 큰 슬픔을 표한다"며 "당사 및 임직원들은 경찰과 공적인 관련 기관 등이 조사에 나선다면 적극 임할 것"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afero@newsis.com


<저작권자ⓒ '한국언론 뉴스허브'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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