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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코리아] 대기업에 기술 빼앗긴 중소기업에 직접 고발권 주자

여시재 대선 정책 포럼 
재단법인 여시재가 23일 서울 신촌 르호봇 G 캠퍼스에서 개최한 ‘한국 사회 혁신생태계 조성을 위한 콘퍼런스.’ 혁신가 100여명이 대선 후보 캠프에 정책을 제안했다. 오른쪽부터 순서대로 김형탁 심상정 캠프 조직 2본부장, 이종훈 유승민 캠프 정책본부장, 채이배 안철수 캠프 정책본부 공약단장, 하승창 문재인 캠프 사회혁신·사회적경제위원회 공동위원장, 이원재 재단법인 여시재 기획이사. [전민규 기자]

재단법인 여시재가 23일 서울 신촌 르호봇 G 캠퍼스에서 개최한 ‘한국 사회 혁신생태계 조성을 위한 콘퍼런스.’ 혁신가 100여명이 대선 후보 캠프에 정책을 제안했다. 오른쪽부터 순서대로 김형탁 심상정 캠프 조직2본부장, 이종훈 유승민 캠프 정책본부장, 채이배 안철수 캠프 정책본부 공약단장, 하승창 문재인 캠프 사회혁신·사회적경제위원회 공동위원장, 이원재 재단법인 여시재 기획이사. [전민규 기자]

‘중소기업의 기술 보호제, 창업 초기 사무공간 제공, 과학기술의 역할을 논의하는 사회적 협의체 구성’. 적어도 이 세 가지 제안은 차기 정부에서 실현될 가능성이 크다.
 
23일 열린 ‘한국사회 혁신생태계 조성을 위한 콘퍼런스’에서 제안된 여러 정책 중 대통령 후보를 낸 4당 정책 책임자들이 이 세 가지 정책에 대해선 이견 없이 동의했기 때문이다. 이날 콘퍼런스는 여시재·중앙일보·사회혁신공간 데어 등이 주최했다. 벤처기업·사회적기업·비영리단체·연구원 등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100여명이 사전 협의를 통해 제안한 정책에 대해 문재인·안철수·유승민·심상정 대선후보캠프 정책 최고 책임자가 후보들의 의견을 내놨다. 주최 측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통령후보캠프 정책 담당자도 초청했지만 홍 후보측이 응하지 않았다. 일단 차기 정부에선 누가 되던 중소기업 기술을 보호하는 제도가 등장할 전망이다. 황승익 한국NFC 대표는 “대기업이 중소기업 기술을 빼앗는 하도급법 제도가 유명무실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3년~2015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접수받은 하도급법상 기술탈취 혐의신고는 14건에 불과하다. 황 대표는 “대기업에 기술을 뺏겨도 소송하면 고작 1000만원 받는데다, 대기업은 형사처벌도 안 받는다”고 말했다. 대기업이 벤처 기술을 탈취하면 징벌적 손해배상, 과징금 부과(5억원)와 함께 형사처벌을 해달라는 게 이들의 요구다.
 
핀테크·자율주행차 2년 간 규제 없애야
 
4당 대표는 모두 공감했다. 하승창 문재인캠프 사회혁신·사회적경제위원회 공동위원장(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대기업이 벤처기업 기술을 뺏어가면 공정거래위원회만 고발할 수 있지만, (문 후보가 집권하면) 중소기업이 직접 고발할 수 있게 하고, 대기업이 불공정거래를 하면 징벌적 손해배상금을 청구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벤처기업이 창업 초기 필요한 사업공간을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공공 유휴 공간자원 정보시스템’을 구축해서, 놀고 있는 공공기관 공간을 벤처 사무실로 빌려주자는 생각이다. 또 정권 변화에 무관하게 과학기술의 역할을 논의하는 사회적 협의체(일명 과학의회)를 구성하자는 제안도 등장했다. 이런 아이디어에 대해서도 4당 정책 담당자는 전원 동의했다.
 
주로 스타트업 대표들이 제안한 ‘신산업 규제 샌드박스’는 이번 콘퍼런스의 뜨거운 감자였다. 넘어져도 안전한 모래놀이터(sandbox)처럼 신사업이 기존 규제 적용을 받지 않게 해달라는 요구다. 권소진 사회적기업 CHRD 대표는 “자율주행차·핀테크 등 기존에 없던 산업이 태동할 때는 기존 관행이나 규제에 얽매이지 말아야 하는데, 규제가 혁신을 억제하고 있다”며 “정부가 지정한 특정 산업은 2년 동안 일괄적으로 규제를 피할 수 있게 해달라”고 제안했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바른정당 정책 담당자들은 한 목소리로 “(법적으로 가능한 행위를 규정한) 포지티브 규제를 (불가능한 행위만 나열하는)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김형탁 심상정캠프 조직2본부장은 “샌드박스 때문에 반드시 규제가 필요한 부분을 규제하지 못할 수 있어 면밀하게 검토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혁신의 전제는 공정한 경쟁이다. 이날 콘퍼런스는 혁신가들이 대기업에게 ‘양보’를 구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벤처 생존을 위해 대기업이 일부 기득권을 포기해 달라는 것이다.
 
대기업 보유 SI업체 계열 분리 주장도
 
 
특히 대기업들이 보유한 시스템통합(SI) 업체가 도마에 올랐다. 김병권 사회혁신공간 데어 이사는 “AI·빅데이터·로봇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산업은 소프트웨어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대기업계열 SI 회사가 계열사 물량을 독점하고 있어 중소 소프트웨어 기업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기업 소유 SI업체를 강제로 계열분리해 달라는 주장에 문재인캠프를 제외한 전원이 동의했다. 다만 하승창 공동위원장도 “적극 검토는 하고 있다”고 밝혀 누가되던 차기 정부가 SI 업체를 강제 계열분리할 가능성이 커졌다. SI 계열분리나 기술 탈취 시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대기업의 일방적 희생을 요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대-중소 상생 생태계가 조성되면 결국 대기업도 유리해진다는 이날 콘퍼런스 참석자들의 주장이다.
 
이원재 여시재 기획이사는 “중소 소프트웨어 기업이 경쟁하는 환경이 조성되면 가장 품질 좋은 솔루션만 생존한다. 그럼 대기업도 저렴한 가격에 훌륭한 SI업체를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하경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장(중앙일보 주필)은 토론회 인사말에서 “미지의 세계에 뛰어들 수 있는 용기와 결단이 경제 발전을 이끈다”며 “혁신가들이 제안한 정책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즉각 출범할 새 정부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청년 사업가들이 대선 후보에 제안한 정책은 지난 4개월여 동안 100여명의 의견을 취합해 추려졌다. 5차례 그룹 인터뷰를 통해 의견을 수렴했고, 대전·광주·대구 등 에서 워크숍이 열렸다. 여시재 혁신생태계연구팀은 10개 정책을 엄선해, 23일 4당 캠프 정책 책임자에게 이를 전달했다.
 
 
◆여시재(與時齋)
지난해 8월 설립된 재단법인이다. 이념·정파를 초월하고 서양(물질문명)과 동양(정신문명)의 문명을 조합해 새로운 지혜를 찾겠다는 취지로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이 사재 4000억원을 출연해 출범했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여시재 초대 이사장,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가 상근부원장이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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