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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충기의 긴가민가] 김훈 집필실의 철가방과 저울

혹시 궁금한 분들 있을까봐, 밑줄 좌악 6가지
 
1. 기사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긴가민가>. 내키는 대로 쓰지만 취재한 사실만 쓴다.  
2. 글 중의 삽자루는 필자 별명. 주말농장 오래 하며 삽질에 이골이 나 그렇게 지었다.
3. 사투리가 나오고 맞춤법은 멋대로, 툭하면 등장하는 언냐 아재 형아 호칭은 읽을 때 재미를 주려는 설정일 뿐이다.  
4. 그림의 내려다보는 시점은 삽자루 아이디어가 아니다. 산수화, 건물설계도, 드론의 시점과 같다. 일본 무대예술가 세노 갓파는 1970~80년대에 이런 시점으로 그렸다.  
5. 2015년 4월 유럽 출장을 다녀오던 길, 좌석 앞 모니터가 시베리아 상공을 나는 비행기의 위치를 보여줬다. 퍼뜩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도시를 그려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착안해 작년에 중앙일보에 <비행산수>를 연재했다.  
6. <긴가민가>는 <비행산수>의 변신 버전이다. 앞으로 <중앙SUNDAY>에서 격주로 선보인다. 거기는 <공간탐색>이란 제목으로 나간다. 중앙일보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언냐가 글을 쓰고 삽자루가 그림을 그린다. 같이 취재하고 삽자루는 온라인에 따로 쓰니 일타쌍피라고 보면 되시겠다. 틈틈이 온라인에만 올리는 삽자루의 개별 <긴가민가>도 있다.          
  
<긴가민가> 일타쌍피 버전 첫 번째 손님은 소설가 김훈 아재다.  
3월29일 정재숙 언냐와 아재의 집필실로 가는 길. 약속시간은 오후 4시. 이십대 중반의 일산 호수공원은 이제 숲이 되었다. 집필실은 공원 옆 오피스텔 15층이다.
 
삽자루: 전망이 기가 맥혀유.
아재: 오후엔 직사광선이 들어오고 꼭대기라 여름엔 사우나야.
삽: 이 동네서 오래지유? 저두 한 10년 살았는디.
아: 92년인가 일산신도시가 생기며 죽 살았어. 일산 토인이지. 그때는 아파트 몇 채 외엔 아무 것도 없었어.  
삽: 지가 백석동 살 때 오피스타운 그짝은 죄다 공터였는디, 수로 옆에 땅을 파서 일궈먹었지유.
아: 음, 그랬군.  
삽: 딴 데루 뜨구 싶지 않으셔유?    
아: 집사람이 여기가 편하대. 나도 늙고 아내도 늙었어.  
삽: 일산칼국수 먹으러 많이 댕겼어유. 지금두 생각나유,
아: 음, 그렇군.
삽: 작업실에서 밥두 해잡숴유?
아: 안 해, 차나 끊여먹지. 청소도 혼자 해.
 
시답잖은 얘기 나누며 나는 방 안 스케치 슥슥, 재숙 언냐는 아재와 시시콜콜 인터뷰.  
 
(아래 꾹 누르면 장강처럼 흐르는 아재의 서사시가 펼쳐진다.
http://news.joins.com/article/21478184)    
 
책상 뒤에 때 국물 좔좔 흐르는 중국집 철가방이 놓여있다. 2011년 봄, 아재가 경기도 안산의 선감도에서 가져왔다. 당시 아재는 섬에 들어가 다섯 달 동안 <흑산>을 썼다. 어느 날 산책을 하다가 누가 버린 걸 주워와 지금까지 원고통으로 쓴다. 잇댄 세 개의 탁자 위에 펼쳐진 사전 여섯 권은 아재의 트레이드마크다. 목침으로 쓰기에도 힘든 두께다. 책상 위에는 안경 두 개가 더 놓여있다.    
 

아재는 정옥자 서울대 명예교수의 <조선후기지성사>를 읽고 있었다. 1991년에 나온 책이다. 정 교수는 삽자루의 은사다.
 
이: 문장이 좋아.
삽: 글이 군더더기 읎구 깨끗하니 저자 성품을 닮았지유.  
이: 정명수 있지?
삽: ??#$%@??  
아: 조선의 천출인데 후금 공격 때 강홍립의 부대로 갔다가 포로가 된 자야. 그 뒤 청나라 앞잡이가 돼 병자호란 때 용골대의 통역으로 와서 온갖 행패를 부렸지.  
 
(말을 듣고서야 그가 <남한산성>에 등장하는 인물임이 희미하게 생각났다)
 
삽: 정명수가 어째서유.
아: 최후를 알고 싶어서 그래. 종말이 정확하지 않아.
삽: 무슨 이유라도.
아: <남한산성>이 곧 100쇄를 찍는데 작가의 말에 붙이려고 그래.
 
(삽자루는 며칠 뒤 정명수를 잘 알만한 연구자를 수소문해 아재에게 조공을 올렸다)  
 
정명수 이름을 노란 메모지에 꾹꾹 눌러쓰는 아재의 오른손 손톱이 심상찮다.
 
- 군대서 걸린 동상 후유증이지. 혹독한 겨울이었어.
 

저울이 천장에서 책상 위로 늘어져있다. 그 위에는 깎은 연필 몇 자루가 들어있다. 
 
-우리 집안이 중인 출신인데, 할아버지가 쓰던 물건이야.
 

실내에 자전거 두 대가 있다. 하나는 입구에 세워놓았고, 하나는 방 한가운데 뒤집어 놓았다. 누운 자전거 바퀴를 눌러 보니 쑥쑥 들어간다.  
 
-다리가 아파서 요즈음은 안 타. 집에서 여기까지 가까워서 슬슬 걸어와.
 
작업실 가까이 있는 해물집인 황금어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고려대학교 66학번인 아재의 학교시절, 군대, 신문사, 문단 얘기, 화염병이 등장한 80년대와 달리 오물병이 날아다녔다는 60년대 데모 얘기…. 한라산 병은 쓰러지는데, 안주에 젓가락 갈 새 없이 떠들다 보니, 손바닥 반만한 꼬막이 절반이나 남았다. 통째로 나오는 이 집 총각무 맛이 짜릿하다.  
화장실 가는 척 하며 밥값 내는 재숙 언냐의 지병이 다시 도졌다. 지갑을 꺼내던 아재가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쓱 쳐다본다.  
 
-잘 가.
 
한마디 던지고 아재는 해 넘어가는 골목으로 훠이 훠이 들어갔다.    
신도시가 늙어가고, 아재의 등도 굽어간다.  
 
안충기 기자 newnew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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