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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대선, 진실한 꽃 잔치였으면…

삶과 믿음
 
매년 봄 이맘때면 내 고향 부여의 꽃 풍경이 떠오른다. 낙화암 바위 옆의 분홍 진달래, 흩날리는 부소산의 산벚나무 꽃잎들. 푸른 백마강에 자욱하게 떠내려가는 꽃잎의 흔적. 낙화유수와 삼천궁녀가 마음속에 오버랩 된다.  
 
이토록 봄은 눈물겹도록 화려하지만, 한편으론 참 덧없다. 마치 우리 인생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봄은 정녕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게 해준다.
 
최근 법회 참석차 들린 조계사에도 봄이 한창이었다. 벚꽃은 졌지만, 모란과 불두화가 꽃망울을 맺었고, 부는 바람에 라일락 꽃향기가 밀려왔다. 법회를 마치고 나오는데, 청년 둘이 쫓아와 청첩장을 내민다. 바야흐로 결혼시즌이구나 싶었다. 그 자리에서 ‘축, 화혼’이라 써 주며 어여쁜 청년들을 축하해 주었다. 화혼은 말 그대로 ‘꽃의 결혼’이란 뜻이다. 결혼이란 인생의 꽃을 피우는 일이기에, 그들이 꽃피울 아름다운 사랑과 향기로운 미래를 축원한 것이다.
 
우리는 꽃의 싱그러움, 아름다움, 향기로움에 곧잘 취한다. 그런데 생물학자들에 의하면, 식물이 꽃을 피우는 것은 곤충을 불러들여 수정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식물의 생존을 위한 분투가 꽃이라는 아름다운 유혹으로 나타난다는 얘기다. 결국 꽃은 열매와 새로운 씨앗을 예비하는 바람잡이인 셈이다.
 
젊은이들의 결혼도 이와 유사한 것이 아닐까? 결혼이란 아름다운 사랑의 꽃피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낳아 자신의 생명성을 2세로 이어가고자 하는 현실적인 목적도 있으니까. 또 무엇보다 결혼은 둘이 함께 험한 세상을 헤쳐 나가기 위한 현실적 방편이기도 하다. 꽃의 속뜻이 열매를 지향하듯 설레는 결혼은 사랑의 결실을 맺고 어려움을 함께 이겨낸다는 엄중한 현실을 지향한다.
 
꽃 얘기를 하고 보니, 요즘 우리 사회에도 꽃이 한창이다. 4월의 흩날리는 꽃 잔치와 청춘들의 결혼행렬 속에서 민주주의의 꽃이 피어난다. 선거가 꽃 잔치처럼 펼쳐지고 있다. 거리에는 유세차량도 많고, 후보자들의 공약도 난무한다. 자세히 보면, 유려하면서도 간절한 후보들의 유세와 공약이 피고 지는 봄꽃만 같다. 화려함도 꼭 닮았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국민은 선거기간 중에만 주권자’란 말이 있듯, 선거과정이 얼마나 우리에게 달콤한 사탕으로 다가오는지를 말이다. 나아가 우리가 더 중요하게 인식하는 것은, 선거결과가 향후 이 나라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나도 후보자가 제시하는 공약들의 현실적 속뜻과 지향점을 자세히 읽어보는 중이다.
 
왠지 올 봄엔 꽃 나들이에 마냥 마음을 뺏기진 않을 것 같다. 출가자인 나도 나라의
 
5년 후, 10년 후를 걱정하는데, 사회인이야 아무렴 더하겠지. 이왕이면 5월 9일 대선은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는 진실한 꽃 잔치였으면 좋겠다.  
 
나라의 미래를 열어갈 꽃들이 활짝 피는 계기가 되게, 그래서 온 국민이 함께 웃을 수 있는 그런 꽃 잔치! 
 
 

원영 스님
조계종에서 불교연구·교육을 담당하는 교육아사리. 저서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인 것들』. BBS 라디오 ‘좋은 아침, 원영입니다’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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