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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 딛고 피어나는 지구촌 예술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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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이 보내 준 파일에 담긴 동영상 두 개를 보는 순간, 마음이 먹먹해 온다. 그 먹먹함은 온몸에 전율의 파장으로 퍼져 나간다. 하나는, 독일 소녀들이 한국어로 ‘향수(鄕愁)’를 부르는 합창 모습이다. 또 다른 하나는, 처음으로 내한공연을 가진 영국 록밴드 콜드플레이의 ‘침묵의 10초’가 들어간 공연 장면이다. 이 장면들은 후기 정보화시대 지구촌답게 모두 유튜브로 공개된 자료이기도 하다.  
 

독일 소녀들 한국어로 부른 '향수'
콜드플레이 '노랑'엔 침묵의 10초
한국인에겐 각별히 잔인한 4월
지구 공동체적 연대의 힘 발휘

이 장면들이 상징하듯이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4월은 한국인에겐 더욱 각별하게 잔인한 달로 기억될 것이다. 그러나 3년의 세월이 흐르고 잔인하게 아픈 기억은 노래로, 영화로, 온갖 예술 형태로 세계시민 연대의 꽃을 피워내고 있다.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빼앗긴 나라의 슬픔을 시로 풀어낸 정지용의 ‘향수’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명곡으로 피어났다. 이 노래를 독일 소녀들 합창으로 듣노라니 기억의 연상작용이 일어난다.
 
영화로 역사 다시쓰기를 보여준 단아한 저예산 흑백영화 ‘동주’(2015,감독 이준익)에 등장했던 정지용 시인의 명대사도 기억에 떠오른다.
 
“부끄러움을 아는 것은 부끄러움이 아니야.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지”라는 그의 대사는 친일 권력에 줄 선 변절자들에 대한 일갈이리라. 영화에 나오듯이 정지용을 존경했던 윤동주의 ‘서시(序詩)’도 공명해 온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별과 바람, 그리고 부끄러움. 두 시인을 이어주는 공통적인 말과 그 의미는 세월호 파장 속에 노래하는 ‘천개의 바람이 되어’(임형주 번안곡)로, 어둠을 이기는 (별)빛을 노래하는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윤민석 작사, 작곡)로 메아리처럼 돌아온다.  
 
그런 의미에서, 독일 요하네스 네포묵 고등학교(Johannes-Nepomuk-Gymnasiums) 소녀합창단의 세월호 추모곡 ‘향수’는 더욱 각별하게 세계와 한국의 관계, 기억해야 할 과거의 가치를 깨우쳐 준다. 독일 소녀 23명은 한국에서 날아간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고, 노란 팔찌를 차고 성심성의껏 한국 노래를 부른다. 한국어가 모국어인 나도 아직 다 외우지 못하는 슬퍼도 아름다운 이 시를 독일 소녀들이 모두 외서 노래로 부르다니! 신기하고 고마운 세계시민 연대다. 이 공연을 보노라면, 추모복으로 입은 검은 원피스의 다양성에도 시선이 간다. 이들의 검은 원피스는 교복이나 유니폼처럼 통합된 하나가 아니라, 제각각 다른 형태로 차이의 공존이라는 민주주의의 얼굴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밤, 서울 잠실운동장 주경기장에서 펼쳐졌던 콜드플레이 공연 무대로 넘어 가보자.
 
“별들을 봐/ 널 위해 얼마나 반짝이는지 봐/ 네 모든 행동이/ 전부 노란 빛이었어/ 난 따라갔지/ 널 위해 노래를 만들었어/ 네가 하는 모든 것들/ 노란색이라는 노래야 - 난 헤엄쳐서 건넜어/ 너에게로 뛰었어/ 무엇을 어찌 해야 할까/ 넌 전부 노란 빛인걸-”  
 
마치 세월호 노란 리본을 보고 만든 곡처럼 들리는 이들의 대표곡 ‘노랑(Yellow)’
1절을 열창한 후 갑자기 음악이 멎는다. 분위기가 급전하면서, “오늘은 부활절이지만, 세월호를 기억해야 하는 날”이라고, 리드 보컬인 크리스 마틴이 희생자를 위해 10초간 묵념을 제안한다. 그러자 불야성 같았던 조명이 모두 꺼지고, 어두운 무대 스크린에 노란 리본 모양의 빛이 떠오른다. 떼창으로 환호하던 열혈 관객은 마치 미리 약속이나 한 듯이 모두 침묵의 10초 묵념에 동참한다.  
 
묵념 후, 영국의 두툼한 노란색 전화번호책을 보며 지어낸 노래 제목 ‘노랑’은 이제 세월호 상징기호로 오버랩되며 노란빛 조명으로 공연장을 다시 밝힌다. 노란 별빛으로 어둔 밤길을 같이 가는 것처럼 콜드플레이와 관객은 함께 이 노래를 합창하며 지구 공동체적 연대의 힘을 발휘한다.  
 
이런 장면들은 인터넷 통신망이 어느 곳보다 발달한 한반도 남쪽 이곳에서 지구촌 곳곳과 접속 가능한 인생여정을 창조할 수 있는 희망의 빛을 보여준다.
 
 

유지나
동국대 교수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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