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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이민 행정명령 불발로 구긴 체면, 시리아 공습으로 만회

취임 100일, 트럼프의 성적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8일 위스콘신주 케노샤에서 ‘미국 제품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라’는 플래카드를 배경으로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전문직 취업비자 발급 요건을 강화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로이터=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8일 위스콘신주 케노샤에서 ‘미국 제품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라’는 플래카드를 배경으로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전문직 취업비자 발급 요건을 강화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로이터=뉴스1]

오는 29일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지 100일이 되는 날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취임사를 통해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앞세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고 천명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미국 제품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할 것(Buy American Hire American) ▶대대적인 인프라 사업 투자 ▶제조업 부활과 일자리 창출 ▶자유무역협정(FTA) 재검토 등 무역정책 개혁 ▶강력한 이민 규제 정책 ▶이슬람 테러 근절 등을 강조했다. 이러한 핵심 공약들의 진행 상황을 통해 트럼프 취임 100일을 돌아보면 그는 좌충우돌하며 서서히 미국 정치 시스템에 순응해 가는 학습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하겠다.

내치 실패 따라 추락하던 지지율
시리아·IS 폭격 ‘외치’ 덕에 반등
트럼프 케어 재추진에 안간힘

고립주의 회귀 대신 ‘힘의 외교’로
‘최고 압박’ 대북정책 원칙 세우고
한국엔 통상압박 거세질 듯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는 저학력·저소득 백인 유권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고 트럼프의 백악관 입성에 주요한 역할을 했다. 이에 따라 그는 임기 초반 ‘오바마케어’ 폐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이민 규제 정책 등 핵심 공약들을 대통령 행정조치 발동을 통해 추진함으로써 지지자들을 만족시키고 추후 정책 추진 동력을 확보하려고 했다. 그러나 많은 논란에 휩싸였던 공약들이 예상보다 빠르고 강력하게 추진됨에 따라 많은 반대와 혼선이 빚어지게 됐다.
 
 
어려움에 부닥친 국내 정책
트럼프 대통령은 1월 20일 취임하자마자 오바마케어 폐지를 추진하기 위한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은 오바마케어를 폐기·대체하는 ‘트럼프케어(AHCA)’를 제시했으나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내부 반대에 부닥쳐 좌초됐다.
 
지난해 선거 기간 트럼프 대통령은 무슬림 입국 금지, 불법체류자 추방, 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 등 초강경 이민정책 공약을 내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테러 위험이 있는 이슬람 국가들에 대해 미국 입국과 비자발급을 제한하는 반(反)이민 행정명령을 지난 1월 27일(이란·이라크·시리아·예멘·리비아·수단·소말리아)과 3월 6일(이란·리비아·소말리아·수단·시리아·예멘) 각각 발동했으나 연방법원의 판결에 의해 그 효력이 중단됐다. 반이민 행정명령이 두 차례나 좌초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지난 18일 전문직 취업비자(H1-B) 발급 요건을 강화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함으로써 이민 정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힘을 통한 평화, 미국 우선 통상정책
트럼프 행정부의 상징적 첫 법안이었던 트럼프케어 처리가 무산되고 핵심 공약 중 하나인 반이민행정명령이 좌초됨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지도력은 타격을 입게 됐다. 연이은 내치(內治)에서의 실패로 인해 추락하는 지지율을 반등하게 해 준 것은 외치(外治), 즉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공습 결정으로 보여준 결단력이었다.
 
1 지난 6일 시리아를 향해 토마호크미사일을 발사하는 미 해군 구축함 ‘포터’. [AP=뉴시스] 2 지난 20일 백악관에서 철강 수입이 미국 안보를 침해할 경우 수입 제한 조치를 검토할 것을 지시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하는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뉴스1]

1 지난 6일 시리아를 향해 토마호크미사일을 발사하는 미 해군 구축함 ‘포터’. [AP=뉴시스] 2 지난 20일 백악관에서 철강 수입이 미국 안보를 침해할 경우 수입 제한 조치를 검토할 것을 지시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하는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뉴스1]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시리아 정부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대응으로 시리아 공군 기지에 토마호크미사일 59발을 발사하도록 결정했으며, 13일에는 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국가(IS) 시설을 겨냥해 ‘폭탄의 어머니’라 불리는 GBU-43/B를 투하하도록 승인했다. 허핑턴포스트와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지난 9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시리아 미사일 공격에 대한 찬성(51%)이 반대(32%)보다 19%포인트 높았다.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해 왔던 진보 성향 미디어들도 지지를 표명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적극적인 국제 문제 개입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가 외교안보 측면에서 고립주의로의 회귀가 아니라 힘을 통해 미국의 이익과 국가안보를 수호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해 선거 기간 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주장은 미국이 세계경찰로서 국제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포기하고 고립주의로 돌아서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게 했다. 또한 한국과 일본이 방위비 분담금을 더 부담하지 않을 경우에는 주둔 미군을 철수하거나 두 나라의 핵무장을 용인할 수도 있다고 언급함으로써 트럼프 후보의 안보관에 우려가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 백악관이 공개한 대외정책 기조, 즉 ‘힘을 통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를 중심으로 하는 ‘미국 우선 외교정책(America First Foreign Policy)’은 트럼프 시대 미국이 고립주의로 회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낳게 했다. 미군의 재건을 골자로 하는 ‘힘을 통한 평화’ 전략이 새 미국 안보정책의 핵심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시리아 공습과 아프가니스탄 폭탄 투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힘을 통한 평화를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옮길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안이라 하겠다.
 
북한 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선거 기간 동안 북핵과 미사일 위협에는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정은을 ‘미치광이’라고 비난하면서도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으며 대화할 수 있다고 언급함으로써 당선되면 미국의 대북정책 기조가 바뀌는 것 아니냐는 전망을 낳게 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두 달간의 재검토를 거쳐 ‘최고 압박과 개입(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을 골자로 한 대북정책 원칙을 수립했다. 현 상황에서는 대북 압박을 강화해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내는 방안이 최선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중국의 협조가 미진할 경우 ‘세컨더리 보이콧’을 가동하는 등 독자적인 압박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정책 기조인 ‘모든 미국인을 위한 무역협정(Trade Deals Working For All Americans)’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 통상 주장을 반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 23일 TPP에서 탈퇴한다는 내용의 행정각서에 서명했는데, 이는 트럼프 시대의 미국은 자국에 유리하도록 다자간 무역 협정에서 탈퇴하고 대신 양자 무역 협상을 추진할 것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조치라 하겠다. 또한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가능성을 언급함에 따라 이해당사국 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한·미 FTA와 관련해서는 최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방한 중 개선(reform) 가능성을 언급함으로써 추후 부분적 손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선거 공약과는 달리 지난 14일 미국 재무부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음으로써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무역수지 적자 개선을 위해 어느 정도까지 보호무역 빗장을 걸어 잠글 것인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시스템 정치에 순응, 절제된 행보 예상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100일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오바마케어 폐지, 반이민 행정명령 등 핵심 공약들이 의회와 사법부의 반대에 부닥쳐 좌초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의 지도력은 큰 타격을 받게 되었다. 다행히 전격적인 시리아 공습 결정 등 군통수권자로서 결단력을 보여줌으로써 지지율 추락을 가까스로 막고 한숨 돌린 형국이라 하겠다.
 
적극적인 국제문제 개입이 지지율 반등과 정책 추진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학습효과를 바탕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은 힘을 통해 미국의 주요 이익과 국가안보를 수호하는 전통적인 공화당 외교안보 정책 방향으로 점차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외교안보 라인인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존 켈리  국토안보장관이 주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를 개선하기 위한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NAFTA 재협상 가능성을 언급하고, 지난 20일 철강 수입이 미국 안보를 침해할 경우 수입 제한 조치를 검토할 것을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최근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는 등 통상 분야에서 선거 공약을 지키지 않는다는 지지층의 실망과 비난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분위기를 고려할 때 한국과의 무역수지 적자를 개선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압박은 점차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외교안보 현안 대응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주요 국내 정책 추진에 다시금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 취임 100일을 즈음해서 트럼프케어 통과를 재추진하는 한편 1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사업 추진과 국경조정세를 핵심으로 하는 세제개혁안 통과에 속도를 내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 상황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공화당 내 분열에 부딪혀 좌절된 트럼프케어가 이번에는 통과될 수 있을지 아직도 불분명하다. 또한 작은 정부를 선호하는 공화당 의원들은 연방정부 주도의 경기부양책인 대규모 인프라 사업 추진을 회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국경조정세 도입에 대해서는 공화당 내는 물론이고 보수단체와 재계에서도 첨예한 의견대립을 보이고 있어 전망이 밝지 않다.
 
녹록하지 않은 국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핵심은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반 미국 정치 시스템 내에서 대통령이 지닌 제한적 권력에 대해 경험했다. 임기 초반 체득한 학습효과를 바탕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자신을 둘러싼 정치 행위자와 시스템을 고려하는 보다 정제된 정치적 행보를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의 기술(Art of the Deal)’이 ‘설득의 힘(Power to Persuade)’으로 전환돼 정치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가 트럼프 행정부의 업적을 좌우하는 중요한 지렛대가 될 것이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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