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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중, 사드 갈등과 시진핑 발언 오해 풀고 미래로 나아가야

사설
“한국은 사실상 중국의 일부였다.”  
 
이게 무슨 궤변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미·중 정상회담 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으로부터 들었다는 말이다. 너무나 황당한 이야기라 시 주석이 정말로 이런 말을 했는지 선뜻 믿기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해를 했거나 통역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올 정도다. 외교부가 뒤늦게 진상 파악에 나서고 있지만 시 주석이 실제 어떤 맥락에서 정확하게 무슨 말을 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한국 국민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 것을 볼 때 ‘와전’의 여지가 있지 않나 하는 짐작을 할 따름이다.  
 
정면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반박하기 어려운 중국 외교부가 고심 끝에 절충점으로 찾은 표현이 아닌가 싶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중국의 부상과 함께 점차 국수주의적으로 흐르는 중국의 역사인식이 혹시 이번 시 주석의 발언을 통해 그 일단을 드러낸 게 아닌가 하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 중국 지도부의 역사관은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의 말에서 잘 드러난다. 1963년 북한 대표단을 접견한 저우는 “중국 역사학자들이 대국주의적 관점에서 역사를 서술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고대부터 조선은 중국의 속국이었다고 왜곡하는 건 황당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중국의 대국 의식을 경계한 것이다.  
 
그러나 이후 두 가지 요인이 중국의 역사 인식을 바꾸기 시작했다. 하나는 한족(漢族) 외 55개 소수민족을 어떻게 품에 안아 중국의 민족적 통합과 영토적 통합을 이룰 것인가의 고민이었다. 이에 대해 역사학자 판원란(范文瀾)은 “한족은 신선한 피(이민족)를 수혈받아 발전한다”며 “역사를 왜곡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류학자이자 사회학자였던 페이샤오퉁(費孝通)이 주장한 “현재 중국 영토 안에서 일어난 과거의 모든 역사는 중국사”라는 역사관이 주류로 자리 잡으며 고구려사가 중국사로 둔갑하는 일이 벌어졌다. 동북공정(東北工程)은 이 같은 차원에서 추진된 대표적인 사업의 하나다. 중국이 이웃나라 역사까지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된 것이다.
 
다른 하나는 중국 공산당의 집권 정당성 문제다. 노동자와 농민을 위한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한다던 중국 공산당은 개혁·개방 이후 자본가까지 끌어안는 사실상의 전민당(全民黨)이 됐다. 사회주의 이념으론 더 이상 국민을 무장시킬 수 없게 된 중국 공산당이 대체 이념으로 꺼낸 게 애국주의다. 이는 공세적 민족주의의 다른 이름이다. 바로 이런 두 요인이 중국의 역사관을 대국주의적·국수주의적으로 내닫게 하고 있다. 자칫 중국의 부상이라는 흐름을 타고 패권주의적 성향으로 치닫지 않을까 염려되는 것이다.
 
마오쩌둥(毛澤東) 당시 바깥 일은 신경 쓰지 말고 ‘굴을 깊게 파며 식량 비축에나 힘쓰자(深洞 廣積糧)’던 구호가 시진핑 시기에 이르러선 중국도 이젠 ‘떨쳐 일어나 할 일은 하자(奮發有爲)’로 바뀌었다. 시 주석이 제시한 비전은 ‘중국꿈(中國夢)’으로 1840년 아편전쟁 이전 시기 세계 최강의 국력을 자랑했던 중화의 옛 영광을 되찾자는 것이다. 조상의 빛난 얼을 오늘에 되살리겠다는 중국의 다짐이야 말릴 건 아니다. 그러나 행여 19세기 말까지 이어진 동아시아의 조공책봉(朝貢冊封) 질서를 21세기에 부활시키겠다는 의도였다면 시대착오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시 주석의 말이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게 아니길 기대한다. 또한 한국 사회 일각에선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을 한국을 중화권 질서 안에 묶어 두려는 일종의 길들이기 차원으로 해석하는 시각 역시 기우(杞憂)이길 바란다.
 
시 주석에게 이런 기대를 갖는 건 그가 2014년 한국에 제시한 네 가지 동반자 관계의 함의를 믿기 때문이다. 당시 시 주석은 한국과 중국이 ▶공동 발전 실현 ▶지역 평화 기여 ▶아시아 발전 추진 ▶세계 번영 촉진을 함께 꾀하는 동반자가 되자고 역설했다. 한·중이 대등하고 평등한 이웃 국가로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가자는 외침인 것이다. 이런 동반자 관계가 지속되는 한 ‘한국이 중국의 일부’라거나 ‘사드가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역사적·안보적 오해가 설 자리는 없을 것이다. 올해는 한·중이 수교 25주년을 맞는 해다. 양국은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을 자제하고 한시바삐 사드 갈등을 풀어 협력의 미래를 향해 나아갈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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