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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바도르 달리의 그림을 무대로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초현실주의 회화를 보고 있으면 꿈속을 헤매는 느낌이 들곤 한다. 현실에선 불가능한 풍경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현실 그 자체인 양 펼쳐지기 때문이다. 사실 서커스를 볼 때도 비슷하다. 인간의 일반적인 상상의 한계를 넘어선 초월적 움직임에 빨려들어 꿈처럼 황홀한 감동을 얻게 되니 말이다.  
 

27일 개막하는 최첨단 아트서커스 '라 베리타'

꿈이 아니라 실제로 초현실주의 회화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면 기분이 어떨까. 초현실주의 거장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세계를 3차원 서커스로 구현한 아트서커스 ‘라 베리타’(4월 27~30일 LG아트센터)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이다. 캐나다 2대 아트서커스인 ‘태양의 서커스’와 ‘서크 엘루아즈’ 양쪽에서 활약한 세계적인 공연 연출가 다니엘 핀지 파스카(53)의 작품으로, 2013년 캐나다 초연 이래 미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등 세계 20개국에서 400회 이상 공연되며 3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대형 히트작이다.  
 
‘라 베리타’는 70여년간 숨겨져 있던 달리의 걸작 ‘광란의 트리스탄’을 모티브 삼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 그림이 실제로 공연을 위해 그려졌다는 사실이다. 1940년대 제2차 세계대전을 피해 미국에 머물던 달리가 당대 최고의 안무가 레오니드 마신의 의뢰로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 발레 ‘광란의 트리스탄’의 배경막을 그렸는데, 공연 후 자취를 감췄던 배경막이 2009년 극장 창고에서 우연히 발견된 것.  
 
그런데 경매를 통해 그림을 구입한 수집가는 그림이 박물관에 전시되는 것 보다 본래 목적대로 공연 배경막으로 쓰여지기를 원했다. 마침 신작을 구상 중이던 핀지 파스카에게 사용 제안이 왔고, 그림에서 강렬한 영감을 얻은 파스카는 단순 배경막 사용을 넘어 달리의 초현실주의 세계와 자신의 아트서커스 퍼포먼스를 결합한 작품을 만들어냈다. 그림은 초연 후 3년간 실제 배경막으로 사용됐지만 지금은 투어를 위해 카피본으로 대체된 상태다.(윗 사진)
 
무대에서는 마치 달리의 그림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초현실적인 비주얼의 서커스가 2시간 동안 펼쳐진다. 어둠 속에서 정장을 입은 남성이 등장해 경매 시작을 선언한 뒤 무대를 꽉 채우는 달리의 거대한 커튼 그림(9×15m)부터 관객을 압도한다. 이후 경매를 컨셉트로 그림에 얽힌 사연이 끼어들며 마치 달리 그림 속에서 본 듯한 아름답고 몽환적인 비주얼의 무대에서 아크로바틱과 연극·춤·음악·미술이 어우러진 환상의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수채화 같은 조명 아래 반라의 무용수가 밧줄을 타고 날아오르고, 코뿔소 탈을 쓴 출연자들이 붉은 실타래를 하늘 높이 던져 주고 받는다. 공연 자체가 달리의 초현실주의 세계에 대한 거대한 오마주인 것이다.  
 
연출가 다니엘 핀지 파스카는 스위스 출신의 작가, 연출가 겸 마임이스트다. 1991년 자신이 직접 연기한 1인 광대극 ‘이카로(Icaro)’로 주목받기 시작, 서크 엘루아즈와 태양의 서커스를 거치며 ‘서커스를 쇼에서 예술의 차원으로 끌어올린’ 거장이 됐다. 그가 연출한 태양의 서커스 ‘코르테오’(2005)는 3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고, 2016년에는 멕시코를 소재로 한 신작 ‘루지아’를 만들어 화제를 모았다. 서커스 외에도 러시아 마린스키 극장과 영국 국립오페라단, 이탈리아 산카를로 극장의 위촉으로 오페라 ‘아이다’ ‘레퀴엠’ ‘팔리아치’ 등을 연출하며 경계 없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서크 엘루아즈에서 만든 ‘네비아’와 ‘레인’은 2008년과 2011년 내한 공연을 가진 바 있지만, 자신의 극단 ‘컴퍼니 핀지 파스카’를 이끌고 오는 것은 처음이다.  
 
게다가 핀지 파스카는 2006 토리노 동계 올림픽 폐막식과 2014 소치 동계 올림픽 개·폐막식도 총연출한 내공이 있다. 개최국의 역사와 예술적 자부심을 판타지 세계 속에 녹여 한눈에 펼쳐 보인 그의 아름답고 웅장한 무대는 세계인에게 깊은 울림을 줬었다. 평창 동계 올림픽을 목전에 앞둔 우리가 그의 공연을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
 
 
글 유주현 객원기자 yjjoo@joongang.co.kr,  사진 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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