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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도 ‘드림걸즈’도, 공연은 즐겁게 봅시다

“옆자리 아저씨 때문에 망했어. 공연은 안 보고 여친 손을 어찌나 주물러 대는지.” “딱 봐도 불륜커플이던데 뭘.”
 

‘관크’와 ‘관크 혐오’ 사이

지난주 뮤지컬 ‘드림걸즈’를 보고 나오다 듣게 된 젊은 여성들 간의 대화다. 시끌벅적한 쇼뮤지컬 현장에서 그 ‘불륜커플’이 저들의 관람에 어떤 피해를 준 걸까. 사적인 대화니 무심코 흘려들으면서도 못내 찜찜했던 건 최근 부쩍 까칠해진 공연장 분위기 탓이다.
 
얼마 전부터 ‘관크(관객 크리티컬)’라는 신종 유행어가 등장했다. 공연 매니어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생겨난 말인데, 게임에서 결정적 피해를 입는 경우에 사용하는 용어 ‘크리’를 차용해 관람에 피해를 주는 다양한 행동들을 비하하는 데 쓰인다. ‘수구리(구부정하게 앉아 뒷좌석 시야를 침해하는 행위)’, ‘폰딧불(핸드폰 불빛으로 신경쓰이게 하는 행위)’, ‘커퀴밭(커플들의 애정행각을 바퀴벌레에 빗댐)’ 등으로 명명하고 타도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런 ‘관크’ 행위는 예전부터 있어 왔지만 공연문화가 어느 정도 성숙해진 지금 ‘관크 혐오’ 담론이 뜨겁다. 온라인엔 ‘관크 알러지’로 보일 만큼 적개심 가득한 경험담이 넘쳐나고, 공연장에선 과거엔 묵과했을 법한 사소한 일에도 적극 컴플레인을 제기하는 추세라는 게 공연장 관계자들의 말이다. 앞좌석 관객이 머리가 크다고 좌석 변경을 요구하고, 기자들이 메모하는 행위까지 문제 삼기도 한다는 것이다. 세대간 적대현상도 있다. 얼마 전 중장년 여성층을 겨냥해 순정만화 원작 뮤지컬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칼럼을 썼더니 아줌마들은 괜히 공연장에서 ‘관크’하지 말고 집에서 드라마나 보라는 댓글이 달렸다.  
 
물론 ‘관크’ 담론에 긍정적인 면도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일반적이던 ‘폰딧불’이 거의 사라진 것이 한 예다. 김선경 인터파크 홍보팀장은 “과거 지방공연에서는 전화를 받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관람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 행동을 지적해 주자 성숙해지고 자제된 측면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민감해지는 추세는 우려했다. “공연은 즐기는 문화인데, 매니어들이 애착이 커지면서 비싸게 지불하고 누리는 권리 보호에 점점 집착하게 되는 것 같다”는 것이다.
 
타인에게 명백히 피해를 주는 행위는 제재가 필요하지만 지나친 엄숙주의도 문제다. 우리 공연장에서는 꼼짝않고 공연만 봐야 하고 그밖의 행위는 금지된다는 암묵적 동의가 형성돼 있다. 페트병 녹차를 마시다 페트병 생수만 마시라는 경고는 내가 직접 들었다. 라이선스가 엄격한 것도 아닌 창작뮤지컬 공연장에서 시작 전 좌석안내의 본분을 잊고 셀카 촬영자 색출에 몰두하는 어셔들은 관객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모양새다.
 
뮤지컬평론가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관크 혐오’ 현상을 “급격한 공연시장 팽창으로 인한 성장통”으로 진단하며 “공연이 상류문화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과민한 반응과 지나친 엄숙주의는 공연관람이 생활화되고 있는 글로벌한 흐름에서 촌스러운 현상”이라고 짚었다. “대중문화적 속성을 가진 뮤지컬의 경우 엄숙주의 방식으로 관크를 해결하려는 것은 앞뒤가 안맞는다. 공연이 함께 즐기는 장르라는 인식 저변이 넓어져야 한다”는 게 그의 말이다.  
 
다시 ‘드림걸즈’ 얘기다. ‘드림걸즈’ 개막 전 ‘지킬 앤 하이드 월드투어’ 공연장에서 우연히 드림걸즈 내한공연 팀의 단체관람 풍경을 목격했다. ‘지킬’은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 뮤지컬이건만, 저들은 마치 축제라도 온 양 공연장 전체를 들썩이게 했다. 잔인한 장면에선 일제히 탄성을 지르고, 시그니처 넘버인 ‘지금 이 순간’이 끝나자 콘서트 수준으로 환호와 박수가 이어졌지만 아무도 그들에게 눈치주지 않았다. 즐거운 관람문화로 보여 흐뭇했지만, 만일 저들이 일반관객이었다면 주변의 반응이 어땠을까. ‘관크 혐오’를 넘어 즐거운 관람문화 정착을 위한 건설적인 담론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 유주현 객원기자 yj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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