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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서 정치학 박사를 받았다, 지금은 옷을 만든다

영국에서 국제경영학(랑카스터대)을 전공하고 정치학 박사 학위(워릭대)를 받은 정치학자가 돌연 패션 디자이너가 됐다. 브랜드를 만든 첫해부터 서울패션위크 무대에 서더니 4년이 흐른 지금은 20여 개국 37곳의 유명 편집매장에 본인 브랜드를 입점시킨, 해외에서 더 '잘 나가는' 김무홍(37)씨 얘기다. 지난 4월 13일 오후 홍콩 아이티(I.T) 플래그십스토어에서 열린 텐소울(디자이너 해외진출 지원 프로그램) 팝업 스토어에서 그를 만났다. 홍콩=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정치학 박사 출신 패션 디자이너 김무홍 인터뷰
"해외 20개국 진출 비결? 인문학에 있죠"

지난 4월 13일 홍콩에서 만난 '무홍'의 김무홍 디자이너.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지난 4월 13일 홍콩에서 만난 '무홍'의 김무홍 디자이너.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김무홍은 2013년과 2014년 연달아 ‘무홍’이란 브랜드로 서울패션위크의 제네레이션 넥스트(신진 디자이너를 위한 쇼) 무대에 처음 섰다. 밀라노의 유명 패션편집매장 ‘안토니올리’의 바이어는 그의 쇼를 보고는 무홍을 입점시켰다. 파리의 유명 편집매장인 ‘레클레어’도 2015년 무홍 남성복을 입점시킨 데 이어 2016년 6월엔 여성복을 추가 입점시켰다. 
무홍의 2015 SS 컬렉션. [사진 무홍]

무홍의 2015 SS 컬렉션. [사진 무홍]

 
-정치학 박사가 왜 디자이너가 됐나.
“어릴 때부터 생각을 글이나 그림으로 표현하기 좋아했다. 유학시절 글을 많이 썼는데 계속 비주얼적 요소로 생각을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박사 학위를 받고 2012년 한국에 돌아왔을 때 어릴 적 어머니(파리에 진출한 패션 디자이너 문영희) 영향으로 가까웠던 옷을 통해 그 작업을 해보기로 했다. 글은 직접적으로 내 생각을 표현할 수 있지만 옷은 적나라하지 않아 더 멋있다. 하다보니 직업으로까지 이어졌다.”
 
-공부가 아깝지 않나. 
"전혀. 어릴 때부터 새로 배우는 걸 좋아했다. 국제경영과 정치학은 배우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었다. 지금도 디자인 작업하다 머리 속이 황폐해지면 전에 썼던 논문이나 인문·정치학 책을 꺼내 읽는다. 그러면 머리가 맑아지며 충전되는 느낌이다. "
 
-어머니가 유명 디자이너라 부담스럽겠다.
“처음 데뷔할 때 어머니 명성을 판다는 말을 듣기 싫어서 어디에도 알리지 않았다. 첫 쇼가 주목받아 패션잡지 몇 군데와 인터뷰를 했는데 아무도 어머니가 디자이너 문영희인 줄 몰랐다. 두 시즌이 더 지난 다음에서야 알려졌다. 내 옷만으로 인정받길 원했고 어머니는 그 뜻을 존중해줬다. 내가 쉽게 갈 수 있는 길을 알고 그 길을 제시해줄 수도 있었을 텐데 일절 도와주지 않았다. 대신 내가 추구하는 디자인을 지지했다. 대중적이지 않은 디자인이라 시장에서 외면받을 때도 있었는데 뜻을 굽히지 않도록 오히려 격려했다. 하지만 옷에 대한 평가는 솔직하다. 마음에 안 들면 ‘이상하다’고 거침없이 말한다. 하하.”
 
-한국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던데.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한국보다 해외에 매장이 더 많으니까. 지금 프랑스·영국·이탈리아·미국·홍콩·중동까지 20여 개국의 37개 매장에 무홍이 들어간다. 한국엔 서래마을 플래그십스토어 1개가 전부다.”  
 
-특별한 마케팅 노하우가 있나.
“특별히 마케팅에 애를 쓰진 않는다. 운 좋게 첫 단추를 잘 끼웠던 것 같다. 2014년 말 파리와 서울에서 각각 쇼룸 프레젠테이션과 패션쇼 형태로 옷을 선보였는데 그걸 보고 ‘레클레어’와 ‘안토니올리’ 바이어가 사갔다. 그 두 곳이 중요한 홍보 역할을 했다. 워낙 패션계에서 명성이 높은 곳이니 다른 매장 바이어들도 관심을 갖더라. 여기 홍콩에도 ‘아시아의 레클레어’라 불리는 ‘잉크’와 ‘디막’ ‘일리움’ 편집매장에 입점해있다.”
 
-바이어에게 인기를 얻는 비결은 뭘까.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하고 싶은 디자인이 확실했다. 요즘 젊은 디자이너들은 뭐가 트렌드라고 하면 그걸 무작정 좇는 경우가 많다. 난 내가 하고 싶은 디자인 컨셉트를 고수하는데 그게 먹혔다. 유명 편집매장에서 옷을 구매할 때 이미 자신의 매장에 있는 옷과 비슷한 브랜드는 가져다 놓지 않는다. 그렇다보니 자기만의 철학이 있는 개성 있는 브랜드가 구매 대상이 된다. ”
무홍 2017 봄여름 컬렉션. 리모컨 포장지에 붙어있는 안전 표시 라벨을 옷에 프린트했다. [사진 무홍]

무홍 2017 봄여름 컬렉션. 리모컨 포장지에 붙어있는 안전 표시 라벨을 옷에 프린트했다. [사진 무홍]

 
-해외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바이어들 반응을 보면 이젠 옷만 잘 만들어서는 성공하기 힘들다. 패션 브랜드가 복합적인 문화 콘텐트를 전달해야 한다. 여러 문화적 코드를 담고 있는 브랜드의 이미지에 반해 구매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인문학과 패션을 연결시켰다.”
 
-인문학과 패션을 어떻게 연결했다는 얘기인가.
“예를 들어 이번 2017 봄·여름 컬렉션의 테마인 ‘애브리데이 프랙티스(Everyday practice)’는 박사 과정 때 좋아했던 이론인 ‘애브리데이 폴리틱스(everyday politics)’에서 따온 거다. 전쟁이난 국제협약처럼 큰 사건을 통해 사회가 달라진다고들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소비습관처럼 매일 생활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축적되어 아래서부터 위로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는 정치학 이론이다. 우리가 생활에서 무심하게 넘어갈 수 있는 사사로운 것들로 컬렉션을 만들었다. 새로 산 TV 리모콘 포장지에 여러 나라 언어로 찍혀 있는 ‘안전주의사항’ 문구로 디자인 패턴을 만들어 옷에 넣은 식이다. 프로세스를 밑에서 위로 끌어가는 방식으로, 인문학과 패션을 접목했다. 2015 봄·여름 시즌엔 계층간의 소통에 집중했다. 영국 사회에서 사고뭉치로 통하는 계층인 차브(노동자 계층의 10대 청소년)의 복식문화와 부르주아를 대표할 수 있는 테일러드 복식을 섞었다. 상반되는 계층을 섞었을 때 새로운 계층적 문화를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취지로 만든 컬렉션이었다. 클래식한 테일러드 재킷 밑에 10대 차브들이 입는 비닐 트랙수트를 입히거나, 잘 재단된 롱코트 위에 트레이닝복 점퍼를 덧입히는 식이었다. 이 컬렉션으로 해외 유명 매장 바이어들에게 ‘새롭다’는 평가를 받았고 입점 기회를 얻었다.”
무홍 2017 봄여름 컬렉션. 리모컨 포장지에 붙어있는 안전표시 라벨을 옷에 프린트했다. [사진 무홍]

무홍 2017 봄여름 컬렉션. 리모컨 포장지에 붙어있는 안전표시 라벨을 옷에 프린트했다. [사진 무홍]

  
-요즘 모든 게 디지털로 통한다고 하는데 패션업계는 어떤가. 
“패션에서도 마찬가지다. 바이어들이 디지털용 이미지 자료를 항상 요구한다. 큰 매장일수록 온라인이 더 중요해서 자사 홈페이지에 걸 이미지부터 챙긴다. 그렇다보니 나 역시 온라인에 띄울 사진에 더 신경을 많이 쓴다. 테마를 잡을 때부터 시작해 컬렉션 작업을 하는 내내 어떻게 이미지를 만들지 고민한다.”
 
-패션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나에게 패션은 소통이다. 내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패션을 택했다. 글보다 만족도가 더 컸으니까. 옷은 내겐 일기장이기도 하다. 내 머리 속의 생각, 컨셉트, 미적 요소를 여기에 다 담는다. ”
 
-앞으로의 계획은.
"2017년 9월 런던 셀프리지백화점의 텐소울 팝업 스토어를 준비하고 있다. 워낙 콧대 높기로 유명한 백화점으로, 이런 대규모 팝업은 처음으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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