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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파인딩]미국 휩쓸던 TV토론, 우리도?

 
'유승민=교수님', '심상정=운동권 누나', '문재인=목사님', '안철수=화난 전교1등', '홍준표=낮술한 시골 노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안철수 국민의당·홍준표 자유한국당·유승민 바른정당·심상정 정의당 후보(왼쪽부터)가 13일 오전 서울 상암동 SBS 공개홀에서 열린 첫 번째 대선후보 TV 합동 토론회에 참석했다. 토론회 시작 전 각 당 후보들이 물을 마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문재인 더불어민주당·안철수 국민의당·홍준표 자유한국당·유승민 바른정당·심상정 정의당 후보(왼쪽부터)가 13일 오전 서울 상암동 SBS 공개홀에서 열린 첫 번째 대선후보 TV 합동 토론회에 참석했다. 토론회 시작 전 각 당 후보들이 물을 마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13일 밤 토론 직후부터 14일 오전까지 1만여 회에 달하는 리트윗 수를 기록한 어느 트위터리안의 한 줄 평이다. 첫 번째 대선 TV 토론회인 지난 13일 SBS '국민의 선택 대통령 후보자 초청토론'은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전국 시청률 1부 11.6%, 2부 10.8%(닐슨코리아 집계)로 집계됐다. 허은아 이미지전략연구소장은 첫 TV토론회에 대해 “종전에는 볼 수 없었던, 약간 쇼가 가미된 느낌이었다”며 “각 후보가 자기 노선과 아이덴티티에 맞는 모습을 보여주는 방식은 제각각이었다”고 평가했다.
유승민 후보의 '구글트렌드' 실시간 관심도. 토론회 당일 12배가 뛰었다.[구글트렌드 캡처]

유승민 후보의 '구글트렌드' 실시간 관심도. 토론회 당일 12배가 뛰었다.[구글트렌드 캡처]

토론의 수혜자는 유승민 후보였다. 수치로도 드러났다. 전날 토론이 TV로 중계될 때 주요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구글 트렌드(Google Trends)로 일주일 간의 ‘유승민’ 검색어를 분석한 결과 토론이 한창 중계되던 지난 13일 오후 11시에 정점(관심도 지수 100)을 찍었다. 중계 시작 한 시간 전인 오후 9시에 지수가 8에 불과했던 걸 고려하면 12배 넘게 관심이 급증한 것이다. 유승민 캠프 측에서는 “이제야 19대 대통령 선거의 막이 올랐다”고 반색했다.
TV토론회는 각 후보 캠프에서 가장 공을 들이는 이벤트다. TV토론은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국민들에게 공약을 소개하고 홍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케네디vs 닉슨 ‘미디어 정치’ 시작
미국, 프랑스, 영국 등 토론문화가 발달한 주요 선진국에서 TV토론은 이미 주요 검증수단으로 자리잡았다. 대선 후보 TV토론의 시초는 미국이었다. 1960년 존 F. 케네디와 리처드 닉슨 후보 간의 TV토론은 현대 선거전에서 ‘미디어 정치’의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당시 정치 신인이었던 케네디 민주당 후보는 대세론을 자랑하던 리처드 닉슨 공화당 후보를 TV토론을 통해 꺾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서 있었던 라디오 토론의 승부는 가리기 어려웠지만 TV토론이 이뤄진 후에는 판세가 달라졌다. 닉슨은 창백한 얼굴에 땀을 흘리는 모습으로 부정적인 인상을 남겼지만,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안정된 목소리로 국정운영 구상을 설명한 케네디의 모습이 유권자 표심을 움직였다고 평가됐다.  
 TV토론회의 명암을 모두 경험한 대통령도 있다. 조지 H.W.부시 미 대통령이다. 1988년 마이클 듀카키스와의 토론회에서 ‘인간적인’ 모습으로 승리한 반면 빌 클린턴과의 토론회에서는 연신 시계를 흘끗거리는 초조한 모습을 노출한 끝에 재선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TV를 통해 대선 후보와 유권자들의 거리가 좁혀지면서 정책 뿐만 아니라 이미지가 대선 판세를 좌우하는 요소로 부각됐다는 분석이다.   
“누구지?” 정치신인이 스타덤으로  
프랑스의 필립 푸투 반자본주의신당 대선 후보는 공장노동자 출신으로 당시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낡은 셔츠를 입고 나와 비판을 쏟아내며 스타덤에 올랐다. [필립푸투 트위터]

프랑스의 필립 푸투 반자본주의신당 대선 후보는 공장노동자 출신으로 당시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낡은 셔츠를 입고 나와 비판을 쏟아내며 스타덤에 올랐다. [필립푸투 트위터]

의외의 신인이 ‘스타’로 부상하기도 한다. 23일 치뤄지는 프랑스 대선에서 나선 필립 푸투 반자본주의신당 대선 후보는 공장노동자 출신 후보자로 일약스타덤에 오른 케이스다. 그는 프랑스 포드자동차 노동자 출신으로 “자본주의를 혁파해야 한다”며 유력 주자들을 향해 거침없는 비판과 독설을 쏟아냈다. 토론회에 등장했던 모습도 남달랐다. 목 부분이 늘어난 흰 티셔츠를 입은 그는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수염을 깎지 않은 '튀는' 모습으로 토론회에 참여했다. 11명의 후보자 중 푸투는 소셜미디어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것으로 집계됐고, 독설뿐만이 아니라 투박함이 ‘보통사람’들에게 동질감을 선사했다는 반응이었다.  
  
 한국의 대선 TV 토론회
 
한국에서는 김대중·이회창·이인제 후보가 경쟁을 벌인 1997년 15대 대선에서 TV토론이 처음 도입됐다. 달변의 김대중 당시 후보는 이슈를 주도하면서 TV 토론의 덕을 톡톡히 봤다는 평가였다. 2002년 16대 대선에서는 노무현·이회창 후보의 양강구도 속에서 대중적 인지도가 낮았던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도 토론회를 통해 대중적 스타로 부상했다. 대선에선 패배했지만 곧바로 이어진 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을 이끌어냈다.
1997년15대 대선 토론회에서 김대중 후보는 TV토론회의 덕을 톡톡히 봤다.[중앙포토]

1997년15대 대선 토론회에서 김대중 후보는 TV토론회의 덕을 톡톡히 봤다.[중앙포토]

2002년 16대 대선토론회에서는 대중 지지도가 낮았던 권영길 후보가 대중적인 스타로 부상하기도 했다.[중앙포토] 

2002년 16대 대선토론회에서는 대중 지지도가 낮았던 권영길 후보가 대중적인 스타로 부상하기도 했다.[중앙포토]

 
파격적인 '스탠딩 토론'방식
이번 토론회에서 주목해야 할 지점은 후보자들이 서서 하는 ‘스탠딩 토론’이다. 정해진 대본 없는 자유토론이다. 미국에서 벤치마킹한 스탠딩 토론은 120분간 서서 진행된다. 공통질문에 대한 각 후보자들의 답변 후에 후보자끼리 주제 안에서 자유롭게 상대후보에게 질문하고 답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후보자들의 진면목이 드러나고 의혹의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다는 것이다. 각 후보들에게는 주어진 18분의 시간을 조절하며 토론하는 ‘시간 총량제’ 방식을 도입하기도 했다. 허은아 이미지전략연구소장은 “기존 토론방식과는 많이 다른 스탠딩 토론은 국내 최초이다보니 비상한 관심이 쏟아질 것”이라며 “특히 카리스마, 차분함, 유괘함 등 비언어적인 요소는 단기간에 연습한다고 체득되는 게 아니어서 후보간 역량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이번 대선은 후보 검증기간이 짧다. 후보에 관한 많은 정보를 TV토론을 통해 얻는 선거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이철순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유세 기간이 짧아진만큼 순발력이나 임기응변 등 후보 역량을 확인하는 데는 TV토론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도 “TV토론은 경쟁자의 맹점을 짚고 급소를 찌르는 가장 역동적인 선거운동 공간”이라며 “네거티브 전략도 잘 통할 뿐 아니라 후보자들이 평소 몰랐던 후보자의 장단점을 한눈에 보여준다”고 했다. 19일 YTN이 밝힌 전화면접조사에 따르면, 4명 중 1명이 지금 지지후보를 바꿀 수 있다고 답했다. 현재 지지후보를 변경하겠다는 응답자가 28.1%로 지지후보 변경의 변수가 ‘TV토론’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46.3%로 가장 높았다.  
 
“보수 표를 자극하라”
    
후보의 이미지를 가장 강렬하게 전달하는 통로 역시 TV토론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미지는) 토론회 초반 ‘30초’에 다 결정된다"면서 “TV토론은 ‘자기 확신 강화’에 기여를 하는 기능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권자들은 지지 후보의 좋은 점만 보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그런 점에서 더 없이 중요한 선거운동 수단이 바로 TV토론”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TV토론은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살벌한(?) 전쟁터와도 같다. 허은아 이미지전략연구소장은 “투표율이 높은 40~60대는 유교적이고 보수적 성향이 강해 ‘막말’은 통하지 않는다”면서 “막말과 ‘사이다 발언’ 의 중간 지점에 자기 포지셔닝을 하는 기술이 요구된다”고 권고했다. 
 한편, ‘보수층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는 호기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철순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아직 상당수 보수 유권자들은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TV토론에서 안보 이슈에 주도권을 행사하는 이가 덕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은아 소장도 “이번 대선은 표심이 굳어지지 않은 보수층을 위한 토론회”라고 평가했다. 
 
도서현 인턴기자·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TV토론회 일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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