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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산책] 송곳 질문

혜민 스님마음치유학교

혜민 스님마음치유학교

지난주 있었던 19대 대선후보 첫 번째 토론회를 아주 관심 있게 봤다. 나를 포함해 정치에 관한 지식이 깊지 않은 사람들은 대통령 후보들이 언론에 잠깐씩 비치는 단편적 뉴스들을 바탕으로 대략 이런 사람이지 않을까 예상할 뿐이다.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떤 능력을 갖고 있고, 진짜 성격이 어떤지 솔직히 잘 모른다. 혹여 운이 좋아 대선후보를 직접 만나 공약에 대한 질의응답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 분야 전문가가 아닌 이상 그의 답변이 얼마나 실현 가능한지 혹은 어떤 부분을 뭉뚱그려 넘어가는지 쉽게 평가할 수 없다.
 

TV토론은 유세에선 알기 힘든 대선후보들 문제점 노출
상황 위중한 만큼 상호토론 꼼꼼이 따져보고 투표하자

그런데 대선후보 토론회가 흥미로운 점은 바로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당사자들이 서로에게 송곳 질문을 던진다는 점이다. 정치에 대해 잘 모르는 이라도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후보 유세장에서는 듣기 힘든, 그 후보가 이야기하고 있지 않은 숨은 사실까지 알아챌 수 있게 된다. 지난주 대선후보 토론회를 보고 각 후보가 상대를 향해 던진 송곳 질문들로 인해 내가 그동안 미처 몰랐던 부분 몇 가지를 정리해 보려 한다.
 
[일러스트=김회룡]

[일러스트=김회룡]

우선 지지율이 가장 높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부터 이야기해 보면 지금까지 내놓은 여러 복지정책과 일자리 창출 관련 공약들을 어떤 재원으로 실행할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았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연속되는 송곳 질문에 문 후보는 명쾌한 입장 표명보다 고소득자와 법인세 인상에 대한 짧은 언급만 했을 뿐 구체성이 현저히 떨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81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5년 동안 총 21조원이 드는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며, 국민연금 현 40%의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는 공약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행할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아 자칫하면 공약만 내세우고 당선되면 모르쇠로 일관해 온 기존의 정치인과 크게 다르지 않은 행보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는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경우 ‘경제는 서민을 위하고 안보는 튼튼하게’라는 말에서 보듯 다소 보수적 안보관을 표방하는 것 같다. 하지만 당선되면 국민의당 측근 인사들의 햇볕정책을 계승할 것인지에 대한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질문에 안 후보는 북과 대화를 병행한다는 말로 얼버무린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더불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에 대해 찬성 쪽으로 최근 말을 바꾼 것은 보수층의 표를 의식해 그런 게 아니냐는 비판에 최근 외교상황이 달라져서라는 답을 했다.
 
하지만 북한의 5차 핵실험을 마친 지난해 가을이나 지금이나 외교상황은 큰 차이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심 후보의 말처럼 바뀐 것이 있다면 지금은 선거기간 중이란 점과 안 후보는 더 많은 보수표가 필요했다는 지적이 틀린 것 같지 않아 보인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놀라운 점은 그가 뼛속까지 서민 출신, 흑수저 출신, 모래시계 검사 출신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문 후보의 질문처럼 어떻게 그런 분이 노조를 탄압하고 대기업 편을 주로 드는 정책들을 내놓는지 누가 봐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또한 유 후보에 따르면 지금 진행되고 있는 대법원 재판에서 만에 하나라도 홍 후보의 유죄가 확정되면 대통령 임기가 정지될 것이라는 헌법학자들의 견해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들을 수 없었다. 새로 뽑은 대통령이 혹시라도 도중에 임기를 그만둬야 한다면 큰 문제가 아니겠는가.
 
마지막으로 유승민·심상정 후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두 후보가 안보에 대해선 매우 다른 입장이지만 서민을 위한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놀라울 정도로 비슷했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방향이 같고 대기업 법인세를 비롯한 고소득자의 증세를 통한 복지를 하겠다고 두 분 다 명확하게 천명했다. 그렇다면 유 후보는 본인을 꼭 보수 대 진보의 프레임 안에 넣어 ‘진짜 보수’라고 가두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 실제로는 진보적 경제공약이 많으면서 보수층의 표를 의식해 자신을 보수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심 후보는 유 후보의 말처럼 북한이 1000개의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지만 모두 핵을 장착해 쏠 수 없기 때문에 몇 개의 핵 미사일을 사드를 통해 조금이라도 막을 수 있다면 막는 게 국익을 위해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사드는 북핵 미사일을 못 막는다고 단정적으로 주장했다. 그렇다면 심 후보는 왜 또 굳이 사드의 포괄적 역량 평가를 하자고 하는지 의문이 든다. 사드가 북핵 미사일을 막을 수 없는 것이 정말로 확실하다면 말이다.
 
오늘 밤은 KBS에서, 그리고 금요일 밤에는 JTBC에서 대통령 후보들 간의 토론회가 방송된다고 한다. 지금 상황이 너무 위중한 만큼 꼼꼼히 따져 보고 투표를 했으면 좋겠다.
 
혜민 스님 마음치유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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