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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계 대통령’, ‘최순실 집사’에서 국정 농단 '저격수'로 돌변한 김종…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의 독대 전 ‘정유라 선수가 2020년 도쿄올림픽에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라’고 지시했다는 말을 들었다.”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박근혜 전 대통령 등 ‘국정 농단’ 관련자들을 저격하는 발언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에서 18일 열린 최순실씨의 뇌물 혐의에 대한 3차 재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증인으로 나온 김 전 차관은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에게 들은 말이다. 당시 대통령이 한 선수만을 위해서 삼성에 말을 했다는 게 의아하고 충격적이어서 기억이 난다”고 증언했다.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그는 이날 재판에서 “박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 삼성이 모두 정유라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삼성이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은 것도 최씨 때문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삼성 측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정유라씨를 챙기고 있다는 일종의 ‘생색’을 저를 통해서 최씨에게 전달하려고 했다” 등의 진술도 내놨다. 
 
이같은 발언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최씨의 ‘뇌물 혐의’를 강화하는 치명적인 증언이 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는 기업들이 ‘선의의 의도’에 따라 영재센터와 미르ㆍK스포츠재단, 정씨 등을 지원했을 뿐 대가성이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형량이 높은 뇌물죄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포석이다. 이 부회장 역시 “박 전 대통령의 강한 질책 때문에 지원을 결정한 것”이라며 뇌물 공여자가 아닌 강요의 피해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세 사람 사이에 후원과 대가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다는 김 전 차관의 증언은 이같은 논리에 상반된다.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금전 지원을 지시하고, 이 부회장은 그 대가를 챙기려 했다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판단과 같은 맥락이다.
 
한때 ‘체육계 대통령’이라고 불렸지만 실제론 최씨의 각종 민원을 처리해준 사실이 드러나면서 ‘최씨의 수행비서’라는 오명까지 얻었던 그가 ‘저격수’ 돌변한 이유는 뭘까.  
 
김 전 차관은 삼성 등에 압력을 가해 최씨와 장시호씨가 운영한 한국동계스포츠센터(영재센터)에 후원금을 내도록 강요한 혐의(직권남용)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최씨 사이에 ‘밀약’이 있다고 주장해야 자신의 법적 책임을 덜 수 있는 처지다. ‘직권남용’을 중점적으로 수사했던 검찰 특별수사본부 1기 당시 ‘비협조 모드’였던 그가 ‘뇌물’ 혐의를 집중 조사한 특검팀에선 자백을 한 것 역시 같은 이유에서다.
 
김 전 차관은 지난달 24일 열린 자신의 재판에서도 “저와 상관없이 (영재센터 후원금) 그 문제는 이미 삼성과 청와대 사이에 협의가 이뤄졌다고 생각했다. 거기에 제가 연계될 단계가 아니었다”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최씨는 17일 자신의 재판에서 “김 전 차관은 자신의 죄를 벗으려고 그렇게 진술한 것”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 전 차관은 국정 농단 재판에 등장할 때마다 검찰이나 특검팀의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는 정유라씨에게 특혜를 준 혐의로 기소된 이화여대 김경숙 전 신산업융학대학장의 재판에서 “최씨의 부탁을 받아 김 전 학장에게 ‘정유라를 챙겨달라’고 하니 김 전 학장이 ‘정윤회씨의 딸 아니냐’며 반겨서 놀랐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김선미ㆍ문현경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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