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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철, “투표 포기는 ‘인생 그라운드’ 물러나 구경만 하는 것”

2012년 12월 19일 나는 독일에서 한국으로 향하는 상공에 있었다. 독일 분데스리가 시즌 전반기를 마치고 겨울 휴식기를 보내러 가던 길이었다. 독일 볼프스부르크로 이적한 지 두 해째, 당시에는 말도 통하지 않던 터라 타향에서 겪는 이방인 생활이 힘이 들었다. 게다가 전반기 시즌 마지막 경기였던 픠르트전이 무승부로 끝나 강등권에 머문 상황이었다. 분데스리가는 강등권 싸움이 치열해 스트레스가 컸다.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오르니 그제서야 가쁜 숨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집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 구수하다.
 

[중앙일보-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동기획] 선거와 나 ③ '국가대표' 구자철의 투지

축구 국가대표 구자철 선수가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중앙포토]

축구 국가대표 구자철 선수가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중앙포토]

 
비행기에 오른 지 예닐곱 시간이 지났을까. 잠결에 기내 방송이 들렸다. 대선 결과를 알리는 내용이었다. 순식간에 잠이 달아났다. 그리고 나는 기내 의자에 몸을 깊숙이 묻었다.
 
그 해 대선 투표함에 내 투표용지는 없었다. 투표를 못한 탓이다. 해외에서 투표를 하려면 먼저 국외부재자투표 신고를 해야 하는데, 그만 때를 놓쳐버린 것이다. 대사관 측에 문의해보고 동분서주했지만 결국 투표는 할 수 없었다.
 
투표는 국민의 아름다운 권리의자 의무라고 생각한다. 투표를 포기하는 것은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이다. 국가대표 축구 선수로서, 그리고 대표팀 주장으로서 책임감의 무게가 어떤 건지 절실히 체감하고 있다.  
 
그 날 기내 방송은 마치 중대한 경기에 출전 못해 TV 중계로 결과를 보는 기분이랄까. 독일에서 느낀 이방인의 심정이었다. 착잡했다.
 
축구는 작은 전쟁이다. 90분의 경기를 뛰는 동안 단 1초도 놓지 말아야 할 게 있다. 그게 바로 ‘투지’다. 투지는 열정이다. 열정은 책임감이 없으면 불타지 않는다. 어떨 땐 경기를 앞두고 자신감이 바닥을 칠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다짐한다. ‘실력은 다 보여주지 못해도 투지만큼은 잃지 말자’고….’
 
누구나 자신 만의 인생 그라운드가 있다. 어떤 이의 그라운드는 먼 바다이고, 어떤 이는 강남 한복판의 빌딩 안이, 또 어떤 이는 방송국이 될 것이다. 그런 각자의 인생 그라운드에서 투표는 잃지 말아야 할 ‘투지’ 라고 생각한다. 열정이고 책임감이다. 따라서 투표 포기는 자신의 그라운드를 남에게 맡기는 것이다. 자신의 인생 그라운드에서 멀찌감치 벤치로 물러나 구경만 하는 셈이다.
 
지난달 월드컵 예선전을 치르러 한국에 갔다가 다시 독일로 돌아왔다. 이번엔 잊지 않고 국외부재자신고를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접속해 순서대로 작성을 하고 접수완료라는 문구를 확인하는 순간, 지난 체기가 사라지는 듯 했다. 이번엔 소중한 한 표를 꼭 지킬 것이다. 재외투표 기간은 4월 25일부터 30일까지다.
 
축구 국가대표 구자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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