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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서 셰프가 열광하는 최고 캐비아 만드는 박철홍 대표

경남 함양군 백전면 철갑상어 양식장에서 만난 박철홍 대표.송봉근 기자

경남 함양군 백전면 철갑상어 양식장에서 만난 박철홍 대표.송봉근 기자

"셰프들이 열광하는 덴 그만한 이유가 있어요. 세계적으로도 이렇게 신선한 캐비아가 흔치 않거든요."
 

미국서 철갑상어 종 복원하던 연구자 출신
이탈리아서 수정란 들여와 2002년부터 길러
톡톡·밍글스·두레유 등 국내 내로라하는 셰프가 열광
"캐비아 얻기까지 12년 걸리고 시장성도 없지만 미래에 투자"

권위를 인정받는 '2017 아시아 베스트 50'에서 올해 주목해야 할 레스토랑으로 선정된 프렌치 레스토랑 '톡톡'의 김대천 오너셰프는 평소 깐깐하게 식재료 고르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 그가 '열광'이라는 단어까지 동원할 정도로 2016년부터 푹 빠진 식재료가 있으니, 바로 '안샘캐비아'다. 경상남도 함양군 백전면, 지리산 자락에 있는 철갑상어 농장 '디노빌영어조합법인'에서 만드는데, 김 셰프뿐 아니라 미쉐린(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인 두레유·밍글스·권숙수 등 요즘 내로라하는 국내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도 이 국내산 캐비아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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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셰프들이 찾게 된 비결은 전통방식 그대로의 제조법에 있다. 살아있는 철갑상어 배를 갈라 막에 쌓인 알을 통째로 꺼내 난소조직과 알을 분리·세척한다. 여기에 소금을 넣고 스며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전용 케이스에 담는데 이 과정이 2시간 안에 이뤄진다. 이렇게 생산한 캐비아의 양은 한 달에 10kg 남짓. 신선한 맛을 유지하기 위해 미리 만들어두지 않고 유통기한도 3개월에 불과하다.
 
박철홍 디노빌영어협동조합 대표. 미국에서 철갑상어 종 보존 연구원으로 일한 박 대표는 2002년 한국에 돌아와 함양 백전면에 자리를 잡고 철갑상어를 기르고 있다. 송봉근 기자

박철홍 디노빌영어협동조합 대표. 미국에서 철갑상어 종 보존 연구원으로 일한 박 대표는 2002년 한국에 돌아와함양 백전면에 자리를 잡고철갑상어를 기르고 있다. 송봉근 기자

전통 방식을 고수하는 건 박철홍(49) 대표의 철학때문이다. 부경대(옛 부산수산대학교)에서 생물공학을 전공한 박 대표는 1993년 미국 유학길에 올랐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에서 철갑상어의 종 복원과 정자세포 보존을 연구했다. 2002년 한국에 돌아온 그는 이탈리아에서 철갑상어 수정란을 들여와 본격적으로 철갑상어를 기르기 시작했다. 전국 곳곳을 다니며 농장 부지를 찾다 발견한 곳이 함양이었다. 
 
고향 부산이 아닌, 그것도 해발 700m인 지리산 기슭인 함양을 택한 이유가 뭘까. 담수어인 철갑상어를 기르기 위해선 깨끗한 물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지리산 자락에서 만난 박 대표는 “농장이 있는 안샘골은 1년 내내 얼지 않는 깨끗한 물이 나와 예부터 지관들이 피부병 치료를 위해 찾았던 곳"이라고 소개했다. 실제 지하 150~200m의 암반수를 끌어올려 사용한다. 
 
박 대표는 "물고기를 가축화하기 위해선 어떤 물에서 어느 정도 밥을 먹이면 얼마나 크는지 수치화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내가 환경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며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는 지표수 대신 늘 일정한 수질의 지하수를 이용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또 함양은 밤낮 기온차가 심하고 1년내 기온이 낮아 철갑상어를 기르기 좋은 환경이다. 수온이 낮을수록 철갑상어를 기르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캐비아의 품질은 뛰어나다.
 
안샘캐비아는 신선한 캐비아를 만들기 위해 주문이 들어오면 철갑상어 배를 갈라 알을 꺼내 만든다. 송봉근 기자

안샘캐비아는 신선한 캐비아를 만들기 위해 주문이 들어오면 철갑상어 배를 갈라 알을 꺼내 만든다. 송봉근 기자

세계 3대 진미로 꼽히는 캐비아는 30g 짜리 한 통의 가격이 10만원 중후반일 정도로 고가의 식재료다. 농장에 있는 철갑상어의 수가 1만 여 마리니 박 대표가 당연히 그동안 큰 돈을 벌었을 것 같지만 그는 손을 내저었다. 박 대표는 "철갑상어를 돈 되는 사업으로 여긴다면 착각"이라고 말했다. 우선 캐비아를 만드는 과정이 녹록치 않다. 철갑상어를 길러 알을 얻기까지 최소 6~7년이 걸리는데 제대로 된 캐비아를 만들는 게 쉽지 않다. 박 대표 스스로 마음에 드는 품질의 캐비아를 만드는 데는 1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이렇게 공을 들였지만 국내엔 아직까지 캐비아 시장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시장 규모가 작다. 
 
다행히 잠재력은 충분하다. 박 대표는 "한국 사람들은 활어와 선어를 구분하고 명란젓 등 생선알을 즐겨먹었던 민족"이라며 "캐비아 맛을 알고 나면 충분히 매력을 느낄 만한 잠재력이 있는 식재료"라고 설명했다. 실제 농장에 온 사람들에게 다른 품질의 캐비아를 비교 시식하게 해주면 대부분 비싼 제품을 선호한다. 단백질·콜라겐이 풍부한 철갑상어 어육도 식재료다. 박 대표는 "육고기와 질감이 흡사하고 소·돼지처럼 부위별로 잘라서 먹을 수 있어 식재료로서도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대부분의 시간을 농장에서 보낸다. 농장엔 1만 여 마리의 철갑상어가 있는데 이를 돌보기 위해선 쉴 새 없이 움직여야 한다. 밤잠을 설쳐가며 어린 철갑상어 사료를 챙겨줘야 한다. 또 성숙한 철갑상어는 겉모습으로는 암수를 구분할 수 없어 한마리씩 잡아 일일이 배를 갈라 암수를 구분해야 한다. 그렇게 구분한 암컷은 별도의 양식장에서 기르면서 알의 성숙 단계를 다시 한마리씩 잡아 체크한다. 난질이 가장 좋은 시기에 철갑상어의 배를 갈라 알을 꺼내야 하는데 그 시기가 2주 정도로 짧기 때문이다. 과숙이 되버리면 알은 다시 철갑상어 몸 속으로 흡수된다. 박 대표는 양식장의 조도를 조절해 산란기가 아닌 한 여름에도 캐비아를 생산한다. 
 
지금까지 철갑상어에 투자한 시간이 15년.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철갑상어의 성장 주기와 캐비아 생산 과정 때문에 외국에서도 캐비아 사업은 안정화하기까지 최소 20~30년이 걸린다고 한다. 2~3년도 아닌 20~30년을 기다려야 하는 사업을 왜 하는 걸까. 그는 가족을 꼽았다. 1997년 오래 알고 지낸 이탈리아의 철갑상어 농장을 방문했는데 가족끼리 꾸려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단다. 
 
박 대표는 "이탈리아의 와이너리나 철갑상어 농장은 마피아처럼 가족을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가족 중 누군가 다른 일을 하다 실패하거나 지쳤을 때 기댈 수 있는 안식처가 있다"며 "그것이 이탈리아 사람들이 밖에서 당당할 수 있는 이유라고 생각해 가족 농장을 꿈꾸게 됐다"고 말했다. 친동생과 어릴 적부터 가족처럼 지내온 아는 동생이 그의 뜻을 따랐다. 
어린 철갑상어. 철갑상어는 상어라는 이름과 다르게 성질이 온순하다. 송봉근 기자

어린 철갑상어. 철갑상어는 상어라는 이름과 다르게 성질이 온순하다. 송봉근 기자

또 다른 힘은 철갑상어에 대한 믿음이다. 그는 "철갑상어는 수명이 150년 이상일 정도로 길고 병에 잘 걸리지 않는데 이러한 철갑상어 고유의 유전적 특징이 사람에게 어떤 도움이 될 지 연구가치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에서 이미 석·박사 과정을 수료한 그는 한국에서 철갑상어 연구를 이어가기 위해 부경대에서 다시 석박사 과정을 수료했고 올 여름 학위를 수여할 예정이다. 
 
그는 "한 물고기가 실험동물로서 가치가 있으려면 사이클이 완결돼야 하는데 철갑상어는 그 기간이 워낙 길다"며 "학교엔 철갑상어가 어떻게 발전할 지 기대하는 동료들이 있어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철갑상어의 면역학, 유전학 샘플 등이 필요할 때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료를 제공할 계획이다.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누군가 다시 저처럼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요. 처음부터 20~30년 후 다음 세대를 보고 시작했으니까 앞으로도 묵묵하게 제 몫을 해나갈 겁니다. "
 
함양=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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