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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코리아] 비정규직도 목소리 내게 ‘종업원 대표제’ 도입하자

근로자 차별 해소하자
청주공항에서 일하는 김지연씨는 회사가 계약직을 없앤 덕분에 인턴에서 바로 정규직이 됐다. [사진 이스타포트]

청주공항에서 일하는 김지연씨는 회사가 계약직을 없앤 덕분에 인턴에서 바로 정규직이 됐다. [사진 이스타포트]

김규한(30·가명)씨는 2014년 한 중소기업에 취업했다. 별 불만 없이 다녔지만 대기업에 취업한 동기들과의 모임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 김씨는 “서로의 연봉을 이야기하던 차에 5000만~6000만원이란 소리를 들으니 내 연봉(약 2700만원)은 입 밖으로 꺼낼 수조차 없었다”며 “ 좁힐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니 더 막막했다”고 말했다. 결국 회사를 그만둔 김씨는 지난해 말 한 지방 공기업에 합격했다.
 

리셋 코리아 고용노동분과 제안
정규직 중심 노조론 요구 반영 한계
종업원 과반수 지지 받는 대표 뽑아
경영진과 분배·복지 교섭권 강화를
중소기업 임금, 대기업의 절반 수준
격차 줄여야 청년실업률도 줄어

노동시장에 만연한 격차는 예사 문제가 아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뿐만 아니라 학력별·성별 격차도 그 뿌리가 깊다. 핵심은 임금이다. 올 1월 상용근로자 300인 이상 대기업의 1인당 월 임금은 679만9000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8.7% 늘었다. 그러나 5~300인 미만 사업체는 348만5000원으로 대기업의 51.3% 수준이다. 증가율도 14.7%에 머물렀다.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는 높은 청년실업률과 밀접하다. ‘현저한 출발선의 격차’ 앞에서 청년도 대기업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료:고용노동부·한국노동연구원

자료:고용노동부·한국노동연구원

정규직·비정규직 간 격차도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정규직 임금을 100으로 봤을 때 비정규직 임금은 2012년 56.6에서 지난해 53.5로 하락했다. 국민연금 가입률, 상여금 수혜율도 정규직의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계량할 수 없는 차별도 적지 않다. 복지나 연수 기회 등 정규직만 활용할 수 있는 혜택이 수없이 많다.
 
자료:고용노동부·한국노동연구원

자료:고용노동부·한국노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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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JTBC의 국가 개혁 프로젝트 ‘리셋 코리아’의 고용노동분과 위원은 ‘노동시장의 격차를 내버려둔 채 4차 산업혁명 시대로 나아갈 수 없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박가열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일하는 사람이 존중받는 사회가 돼야 하는데 지금은 약한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 폭력을 가하고 있다”며 “임금을 포함해 일하는 문화, 근로자 간 관계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집단 이기주의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상학 한국투명성기구 이사는 “ 정부·기업·노동자 내부의 리더들이 구체적인 행동을 보여줄 때 물꼬가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행과제1. 종업원 대표제 도입 때가 됐다
 
노동시장에서 발생하는 격차는 주로 기업 내부의 분배 문제다. 분배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적절한 협상 테이블이 마련돼야 한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300인 이상(대기업) 사업장의 노조 조직률은 53.9%이지만 30인 미만 사업장은 0.1%에 불과하다. 주완 법무법인 김앤장 변호사(분과장)는 “중소기업은 노조를 만드는 것조차 쉽지 않다”며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도 조합비가 잘 걷히 는 대기업 노조 조직률 제고에만 신경 쓰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마저도 정규직 중심이다. 중소기업 비정규직이라면 사실상 목소리를 낼 창구 자체가 없는 셈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 다양한 노동자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도록 전체 종업원 과반수의 지지를 받는 대표를 뽑아야 한다”며 “이를 통해 경영진과 분배의 공정성을 논의할 종업원 대표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정규직이나 여성이 포함된 대표를 선출해 교섭권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실행과제2. 여성 고용현황, 보고의무 강화해야
 
 
국내 노동시장의 성별 정규직 비중은 남성이 61.5%, 여성이 38.5%다. 반면 비정규직은 여성이 54.9%로 더 많다. 지위부터 차이가 있는 셈이다. 임금 등의 격차도 심각하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 ‘메이드 인 코리아’엔 남녀 차별과 장시간 근로, 비정규직 차별의 산물이란 인식이 있다”며 “윤리적 기업이 생산한 제품에 더 높은 가치를 매기는 시대가 이미 왔고, 한국도 이젠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남녀 격차를 완화하는 시급한 대안으로는 여성 고용 공시제가 꼽힌다. 지금도 일부 기업이 여성 임직원 비율 등을 공시하지만 의무는 아니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남녀 간의 임금을 동일한 수준으로 가정해 임금이나 임원 비율, 신규 채용 현황 등을 적극적으로 알리도록 하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여성 노동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열쇠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실행과제3. 대·중소기업, 초봉이라도 비슷하게
 
한국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신입사원 초봉부터 차이가 극심하다. 이와 달리 일본은 기업 규모별이든 산업별이든 초봉이 연 27만8000~32만 엔(약 292만~336만원)으로 균일한 편이다. 대기업 스스로 중소기업과의 임금 격차를 일정하게 유지하려 노력한다. 제품의 품질을 보장하는 것이 중소기업 근로자이고, 이들을 피폐하게 만들면 안 된다는 인식이 있어서다. 한국도 대기업이 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과 질을 높이는 데 직접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권순원 교수는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일본식 조절자본주의’를 제시했다. 기업별 노조 중심인 일본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하청 관계를 형성하고, 이 덩어리 안에서 자원이 배분·순환된다. 권 교수는 “한국도 대·중소기업이 하청이라는 관계를 통해 발전했고, 경제가 성장할 땐 중소기업도 낙수효과의 덕을 봤다”며 “그러나 지금은 대기업이 스스로 감당해야 할 비용을 하청업체에 전가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한국도 중소기업을 착취의 대상으로 보지 말고 기업 생태계를 지속 성장시키는 원천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종의 연대 임금 체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어느 정도 눈높이를 맞추려면 기업과 대기업 노조가 중소기업에 주는 납품가를 최대한 낮추고, 이윤을 나눠 먹는 지금의 구조로는 안 된다. 결국 중소기업의 이익이 늘고 신입사원에게 높은 임금을 주려면 대기업이 납품가에 적정한 인건비를 반영해 줘야 한다. 대기업 노조가 임금 인상을 자제하는 통 큰 양보도 절실하다.
 
 
실행과제4. 지자체와 함께 클 중소기업 키우자
 
독일 볼프스부르크는 인구 12만 명의 소도시다. 하지만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 1위 폴크스바겐 본사가 있는 곳이다. 1990년대 후반 경기 침체로 실적 압박에 시달리던 폴크스바겐 경영진은 공장을 헝가리로 이전하려 했다. 지방정부가 중재에 나섰고, 고민 끝에 노조를 비롯한 시민들은 양보를 택했다. 새 공장을 지역 내에 설립하고, 실업자 5000명을 채용하되 연봉을 5000마르크(약 4000만원) 수준에 맞추는 조건이었다. 본사보다 20% 적은 임금이었지만 그들은 안정된 고용을 택했다. 이후 생산이 활기를 띠면서 이들은 2009년 본사 조직에 통합됐다. 상생을 택한 결과 기업과 근로자, 지방자치단체가 위기를 넘긴 셈이다.
 
결국 격차를 줄이려면 기업이 자체 경쟁력을 갖는 게 중요하다. 한국은 대기업 본사가 수도권에 몰려 있고 지방엔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향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박지순 교수는 “지자체가 말로는 기업 유치를 내세우지만 결국 도로·건물 등 인프라에만 집중한다”며 “지자체가 지역의 특성을 살린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체질을 강화하는 데 더 책임지고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지자체와 생멸을 함께할 중소기업을 키워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영기 대한산업안전협회장은 “기업과 노조 지도부도 시민과 연대하고 지역 커뮤니티와 머리를 맞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장원석 기자, 이영민(이화여대 언론정보학4) 인턴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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