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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도안 ‘21세기 술탄’ 됐지만 … 민심 두쪽 나 앞날 혼미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부인 에민 여사가 16일 개헌안 국민투표가 통과된 뒤 이스탄불에서 환호하는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부인 에민 여사가 16일 개헌안 국민투표가 통과된 뒤 이스탄불에서 환호하는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63) 터키 대통령이 ‘21세기 술탄(이슬람권의 종교 권위자인 동시에 최고 통치자)’에 등극했다. 16일(현지시간) 개헌안이 국민투표에서 찬성 51.3%(개표율 99%)로 통과되면서다. 찬성이 반대(48.7%)를 2.6%포인트 차로 근소하게 앞섰다. 개헌안 가결로 터키는 ‘건국의 아버지’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가 1923년 터키공화국을 설립한 이래, 94년간 유지해온 의원내각제에서 대통령제로 바뀌게 됐다. 새 헌법에 따른 통치 체제는 2019년 11월 대선 이후 발효된다.
 

터키, 대통령제 개헌안 가까스로 통과
2029년까지 장기집권 길 열려
반대 49%, 정치 혼란 계속될 듯
야권선 벌써 부정투표 의혹 제기
IS·난민 문제 보조 맞춰온 미·유럽
터키 이슬람주의 회귀에 불안감

개헌안을 통해 터키의 대통령은 제왕에 가까운 절대 권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새 헌법에는 ▶대통령은 의회를 해산할 수 있고 ▶의회 승인 없이 부통령과 장관을 임명할 수 있으며 ▶판·검사 등 사법부 인사권까지 갖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019년 대선에 출마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선 승리 시 중임 조항에 따라 2029년까지 집권할 수 있다. 이번 개헌안이 에르도안의 장기집권 시나리오였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에르도안 지지 여성이 개헌안 찬성을 의미하는 터키어 ‘evet’ 깃발을 들고 기뻐하는 모습. [로이터·AP=뉴스1·뉴시스]

에르도안 지지 여성이 개헌안 찬성을 의미하는 터키어 ‘evet’ 깃발을 들고 기뻐하는 모습. [로이터·AP=뉴스1·뉴시스]

에르도안은 2003년부터 11년간 총리를 지낸 뒤 헌법을 개정, 2014년 직선제 대선에 출마해 대통령이 됐다. 에르도안은 이날 개표 결과가 나온 뒤 이스탄불 연설에서 “명백한 승리”라며 “오늘 국민은 터키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개혁을 실천했다”고 말했다고 BBC가 전했다.
 
그러나 에르도안의 터키를 바라보는 서방의 눈길은 불안하기만 하다. 터키는 중동에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핵심 동맹이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으로서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와 시리아 내전에서 서방과 보조를 맞춰왔다. 특히 유럽 국가들에겐 시리아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난민을 일차적으로 막아주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에르도안은 반(反)서방, 이슬람주의를 지지하는 민심을 토대로 권력을 다져왔다.
 
뉴욕타임스(NYT)는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권력을 집중시켜 준 것은 대테러전에서 미국에 제 목소리를 내고, 시리아 난민은 더 이상 받지 않기를 터키 민심이 바라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으론 국가 운영의 최고 가치로 뒀던 세속주의(정교 분리)가 이슬람주의로 회귀하는 데 대한 우려도 깊다. 이날 이슬람교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이란·이집트 등은 일제히 개헌 환영 입장을 냈지만 미국·EU 등은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EU 집행위원회는 성명에서 “헌법 개정이 미칠 파급력을 고려해 터키 당국이 이행 과정에서 광범위한 국민적 합의를 끌어낼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터키가 ‘이란의 수니파’ 버전으로 변화하는 것은 나토 동맹국에 위협이 된다”며 “서방 많은 국가가 에르도안이 독재를 감행할 경우 이슬람과 민주주의가 양립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16일 밤 터키 경찰이 앙카라에서 개헌 반대 시위를 벌인 한 남성을 체포하고 있다. [AP=뉴시스]

16일 밤 터키 경찰이 앙카라에서 개헌 반대 시위를 벌인 한 남성을 체포하고 있다. [AP=뉴시스]

 
당장 더 큰 문제는 터키 내부 분열이다. 개헌안에 반대하는 국민들이 거의 절반이다. 야권에선 벌써 부정투표 의혹을 제기했다.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은 “선관위가 투표 당일 날인이 없는 투표용지도 유효 처리키로 방침을 바꿨다”며 “투표함의 37∼60%에 문제가 있으며 250만 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적 혼란이 반대파 숙청으로 이어질 거란 우려도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중동민주화 프로젝트(PMED)의 하워드 잇센스타트 교수는 NYT에 “그동안 터키의 사법 독립성은 엄청나게 약화돼 있었다”며 “개헌안은 (민주주의를 위한) 견제와 균형에 치명타”라고 말했다. 에르도안은 지난해 7월 쿠데타 진압 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해 4만5000명을 체포했으며 13만여 명의 군·경찰·공무원을 물갈이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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