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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연합군’ 옐로모바일, 부메랑 된 M&A

인수합병(M&A)을 많이 하는 회사에 투자한다면 회계장부의 ‘영업권’ 항목을 자세하게 들여다보는 게 좋겠다. 자산이었던 영업권이 어느 순간 순손실로 돌변하면서 기업 재무구조에 치명타를 주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벤처기업 연합체’로 유명한 옐로모바일이 딱 그런 경우다. 이 회사는 지난해 대규모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영업권’이 갑작스럽게 손실로 바뀌면서다. 지난해 손실로 변한 액수만 630억원. 옐로모바일은 미리 위험자산을 줄여나가기 위한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설명하지만, 투자자들은 나머지 1700억원의 영업권마저 손실로 변하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전체 자산의 34%가 ‘영업권’인데
지난해 손실로 변한 액수만 630억
한때 장외주가 주당 435만원 기염
계열사 축소 등 경영 효율화 나서

영업권이란 기업의 브랜드 가치나 평판·인적 네트워크(영업망) 등 영업을 오래 하면서 쌓인 성장 잠재력을 의미한다. 평판과 인맥이 좋다는 건 돈으로 가격을 매기기 어렵기 때문에 평소에는 이 자산이 회계장부에 드러나진 않는다. 흔히 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시장가격보다 더 많은 돈을 주고 사게 될 경우, 기업의 성장 잠재력을 ‘웃돈’을 주고 산 것으로 보고 인수자의 회계장부에 ‘영업권’이 무형자산으로 등장하게 된다. 마치 4억 원짜리 아파트를 학군이 좋고 주변에 유해 시설이 없다는 장점을 보고 5억원에 샀다면 웃돈을 준 1억원이 ‘영업권’ 자산이 되는 식이다.
 
옐로모바일은 전체 자산의 34%가 영업권이다. 벤처 연합군을 표방하면서 스타트업을 시장 가치보다 3~4배 더 큰 비용을 들여 공격적으로 인수해 온 탓에 영업권 자산도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이렇게 늘어난 영업권은 성장의 동력이 되기도 했다. 2012년 말 총자산 11억원 규모 스타트업으로 출발해 2년 만에 4070억원 규모 ‘공룡 벤처’로 급성장했고 장외 주가는 한 주당 435만원(2015년 4월)까지 뛰어올랐다. 옐로모바일 주식 하나면 삼성전자 주식 2주와도 바꾸지 않을만한 가격으로 오른 것이다.
 
문제는 영업권은 금방 손실로 돌변할 수 있는 고위험 자산이란 점이다. 인수한 기업의 전문인력이 대거 이탈해 영업망이 무너지거나 생산하던 상품이 시장에서 팔리지 않아 사업성이 크게 나빠지면 손실로 전환된다. 학군과 교육 환경이 좋아질 것으로 보고 웃돈을 주고 산 아파트 주변에 유흥업소나 방사능폐기물처리장이 생기면 웃돈을 날리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옐로모바일이 지난해 2500억원 규모 영업권 중 630억원을 손실처리한 회사도 대부분 적자가 누적돼 사업 밑천(자본금)을 까먹었거나 미래의 수익을 기대하기 힘든 곳들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인회계사는 “옐로모바일이 인수한 스타트업 대부분은 지난해 말에도 적자 행진을 계속했다”며 “상장 예비 기업인 옐로모바일은 정부가 지정한 회계감사인으로부터 엄격한 회계감사를 받게 되므로 나머지 1700억원대 영업권 중에서도 앞으로 추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업권 리스크’와 부진한 실적은 435만원(2015년 4월)을 찍었던 장외 주가를 지난해 5월 100만원대로 끌어 내렸다. 옐로모바일은 지난해 5월 액면가 5000원짜리 1주를 500원짜리 10주로 나누는 액면분할을 거쳤고, 현재 주가는 5만원대다. 장외 시장은 거래가 뜸해 기업 가치가 주가에 즉각 반영되진 않지만 영업권 추가 손실 우려가 주가 상승을 발목 잡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옐로모바일은 그러나 올해 이미 ‘예방 주사’를 맞았기 때문에 추가 손실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장 잠재력이 떨어진 스타트업의 영업권을 미리 손실로 잡아 실적이 들쭉날쭉 변할 가능성을 차단했다는 것이다. 임승원 옐로모바일 부사장은 “630억원의 영업권을 손실 처리한 것은 매우 보수적으로 접근한 것으로, 남은 영업권에서 추가 손실 발생 가능성은 적다”고 강조했다.
 
옐로모바일은 지난해부터 인수합병으로 덩치를 불려 온 성장 공식을 버렸다. 옐로모바일은 지난해 말 현재 85개의 계열사를 20개 수준으로 줄이는 내용의 ‘옐로모바일 2.0’ 전략을 세워 경영 효율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김윤진 옐로모바일 홍보팀장은 “비슷한 사업은 통합해 계열법인 수를 줄이려고 한다”며 “지배구조를 단순화해 비효율성을 줄이고 계열사 간 시너지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옐로모바일의 이 같은 전략 수정은 주식시장 상장에 대비하려는 목적도 있다. 코스닥시장에는 자기자본 1000억원 이상인 대형 예비 상장사는 당기순손실 여부와 상관없이 상장을 허용하는 특례 제도가 있다. 하지만 경영진이 지배력을 행사할 수 없을 정도로 문어발식 경영이 이뤄지고 있거나, 이익을 낼 수 있는 자산을 확보하고 있지 않으면 질적 심사 요건에서 탈락할 가능성도 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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