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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가족은 안녕한가요? ‘아버지와 이토씨’

[아버지와 이토씨 스틸컷]

[아버지와 이토씨 스틸컷]

입만 열면 잔소리 폭탄인 친정아버지와의 동거, 다 큰 자식 입장에선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서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스무 살 많은 남자친구 이토(릴리 프랭키)와 함께 살고 있는 아야(우에노 주리)에게 이런 시련이 닥친다.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일본영화 ‘아버지와 이토씨’(4월 20일 개봉, 타나다 유키 감독)는 아야 부녀의 이야기로 현재 일본 사회의 가족 풍경을 세밀하게 담아낸다. 고령화 사회, 젊은 세대가 겪는 취업 문제 등 한국 사회와도 닮은 구석이 많다. 이 영화 속 일본 사회의 풍경을 담은 설정을 하나씩 짚어본다.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묘하게 잘 어울리는 '프리타' 커플
아버지와 이토씨 스틸컷

아버지와 이토씨 스틸컷

도대체 어디서 만났을까 싶은 아야-이토 커플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다 만났다. “우연히 같이 술을 먹게 되어… 그러다 계속 먹게 되어 함께 살게 됐다”는 아야의 말처럼. 서른이 넘어 정규직 취직을 포기해버린 아야, 과거엔 무슨 일을 했는지 모르지만 어떤 상황에도 태평한 이토.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둘은 큰 문제 없이 잘살고 있다. 둘 다 제대로 된 직업은 없지만, 지금의 삶에 불만을 갖진 않는다. 그리고 과거에 관해 서로 묻지 않는다. 이토의 과거를 묻는 가족들에게 아야가 “사귀기 전의 일이니까 난 모르지”라고 대답할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 되겠다는 욕망도 열정도 없으나, 자기 삶에 관한 분명한 강단이 있는 독특한 커플. 요즘 일본의 ‘프리타족’을 대변하는 듯한 두 캐릭터에 숨을 불어넣은 건 배우 우에노 주리와 릴리 프랭키다.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차분하되 적당히 긴장감 있는 분위기. 그 공기만으로 두 인물의 과거를 짐작케 할 뿐 아니라, 현재 그들이 느끼는 내적 갈등까지 단번에 드러낸다.  
 
미운 우리 ‘꼰대’, 아니 우리 아버지
아버지와 이토씨 스틸컷

아버지와 이토씨 스틸컷

전부터 아버지(후지 타츠야)를 모시고 있던 오빠 기요시(하세가와 토모하루)는 대뜸 아야를 찾아와 “아버지를 맡아 달라”고 말한다. “아버지 때문에 아내의 정신이 이상해졌다”며. 결국 이토와 아야가 살기에도 넉넉하지 않은 집에 들이닥친 아버지. 아야는 싫은 내색을 꾹 참고 아버지의 공간을 하나씩 만들어 나간다. 부모 모시기를 꺼려하는 자식들. 이는 고령화 사회의 쓰린 단면일 것이다. 게다가 극중 아버지는 40년 간 교편을 잡았던 전직 교사. 깐깐하고 권위적이어서 매사 잔소리를 늘어놓는 꼬장꼬장한 노인이다. 자식들이 아버지를 피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돈까스 소스 하나도 “문명인이라면 우스타”라며 자기 취향을 고집하는 모습을 보면, 집에 계신 아버지 생각이 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될 정도다. 이 영화의 빛나는 점은 이런 설정을 위트 있게 담아냈다는 것이다.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지만, 그다지 무겁지 않게 가벼운 미소를 띠며 볼 정도로. 하지만 번뜩 현실을 생각하게 하는 힘도 있다.  
 
아버지의 집은 어디인가
아버지와 이토씨 스틸컷

아버지와 이토씨 스틸컷

이 영화는 결국, ‘“40년 간 가족을 위해 일했던” 아버지의 집이 어디인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 타나다 유키 감독은 “이 영화는 흔들리던 아야가 마지막에 한걸음을 내딛는 이야기이자, 오갈 데 없어진 아버지가 자신의 마지막을 어떻게 마무리 지을 것인가 하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오빠 기요시 집에서, 아야의 집에서, 그리고 옛 고향집으로. 극중 아버지는 계속 거처를 옮긴다. 하지만 어디서도 마음 편히 있을 수 없다. 이건 퇴직한 노년 세대의 자기 정체성과도 맞닿아 있다. 아버지가 아야와 살 때, 아야는 매일 아침 외출하는 아버지의 뒤를 밟는다. 도서관에서 신문을 보기도 하고, 공원에 가만히 앉아 있던 아버지의 쓸쓸한 뒷모습. 퇴직한 노인들은 이 도시에서 어떤 삶을 꾸려나가야 할까. 노인의 존재 가치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 이 영화가 던지는 중요한 질문 중 하나다.  
 
세대 갈등, 도망치지 말 것 
아버지와 이토씨 스틸컷

아버지와 이토씨 스틸컷

극 중 아야는 아버지와 많이 닮았다. 둘 다 고집이 세고 좀체 남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아 이토는 “저분 당신(아야) 아버지가 확실한 것 같아”라며 혀를 내두른다. 그러면서도 정작 중요한 문제에 대해선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것도 비슷하다. 그 중요한 문제는 역시 아버지의 거취다. 아버지도 자기를 부담스러워하는 자식들이 원망스러울 뿐이고, 아야도 아버지가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함께 살긴 싫다. 이런 둘을 이어주는 건 이토다. “지금 결정하지 않으면 다시 비슷한 문제에 부딪칠 것”이라며 “나는 도망가지 않아”라고 아야를 다독이는 다정하고 강한 사람이다. 이토는 청년 세대 아야와 노년 세대 아버지를 이어주는 가교 같은 캐릭터다. 현실에 이토 같은 사람이 있을까 라는 의구심도 생기지만, 그보단 이토의 단단한 말과 행동을 주의 깊게 살피고 싶다. 갈등을 직면할 것, 자기감정을 똑바로 바라볼 것, 상대에게 먼저 손 내미는 용기를 낼 것. 이 영화의 제목이 ‘아버지와 아야’가 아니라 ‘아버지와 이토씨’인 이유는 그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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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